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에 판치는 '파라과이 영주권 브로커' 주의보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8.01.31 11:30
  • 호수 1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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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영주권 받으면 무료로 365일 카지노 출입 가능”…외교부 등록 안 된 불법 브로커 많아 피해 우려

 

국내 유일 내국인 카지노 강원랜드에 해외 영주권 장사를 하는 브로커들이 등장했다. 강원랜드가 지난해 4월 “도박중독자들을 줄이겠다”며 출입일수를 제한하자, “출입 제한을 받지 않는 해외 영주권자가 되게 해 주겠다”며 카지노 이용객들에게 접근하는 수법이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 이 같은 영업을 하는 업체들은 대부분 외교부에 등록되지 않은 불법 업체들인 것으로 확인돼 주의가 요망되고 있다.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강원랜드에 왜 해외 영주권 장사를 하는 브로커들이 나타난 것일까. 강원랜드 카지노 이용객 A씨에 따르면, 브로커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강원랜드는 2017년 4월 국회 등이 끊임없이 도박중독예방제도 마련을 요구하자 내국인 연간 출입일수를 180일에서 148일로 줄였다. 일명 ‘냉각기 제도’다. 강원랜드는 2개월 연속 월 15일을 출입하거나 2분기 연속 출입일수가 30일을 넘은 고객에게 1~3개월간 카지노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 시사저널 포토

 

‘냉각기 제도’ 시행 후 영주권 장사 본격화

 

그러나 이 제도가 시행되면서 부작용이 양산됐다. 상시 출입하는 이용객들에게 접근, 매일 카지노에 출입할 수 있도록 해외 영주권을 마련해 주겠다는 브로커들이 등장했다. 해외이주자는 카지노 출입일수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브로커들은 “해외 영주권을 획득하게 되면 카지노를 출입일수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상시 무료입장도 가능하다”며 이용객들에게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랜드는 현재 내국인에게 입장료로 9000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이나 해외이주법에 따른 해외이주자의 경우 입장료가 면제된다.

 

기자가 최근 확인한 브로커 B씨 역시 ‘파라과이 영주권 전문 대행업체’라는 간판을 걸고 영업을 하고 있었다. 그는 “재외국민 등록을 하고 거주여권을 발급받은 뒤, 거주여권만 보여주면 회원카드를 발급해 준다. 이후 거주여권을 보여주면 (카지노는) 입장료 없이 입장권을 드린다”고 설명했다.

 

카지노를 상시 출입하는 일명 ‘레귤러’들이 이들의 집중 영업 대상이다. 브로커들은 강원랜드에서 게임을 하고 있는 레귤러들에게 접근해 “영주권을 발급받게 해 주겠다”며 700만원에서 2000만원까지 수수료를 요구한다. 일명 ‘중개료’다. 고객이 파라과이 공항에 도착한 이후부터 현지 여행사 직원들이 모든 일정을 동행한다. 이들이 영주권 발급에 필요한 서류 발급과 통역을 대행하기 때문에, 고객들은 서명만 하면 발급 절차가 마무리된다. A씨는 “업무수수료만 받는다고 하지만 브로커들에게 지급하는 비용은 따로 있고, 현지에 가면 또 돈을 내야 한다”며 “3000~4000달러 정도를 지급하는데 현지에 도착하면 반을 지불하고, 모든 절차가 끝나면 반을 더 지불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C업체에 따르면, 이들은 고객을 호텔에 투숙시킨 후 한인신용협동조합을 통해 본인 확인과 서명을 받는다. 파라과이 주재 한국대사관을 방문해 서류 확인 및 본인 확인 절차를 마친 뒤 제3국에 있는 파라과이 영사관을 방문해 파라과이 비자를 취득한다. 이후 다시 파라과이 외무부를 방문해 제3국 취득 비자를 검토하고 본인 확인을 마친 뒤 파라과이 이민청을 마지막으로 방문해 영주권을 신청하는 방식이다.

 

영주권 발급에 필요한 총 기간은 한 달 정도다. 일부 업체는 “파라과이 영주권은 최단 시간 취득이 가능한 영주권으로, 거주여권을 발급받을 경우 카지노 출입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며 “파라과이 이민국에서 직접 일한 경험이 있어 신속한 발급 절차가 가능하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실제로 한 업체를 접촉해 본 결과, 영주권을 받기 위해 파라과이에 실제로 거주해야 하는 기간은 일주일에 불과했다. 업체 관계자는 “입국 심사 때 적을 주소만 있으면 된다. 일정이 정해지면 안내해 주겠다”며 “영주권 취득 이후 거주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파라과이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영주권을 쉽게 발급받을 수 있다. 5000달러(약 550만원)를 국책은행 계좌에 6개월 동안 예치하면 된다. 영주권 유지비용이 없을 뿐 아니라 서류 절차가 비교적 간단한 편이다. 한 업체는 “현재는 예치금을 다른 명의로 빌려 예치하는 루트가 있어 사실상 예치금 5000달러 자체도 필요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해외 영주권을 명목으로 강원랜드에 브로커들이 등장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8년 외국인 카지노 직원과 브로커들이 강원랜드 카지노 VIP 고객들을 상대로 불법 영업을 벌인 적이 있다. “남미 국가 영주권을 만들어줄 테니 강원랜드까지 가지 말고 서울의 외국인 카지노에서 게임을 하라”는 것이었다. 이들은 브로커를 통해 영주권이 있는 것처럼 서류를 위조했고, 이를 통해 거주여권을 발급받게끔 했다. 이들은 2011년 관광진흥법 위반 등으로 기소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등을 선고받았다. 

 

강원랜드에 등장한 업체 중 한 곳은 이 사건을 언급하면서 “현지에 가지도 않고 영주권을 받을 수 있다고 믿는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직접 이민국에 들어가서 절차를 밟아야 하고 전산에 등록된 것만이 가짜가 아니다”며 “자기 업체처럼 확실한 업체를 통해 영주권을 발급받아야 한다”고 광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거주여권은 2017년 12월21일 폐지됐다. 해외이주법 및 여권법 시행령에 따라 거주여권 제도가 없어져 거주여권은 더 이상 발급받을 수 없다. 외교부는 거주여권 대신 ‘해외이주 신고 확인서’를 발급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거주여권 대신 해외이주 신고 확인서를 발급하는 것은 해외에 이주하고 있는지 확인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영주권을 발급받았다고 해도 반드시 해외이주 신고 확인서를 발급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언급했다. 브로커를 통해 파라과이 영주권을 발급받는다 하더라도, 해외이주 신고 확인서를 발급받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외교부에 등록돼 있지 않은 업체가 영주권 발급 등 해외이주 업무 대행을 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해외이주법에 따라 해외이주자를 모집·알선하거나 해외이주 신고 대행, 해외이주와 관련된 상담 및 안내 행위 등을 하는 사업자는 반드시 외교부에 등록해야 한다. 포털사이트를 통해 파라과이 영주권 알선업을 하는 업체들은 외교부에 고시된 해외이주알선업 명단에도 포함돼 있지 않아 주의가 요망된다.

 

 

미등록 업체의 해외이주 업무 대행은 불법

 

외교부 관계자는 “해외이주법의 최소한의 등록요건을 구비한 업체들이 외교부에 등록돼 있다. 반드시 해외이주알선업 명단에 포함된 업체를 통해 해외이주와 관련된 업무 대행을 맡기거나 상담을 받아야 한다”며 “등록돼 있지 않은 업체가 영주권 장사 등을 목적으로 업무를 할 경우 불법”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해외이주법은 생업에 종사할 목적으로 해외에 이주하거나, 외국인과 결혼하는 경우에 한해 해외이주자로 보고 있다. 카지노 출입을 할 수 있는 내국인은 이 같은 해외이주자로 제한된다. 실제로 생업을 위해 파라과이에 거주하거나, 파라과이 국적의 외국인과 결혼하는 것이 아닌데도 영주권과 해외이주 신고 확인서를 발급받을 경우, 사기죄나 사문서위조행사죄, 위계에 의한 공무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법무법인 해내의 박종언 변호사는 “보통 업체에 소속된 브로커의 국적에 따라 처벌받게 된다. 파라과이 국적을 가진 자가 실제로 파라과이에 거주하지 않는 사람을 거주하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이민국 등에 제출할 경우, 파라과이 국적법과 이민법 등에 저촉될 여지가 있다. 한국 국적일 경우 사문서위조죄에 해당할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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