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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서울시 미세먼지 대책, 장기적 관점과 단기적 관점

이현우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정치경영학과 교수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1.26(Fri) 18:00:00 | 14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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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불청객이었던 미세먼지가 겨울에 극성이다. 그리고 서울시의 대책에 대한 찬반논쟁이 한창이다. 찬반의 주장은 서울시 대책을 단기적 관점에서 보는가, 혹은 장기적 관점에서 보는가에 따라 갈라진다. 지금 당장 비용 대비 효과가 미미하다는 경제적 관점은 쉽게 이해가 된다. 반면에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해 미세먼지 발생요인을 감소시키겠다는 방안은 선뜻 와 닿지 않는다.

 

이 논쟁을 이론적 틀을 이용해서 풀어보자. 죄수 딜레마 게임은 공범과 분리돼 취조를 받을 때 침묵보다 고백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나에게 유리한 구도를 설명한다. 의리를 지켜서 둘 다 침묵을 지키는 것이 둘 다에게 최선의 전략이지만 공범이 침묵하는 경우와 고백하는 경우를 따져보면 모두에서 내가 고백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결국 배신이 최선의 전략이 된다.

 

자가용을 가지고 갈 것인가, 대중교통을 이용할 것인가 선택의 문제에 적용해 보자. 만일 다수의 서울 시민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나는 훨씬 잘 뚫린 길을 즐길 수 있다. 시간단축은 물론이고 기름 값을 아낄 수도 있다. 만일 대다수의 자가용 운전자들이 무료 대중교통 이용을 외면하고 평상시처럼 자가용을 이용한다면 다른 날과 비슷한 도로 상태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두 경우 모두에서 나는 자가용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매력적이다. 문제는 모두가 나와 같은 생각을 한다면 서울시 대책은 아무런 효과가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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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구도를 협력 게임으로 바꿔 철학자 루소가 소개한 사슴 사냥 게임을 보자. 사냥꾼 두 명이 있는데 각자 사냥을 한다면 토끼를 잡을 수 있다. 그런데 둘이 힘을 합치면 더 큰 몫을 가질 수 있는 사슴을 잡을 수 있다. 각자가 사슴의 길목을 지키고 있는데 토끼가 나타나면 사슴의 길목을 포기하고 토끼를 쫓아야 할지 혹은 애초 약속대로 사슴 사냥을 계속해야 할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이 때 중요한 고려 요인은 사슴과 토끼의 상대적 가치다. 두 사냥감 사이에 가치 차이가 별로 없다면 토끼를 쫓을 것이다. 왜냐하면 만일 상대 사냥꾼이 약속을 어기고 토끼를 쫓는다면 약속을 지킨 나는 아무런 소득도 없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사냥감의 값어치 차이가 크다면 상대 사냥꾼도 토끼를 무시하고 사슴 사냥에 참여할 것이라고 믿게 되고, 나 역시 사슴의 길목을 지킬 것이다. 협력이 가능해진다.

 

이제 서울시 미세먼지 대책으로 돌아와 보자. 사슴 사냥 게임에선 두 명의 사냥꾼이 등장하지만 미세먼지 대책엔 엄청난 수의 시민 참여가 동시에 이뤄질 때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 즉 시민들이 미세먼지 문제의 심각성을 절감할수록, 그리고 대중교통 이용이 효과적이라는 믿음이 강할수록 참여 동인(動因)이 커지게 된다. 얼핏 보면 대중교통 이용 권장정책은 죄수 딜레마 게임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공동체의식이 게임의 구도를 협력 게임으로 만든다. 우리는 나의 한 표가 실제로 선거당락을 바꿀 가능성이 거의 없지만 시민의식을 가지고 투표에 참여한다. 경쟁이 치열했던 2012년 18대 대선에서도 당선자와 차점자의 차이는 100만 표가 넘었다. 그래도 투표율은 75.8%에 이르렀다. 국가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공동체의식의 힘이다.

 

서울시의 미세먼지 대책은 장기적으로 의미가 크다. 시민들이 미세먼지를 포함한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되고, 개인들이 환경개선에 노력하는 것이 가치가 있다는 공동체의식이 배양된다면 단지 미세먼지 문제가 아니라 지구 보호를 통해 삶의 질 향상이라는 거대 목표에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 서울시 대책의 목적이 지방선거와 관련됐다는 의심을 불식시킬 책임은 박원순 시장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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