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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연세대 청소용 세면대엔 온수 수도꼭지가 없다

연세대 '청소 노동자' 권씨 하루 동행 취재…학교측 일방적 구조조정으로 농성

이승엽 인턴기자 ㅣ syeup20@naver.com | 승인 2018.01.25(Thu)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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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23일 새벽 5시. 서울 연세대학교 ‘청소 노동자’ 권아무개씨는 학교에 도착해 작업복으로 갈아입자마자 화장실로 향했다. 이 학교 중앙도서관 6층 청소를 전담하고 있는 그의 일과는 화장실 청소로 시작됐다. 사람이 없는 새벽 시간을 이용해 빨리 청소를 끝내기 위해서였다. “청소하는 동안 학생들이 화장실 이용을 못 하잖아요.” 쓰레기통을 비우고 바닥과 변기 물청소를 하는 그의 움직임이 바빠보였다. 락스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6층 화장실 한켠 청소도구함 안에 청소용 세면대가 있었다. 그런데 세면대 온수 쪽 수도꼭지 손잡이가 없었다. 중앙도서관에 있는 12개의 청소용 세면대 모두 하나씩 수도꼭지가 빠져있었다. 권씨의 말에 따르면, 3년 전 대학 측이 청소도구함 내 세면대 온수수도꼭지의 손잡이를 모두 수거해갔다. 학생들이 사용하는 일반 세면대엔 여전히 온수가 나오지만, 그는 “어떻게 학생들 손 씻는 데서 손걸레를 빨 수 있냐”며 되레 기자에게 핀잔을 줬다. 계속 되는 기자의 질문에 무심한 투로 대답을 하며 그는 찬물을 틀어 걸레를 빨기 시작했다. 고무장갑을 끼고 있었지만, 손이 시려오는 것은 막을 수 없을 터. 키 160cm도 안 되는 그는 까치발을 들어 차가운 걸레로 거울 끝까지 닦아냈다. 

 

오전 6시30분이 되자 학생들이 하나둘 두꺼운 외투에 가방을 메고 도서관으로 들어왔다. 권씨의 손발이 더욱 빨라졌다. 본격적인 학교의 일상이 시작되는 9시가 되기 전에 계단과 복도를 빗질하고 걸레로 닦고, 열람실과 휴게실 청소, 분리수거까지 마쳐야 하기 때문이었다. “조용하고 빠르게 해야해요. 내 자식 같은 우리 학생들 공부에 방해되면 안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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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측, 청소용 온수 수도꼭지 막아

 

1월16일 연세대학에서 일하는 청소·경비·​주차 노동자 100여 명이 본관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인원감축과 아르바이트 대체 등 학교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반대하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대학과 용역업체 측이 지난해 말 정년 등의 이유로 퇴직한 31명의 청소·​경비 노동자 결원 자리를 충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학 측은 새로 고용인원을 충원하는 대신 이 자리에 단기 아르바이트를 채용했다. 대부분의 대학 청소노동자 고용형태는 간접고용으로, 외부 용역업체를 고용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권씨가 6년 전 처음 이곳에서 일하기 시작했을 때 월급은 90만원이었다. 그후 조금씩 오른 최저임금 덕분에 지금은 140만원을 받는다. 시급은 올랐지만, 처우는 그다지 개선되지 않았다는게 이들 용역 노동자들의 말이다.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재정적 부담을 노동자에게 돌려 일자리 자체는 줄어들었다.

 

실제로 최근 들어 서울 시내 주요 대학들이 비용 절감을 이유로 청소 노동자를 단기 파트타임 노동자로 대체하고 있는 추세가 확인되기도 했다. 감원된 노동자 인원을 정규 채용이 아닌 임시직 채용의 형식으로 돌리는 식이다. 대부분의 대학 측이 내세운 이유는 ‘재정적 우려’였다. 등록금 동결 및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재정악화가 염려된다는 것이다. 연세대 본부 관계자는 “기존 노동자들의 임금이나 근로조건은 변경된 것이 없다. 해고도 없었다. 자연 감원된 부분을 파트타임 등 다른 고용방식으로 바꾼 것뿐”이라고 입장을 알려왔다. 고려대·​홍익대·​동국대 등에서도 청소 노동자 고용 문제가 비슷한 양상으로 펼쳐지고 있다. 

 

이에 대해 청소 노동자조합 측은 수천억 원대의 적립금을 쌓아놓은 대학이 단순 비용 절감을 위해 정규직 채용을 줄이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이 소속된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최다혜 조직부장은 "대체 아르바이트가 투입되면 피해는 결국 노동자분들뿐만 아니라 학생·​교직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반드시 학교의 구조조정을 막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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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라 불러주는 학생들의 작은 응원에 힘 얻어

 

오전 9시쯤 아침 청소가 끝난 뒤 권씨를 포함해 도서관에서 일하는 아주머니 7명이 지하에 있는 작은 휴게실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아침을 먹었다. 식비를 아끼려고 집에서 싸온 밥과 반찬을 서로 나눠먹었다. 이들의 작업복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이제야 권씨가 그 추운 날씨에 반팔의 작업복을 입고 있었는지 이해가 갔다. 한파경보가 발령된 이 날은 서울 아침 기온이 영하 13도였지만, 청소를 하는 그의 이마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60대 중반의 권씨가 이 일을 시작한 것은 “늙어서 자식 신세지지 않겠다는 마음에서”였다. 경제적으로 무능력했던 남편과 30대 중반에 갈라선 뒤 겨우 6살이었던 아들을 공부시키기 위해 사무직을 전전했다. 출근 전 새벽엔 김밥가게 알바를 했다. 그렇게 어렵게 번 돈으로 자식 대학 등록금에, 결혼까지 뒷바라지 했다. 지금은 작은 단칸방에 혼자 사는 권씨는 지금도 자식에게 누가 되기 싫어 스스로 일을 찾아 나선다. 집에서 준비해온 도시락을 기자에게도 나눠주며 그는 “자식에 손 벌리기 싫은 노인들을 위해서 임금은 적더라도 안정적인 일자리가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러니까 그에게 일자리는 단순한 ‘밥벌이’가 아닌, 스스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이유이자, 다음 세대를 위한 그만의 헌신인 셈이다.

 

그래서일까. 식사를 위한 쉬는 시간 한두 시간을 제외하곤 오전 5시부터 오후 4시까지 쉼 없이 움직여야 하는 일이었지만, 그는 ‘학생들 뒷바라지’를 한다는 자부심에 기쁨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리곤 기자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다며, 자신의 핸드폰에 찍힌 사진을 보여줬다. 사진에는 2층 여자 화장실 거울 한 켠에 노조 측 성명서가 붙어있고, 그 주변에 노란색 포스트잇들이 가득 붙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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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아버지 어머니들! 지지합니다” “늘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우리 함께 살아요”

 

거울엔 학생들의 응원 메시지가 한 가득이었다. “어떤 학생이 볼펜이랑 포스트잇을 놓고 갔나 본데, 여기 화장실 사용하는 학생들이 하나하나 붙여 준 것이다. 볼 때마다 힘이 나 자주 이곳에 와본다.” 

 

연세대에선 학생들이 직접 공동대책위원회를 조직해 학교에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55대 연세대 중앙운영위원회, 각 단과대 학생회 등 14개 학생 단체가 연대한 공동대책위원회는 부당한 구조조정을 규탄하고 학생들의 교육 여건을 위해서도 인력감축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세대 문과대학 동아리연합회 김연준 부회장은 “인력 감축 문제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학생과 교직원들에게도 피해가 가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연세대 졸업생 570명은 퇴직인원 31명을 제대로 신규 채용할 것을 주장하는 대자보를 학교 곳곳에 게재하기도 했다. 

 

대학 내 청소 노동자 고용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역시 고심 중이다. 청와대 관계자가 직접 연세대·​고려대 등을 방문하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지만, 구체적인 방안 마련은 요원해 보인다는게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하종강 주임교수는 “자연 감소하는 노동자의 자리를 단시간 노동으로 채우는 것 자체는 위법이 아니지만, 이로 인해 기존 인력의 업무량이 증가하면 노동 여건 저하에 따른 위법이 될 수 있다”며 “노동자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 대학 인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약자들의 연대를 통해 문제를 사회적인 의제로 연결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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