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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미국, 일본·인도·호주 지렛대 삼아 북한 ‘견제’

[양욱의 안보브리핑] 2018년 국방전략에 북한 ‘4대 위협’ 포함시켜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WMD 대응센터장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2.01(Thu) 13:00:00 | 14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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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새로운 국방전략이 발표됐다. 지난해 12월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이 발표된 지 1개월 만에 나온 국방전략이다. 지금까지 미국은 새 행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앞으로 추진할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이 무엇인지 미국 국민에게 발표해 왔다. 1986년 ‘골드워터-니콜스법’에 따라 매년 보고서를 내도록 해 왔지만 실제로는 대통령 임기 동안 한 번만 발표해 왔다.

 

매번 발표되는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에는 미 행정부가 추구하는 국가안보 이익이 무엇인지, 그리고 여러 국제적 안보환경과 안보적 도전을 어떻게 평가하는지가 나와 있다. 필요시 어떻게 대응할지도 명시돼 있다. 그렇기에 국가안보전략은 군사뿐 아니라 외교·경제·에너지 등 다양한 측면의 안보 이슈를 점검한다. 한마디로 행정부가 어떠한 국가 이익에 중점을 두고 나라를 끌어갈지 보여주는 ‘빅픽처’라고 보면 된다.

 

여전히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는 경제대국이자 군사대국이기에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은 수많은 국가들이 꾸준하게 추이를 지켜본다. 그리고 이에 따라 국제정세가 변해 왔다.

 

이렇게 국가안보전략이 마련되면, 이를 ‘국방’이란 측면에서 구체화하게 되는데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바로 국방전략(National Defense Strategy)이다. 국가안보전략이 국가 전체를 아우르는 대통령의 안보전략이라면, 국방전략은 국방장관 차원에서 답을 찾는 전략서다. 그렇기에 국방전략은 국가안보전략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 국방부 차원에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보다 구체적으로 다룬다.

 

국방전략은 통상 4년 주기 국방검토보고서(Quadrennial Defense Review)와 함께 발행된다. QDR이란 대통령의 임기 내 국방전략을 달성하기 위해 예산과 전력 편성을 어떻게 하는지 요약하는 의회보고서다. 국방예산을 짜는 국회에 QDR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다시 말해 국방전략과 QDR은 정치적 차원에서 국방의 방향성을 정해 주는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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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보전략, 트럼프 정부 국방전략의 핵심

 

국방전략이 나왔다 해서 끝난 게  아니다. 이를 군사력 차원에서 적용 가능하도록 방향성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게 합참이 국방장관에게 제출하는 국가군사전략(National Military Strategy)이다. 국가군사전략은 국방전략을 토대로 만들어진다고 보면 된다. 합참 단계에서 전략서가 나오고 나면 그다음에는 육·해·공군 등 각 군이 마련한 전략서가 나온다. 이러한 미국의 군사전략 단계는 정치적인 고려가 배제된 순전히 군사적·기술적인 내용만 다룬다. 구조상으로 보면 매우 논리적이고 치밀하다.

 

그런데 여기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애초에 이 모든 전략 문건들의 시작점은 국가안보전략이다. 국가안보전략이 치밀하거나 커다란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면 나머지 노력들도 방향성과 중심을 잃고 흔들릴 수 있다. 종종 그랬다. 냉전 이후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지위를 누려오다가 9·11테러로 뒤통수를 맞았던 미국의 전략적 대응은 일관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냉전 후 미국의 국방 역사는 ‘군축의 역사’였다. 1990년대에도 미국은 세계의 경찰 역할을 그대로 유지했다. 다만 냉전 후의 맥락은 달랐다. 당시 미국은 중동에 대한 영향력 유지를 최우선으로 한 채, 국익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국가들에 대해선 적당히 무시해 왔다. 발칸반도만 해도 인종청소가 극심하던 당시에는 눈을 돌리고 있다가 결국 1999년 마지못해 개입했다.

 

그러다 2001년 9·11테러가 발생하자 미국은 다시 전쟁에 뛰어든다. 9·11테러는 일본의 진주만 공습 이후 첫 피습이었고 본토로 치면 최초의 피해였던 데다 희생자가 전부 민간인이었기에 미국의 충격은 더 컸다. 그랬기에 이는 정권 차원에서 대응할 일이었다. 우선 오사마 빈 라덴을 잡고자 아프가니스탄에 들어간 것이다. 그리고 부시 정권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하면서 슬그머니 이라크를 대상에 올려놓았다.

 

결과는 대혼돈. 비록 독재자 하나를 없앴을지 모르지만 이라크 전역이 일대 혼란에 빠졌다. 미국은 재건에 성공했다며 2010년 철군을 선언했지만 그 기저에는 ‘더 이상의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오바마 정부의 생각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발을 완전히 빼는 것은 불가능했다. 2013년 ISIS(이슬람국가)가 이라크 북부로 밀고 들어오자 오바마도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게 된 것이다. 지상군을 보낼 수 없다 보니 주로 공습으로 작전을 진행했고 겨우 일부 지역에만 특수부대를 보내는 수준이었다. 그 결과 ISIS를 틀어막으려면 이란의 도움이 필요해졌다. 미국이 오바마 정부 때 이란과 핵협정을 맺은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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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 후 미국, 중·러 견제 실패해

 

전체적으로 미국이 냉전 후 큰 밑그림을 그리는 것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평가다. 소련이 붕괴하자 미국은 핵군축을 통해 러시아의 핵무장을 내려놓도록 하는 데만 집중했지, 러시아가 민주국가로서 자리 잡도록 지원할 생각은 별로 없었다. 그 결과 푸틴과 같은 강력한 독재자가 등장해 러시아가 민족국가로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다. 세계 석유시장을 활용해 경제력을 재건한 푸틴은 국방개혁을 통해 군사력 강화를 추구했다. 체첸을 진압하고 조지아를 정리한 러시아는 급기야 2014년 크림반도를 합병하면서 미국과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행동으로 표현했다. 이제 러시아는 시리아 사태까지 개입하면서 본격적으로 미국과 힘의 경쟁에 나서고 있다.

 

중국에 대해서는 더 부족했다. 2001년 대(對)테러전쟁을 맞으면서 경기활성화를 위해 ‘세계의 공장’인 중국을 적극 활용했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의 행보는 중국에 경제적 번영을 가져다줬고 그런 과정에서 중국은 차분히 미국에 대한 칼을 갈아왔다. 결국 오바마 2기 들어 중국과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긴장은 높아지고 있다.

 

현재 트럼프의 미국은 역대 행정부와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단순히 공화당과 민주당의 차이가 아니다. 우선 너무도 직설적이다. 세련된 수사(修辭)로 중국과 러시아 등 경쟁국들을 치켜세우는 위선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대신 직접 충돌의 가능성이 높아졌다. 친(親)러 정책을 표방하던 트럼프는 러시아 스캔들이 발생하자 오히려 러시아와 각을 세웠다. 중국에 대해서도 경제적 실리를 취할 거라는 관측과 달리 강경한 노선을 유지 중이다. 미국에 결코 유리하거나 우호적이지 않은 국제 상황에서 꽤나 필사적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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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18일 발표된 ‘2017년 국가안보전략’에서 트럼프 정부는 국익을 4개로 표현하고 이를 국가안보의 4대 기둥으로 삼았다. △국민·영토·생활방식의 보호 △미국의 번영 촉진 △힘을 통한 평화 보존 △미국 영향력의 확대 등이 바로 그것이다. 바로 직전 오바마 정부가 안보·번영·가치·국제질서의 4가지 국익을 내세운 것에 비하면 더욱 안보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볼 수 있다. 풀이하면 힘을 바탕으로 미국 제일주의(America First)를 실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러한 기조하에서 미국이 중점을 두는 지역은 바로 ‘인도-태평양 지역’이다. 오바마 정부 시절 아시아 회귀정책이나 아·태 재균형 전략 등으로 아시아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다만 인도까지 포괄함으로써 중국에 대한 포위망을 더욱 촘촘히 넓혔다.

 

눈에 띄는 것은 러시아와 중국을 바라보는 미국의 관점이다. 과거 어느 때보다 노골적으로 중·러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중·러 양국이 미국이 추구하는 자유주의적 세계질서와 정반대되는 세상을 만들기를 원한다고 정의했다. 실제로 러시아는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개입을 통해 서유럽을 압박하고 시리아 내전 개입을 통해 중동에서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중국은 아시아의 패권을 기정사실화하는 가운데, 이란을 통해 은밀히 중동에 영향력을 높이고 아프리카에 대한 미래 투자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현실적으로 트럼프 정부는 부시 정부처럼 예방타격을 할 수도 없고 오바마 정부처럼 방임과 철수를 할 수도 없다. 이런 딜레마가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곳이 바로 북핵이다. 오바마 정부가 전략적 인내를 표방하면서 북핵 문제에 손을 놓고 있는 사이, 북한은 급기야 초기적 수준의 수소탄 개발에 성공하고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완성을 눈앞에 두며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갖춰가고 있다. 북핵 위협이 증가하면서 일본과 한국 등 전통적 우방국들이 심각하게 취약해졌다. 심지어는 북한의 핵무기가 이란 등 국가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최대의 압박과 관여라는 정책기조를 내놓았지만 실행 전략은 아직도 모호하다. 2017년에 무려 2차례 이상 강하게 군사적 압박을 가했지만 변화는 없었다.

 

이런 와중에 올 1월18일 매티스 국방장관은 돌연 2018년 국방전략을 발표했다. 사실 국방전략의 전문은 일반에 공개한 요약문이다. 국가안보전략을 발표하며 백악관이 던진 공을 국방부가 잡아서 다시 던지는 꼴이다. 이번에 발표된 미국의 국방전략은 어떤 문건보다도 함축적이지만 힘이 실렸다. 과거 정부의 국방전략들은 전략적 정수를 담았다기보다는 다양한 국방현안을 다룸으로써 전략서라기보단 백서에 가까운 성격을 보였다. 그러나 매티스는 달랐다. 자신이 원하는 말만을 골라서 전달했다.

 

우선 위협 대상이 더욱 명백해져 4대 위협으로 요약됐다. 우선 중국과 러시아는 잠재위협을 가진 수정주의 강대국으로서 명백한 위협으로 지적됐다. 중국은 약탈적 경제로 주변국을 위협하고 남중국해를 군사화하고 있고 러시아는 주변국에 대한 비토권을 행사하며 압박을 가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또한 2차 대전 후 국제질서를 무너뜨리는 불량정권으로는 이란과 북한이 지적됐다. 이란은 핵개발과 테러 지원으로 중동지역에서 꾸준히 안정을 위협하고 있으며, 특히 북한은 유엔 제재에도 불구하고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 등 불법행동을 자행하며 위협적 언사를 반복함을 지적했다.

 

대응책으로는 3가지가 거론됐다. 우선 합동군의 치명성을 높이기 위해 군사력을 재건하고, 둘째로 새로운 안보 파트너를 물색하면서 동맹을 강화하며, 마지막으로 가용한 예산하에서 성과를 높이기 위해 국방부의 기존 관행을 개혁할 것임을 밝혔다. ISIS가 정리됨에 따라 국가 대 국가의 위협에 대한 대응이 강조됐고, 대테러전쟁이 아니라 이제 세력경쟁에 대응하는 군사력을 키우겠다는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특히 대테러전쟁으로 군사력을 소진하면서 ‘전쟁의 모든 영역에서 경쟁적 우위를 상실’했다고 자평하며 미국의 군사력을 부활시키겠다는 큰 비전을 제시한 것이다.

 

미국의 전략변화는 우리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우선 가장 큰 변화는 북한의 위상변화다. 냉전 이후 처음으로 북한이 미국의 안보위협 우선순위에 본격적으로 올랐다. 특히 미국은 북한의 WMD(대량살상무기) 개발이 단순히 정권의 생존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본과 한국 등 주변국에 대한 레버리지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한다. 현재 북핵은 미국보단 한국이나 일본을 향한 공격용이라는 것이다. 비록 미국이 북한을 예방 타격하는 ‘코피 전략(Bloody Nose Strategy)’을 취할 가능성은 낮지만 트럼프 정권하에서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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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이후 북한 도발 예상돼

 

비록 급격한 군사행동을 취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동북아 지역에서 군사적 대비는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기존의 안보동맹국을 강화시키고 새로운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 미군과 섞여서 싸울 수 있도록 호환성을 높이고 동맹국을 묶어 집단안보가 가능하도록 준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인도-일본-호주를 묶은 안보협력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어쩌면 내심 한국이 이 네트워크 안에 들어오길 바랄 것이다.

 

우리에겐 좀 더 실무적인 고민도 있다. 당장 올림픽 후 한·미 연합훈련과 올해부터 시작되는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이다. 이미 트럼프는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미국과의 군사협력에 적극적인 일본도 있다. 어느 정도로 합리적인 선에서 분담금을 결정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그러나 핵심은 역시 한·미 연합훈련이다.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로 잠시 훈련이 연기되긴 했지만, 대화 분위기가 계속될지 장담하기도 어렵고 이를 주도할 레버리지가 없다. 결국 북한이 올림픽 효과를 다 활용하고 돌아가면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은 계속될 것이다. 이미 북한은 올림픽 시기에 맞춰 열병식을 벌여 효과를 최대한 만끽하려 하고 있다. 미국이 참고 있을 거라는 보장은 없다.

 

미국의 군사력은 냉전 후 유연한 대처만을 강조해 왔지만 이제는 맥락이 달라졌다. 과거 냉전 시절의 미·소 대결 구도로 회귀할 가능성은 낮다. 그렇다고 중·러의 수정주의 행태나 북한의 위협적 행동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지 않는 것 또한 현실이다. 결국 국가 대 국가로서 군사력과 의지의 대결을 통해 평화를 유지해야만 하는 시기가 미국이 잠들어 있는 사이에 다시 도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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