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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과 내전의 땅 우크라이나에 울려 퍼지는 현의 음악

가장 우크라이나스러운 음악 ‘반두라’…소련 지배하에서 금지되기도

박종현 월드뮤직센터 수석연구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1.27(Sat) 12:00:00 | 14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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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해 북쪽에 위치한 우크라이나는 한반도의 세 배나 되는 거대한 영토를 지녔다. 러시아와 터키를 제외하면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위치에 있는 데다, 엄청난 양의 석유자원까지 품은 내륙해에 접해 있고, 드네프르강을 끼고 있는 세계적인 평원 곡창지대도 있다. 이러한 풍요로움으로 인해 이 지역은 수많은 세력들이 정치·경제·문화적으로 번성하는 기반이 되었고, 동시에 역사 속에서 주변 세력들이 끊임없이 이주하고 탐내고 또 침략을 일으켜온 곳이 되기도 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크림 반도 사태’로 인한 내전, 아니 내전을 넘어 EU-러시아 사이의 국제적 군사 분쟁이 이어졌기 때문에, 우크라이나는 ‘무서운’ 공간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듯싶다. 필자도 그 이미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막상 현지 음악가 친구와 연락을 나누다 “너희 동네는 괜찮니?”라고 물어봤을 때, “응, 뭐 예전이나 지금이나 전혀 변함없이 살기 힘들 뿐이야”라는 담담하면서도 냉소적인 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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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두라, 소련 체제서 민족주의 선동으로 읽혀

 

그러면서 그는 국제적 사태들이 그네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쳐왔는지를 말해 주었다. 최근의 일들을 포함한 여러 악재들로 인해 많은 우크라이나의 젊은이들이 헝가리나 폴란드 등 주변국으로 노동이주를 가게 되는 이야기들을 포함해서 말이다. 그 자신 역시 그러한 경험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한 국가적 고난들에도 불구하고, 친구를 비롯한 음악가들은 여전히 음악을 하며, 사람들은 삶 속에서 끊임없이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며 살아간다.

 

친구에게 “‘우크라이나스러운 음악’이라 했을 때 너라면 뭘 처음에 소개하겠느냐”고 물어보았다. 즉시 돌아온 답은 ‘반두라(bandura)’였다. “거리에 가면 반두리스트(반두라 연주자)들이 많아.”

 

호리병 모양의 발현악기(줄을 튕겨 소리를 만들어내는 현악기)인 반두라는 하프와 기타의 중간쯤 되는 형태라 말할 수 있다. 유형에 따라 다르지만, 50~60여 개의 줄이 나란히 달린 생김새, 그리고 기본 주법에 있어서는 현대 서양음악에서 쓰이는 하프와 비슷하다. 크기는 하프보다 훨씬 작다. 연주하는 모습을 보면 클래시컬 기타 연주 모습과 유사하다. 몸통을 다리 위에 올려놓은 채, 왼손을 기타와 유사한 방식으로 파지한 채 연주한다. 청아한 금속성의 소리가 기타와도, 하프와도 다른 특유의 느낌을 준다.

 

사실 요즘 연주되는 반두라의 형태는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니다. 현재의 형태가 확립된 것은 20세기 초반이고, 지금은 코브자(kobza)라고 불리는 일종의 류트(lute)를 그 전신으로 한다. 《갈란드 세계음악 백과사전》에 따르면, 이러한 종류의 악기들은 18세기까지 주로 시각장애인 직업 악사들에 의해 시장과 마을의 여러 행사들에서 연주되어 온 ‘거리의 악기’다. 이 악사들은 몇몇 구전 서사시들이나 종교적인 노래들을 연주에 얹어 불렀다. 만일 한반도에서 일제 시절 비파 병창(연주하면서 노래하는 것을 지칭)의 형태가 억압 속에 없어지지 않았다면, 이러한 코브자 연행(演行) 형태와 비교할 만하지 않았을까.

 

소련의 지배하에 놓인 후 이러한 거리에서의 민속악기 연행 전통은 사회주의 이념에 반하는 민족주의적 선동으로 읽혀 금지되었다. 많은 연주자들은 정치적·이념적 해석의 변화에 따라 때로는 ‘반동’으로 투옥되기도 하고, 때로는 정부가 마련하고 허가한 공식적인 민속음악 ‘제도’ 안에서 정부가 원하는 형태로만 연행하게 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독주와 독창 중심이었던 연행은 러시아가 동경하던 ‘서양식’ 오케스트라 스타일(다수의 반두라들이 함께 연주하는 형태), 혹은 소규모 앙상블 형태(다른 악기들과 ‘밴드’를 이뤄 협연하는 형태)로 바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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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음악가들의 삶의 형태까지 변화시켜

 

1930년대 ‘우크라이나 소비에트 공화국 국립 반두리스트 합창단’에서 활동하던 이들 중 일부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와 소련 사이에서 체제 선전의 도구로 이용되다, 연합군의 도움으로 미국 중서부 미시간 지역으로 이주하게 되는데, 그들은 새로운 삶의 장에서 ‘우크라이나 반두리스트 합창단(Ukrainian Banduristic Chorus)’을 조직해 서구 음악신(scene)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이 역시 마찬가지로 서구 오케스트라 스타일의 대규모 합창 및 합주를 보여주고, 또 역사적 고향땅의 춤 등 다양한 연행들도 무대에 올렸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좁은 의미의 ‘정치’가 음악의 형태들, 나아가 음악가들의 삶의 형태까지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예다.

 

물론 필자의 친구가 필자에게 보여준 현대 우크라이나 거리의 반두리스트들 모습은 그러한 대규모 연행과는 거리가 멀다. 주로 독주 혹은 2인조 형태를 띠며, 거리 여기저기에 앉아 음향장비 없이 연주하는 모습들이 마치 선대 직업 악사들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반두라로 종종 연주되는 우크라이나 민요 《하늘의 달》 가사에는 동방에서 온 코사크(Cossak)인이 한 아이의 노래를 듣고 마음이 미어진다는 얘기가 나온다. 우리 역시도 먼 데서 온 이방인 음악 여행자니까, 단조풍으로 이뤄진 반두라의 낯선 소리를 들으며 잠시 마음이 미어져보아도 좋겠다.

 

 

하늘의 달, 별들이 찬란하네

작은 배 고요히 바다로 흘러드네

소녀가 배 위에서 노래를 부르니

한 코사크가 듣네 - 심장이 무너지네

(민요 《하늘의 달》 초두)

 

※온라인 기사에서 해당 음악들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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