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카페’에도 어김없이 불어닥친 ‘최저임금’ 한파
  • 구대회 커피테이너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2.02 10:44
  • 호수 1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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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대회의 커피유감] 직원과 지분 공유 시 세제 혜택 등 지원책 필요

며칠 전 페이스북 친구인 모 중견 커피업체 대표가 “왜 우리 업계에는 좋은 인재가 오지 않는가”라며 개인적인 넋두리와 그들에 대한 안쓰러움을 담은 글을 올렸다. 내용은 이렇다. 그동안 사업을 하면서 2만 통에 가까운 이력서를 받았는데, 정말 이력서다운 것은 1% 미만이라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좋은 환경 속에서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이 업계에는 거의 없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흙수저들이 호소하는 지금의 양극화 문제 극복은 균등한 교육 기회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개인적인 해법도 글에 담았다.

 

어디 이 문제가 커피업계에만 해당하는 것일까? 필자는 과거 모 금융 대기업 인사팀에서 신입사원 채용을 담당했었다. 신입사원 이력서를 받아보면 그 가운데는 명문대 출신임에도 회사명을 엉뚱하게 쓴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었다. 원인은 여러 회사를 지원하면서 회사 이름조차 고치지 않고 이력서를 그냥 보냈기 때문이다. 이 정도라면 회사에 대한 지원 포부는 읽어보지 않아도 된다. 당연히 이런 지원자는 학교와 학점 그리고 영어성적에 관계없이 서류에서 탈락시켰다. 겉으로 보이는 지원자의 능력뿐 아니라 태도까지 중요함을 보여주는 예라 하겠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스타벅스 커피 매장 © 시사저널 박정훈

 

최저임금 인상으로 카페마다 알바생 줄여

 

흔히 말하는 좋은 인재가 커피업계에 진입하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조건은 무엇일까? 필자는 이 업계가 전도유망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보장할 때 해결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커피업계는 작은 카페 알바부터 큰 커피회사의 정규직까지 영역이 다양하다. 이를 좁혀 가장 일자리도 많고 흔히 접하는 바리스타를 예로 들어보자.

 

바리스타는 크게 두 가지 길이 있다. 카페를 스스로 창업하거나 남의 카페에 고용되어 일하는 경우다. 카페에서 일하는 경우, 매장을 전담하는 매니저나 실력이 출중한 경우가 아니면 대개 최저시급 수준의 급여를 받는다. 2018년은 작년보다 16.4% 인상되어 7530원이다. 문재인 정부의 계획대로면 2020년에는 1만원에 이르게 된다. 하루에 10시간씩 20일을 일할 경우, 200만원의 수입이 보장된다. 이렇게 되면 앞서 언급한 좋은 인재들이 커피업계로 진입할까? 결론은 절대 아니다.

 

우선 요즘 갑작스러운 시급 인상 때문에 카페마다 시간제 근로자의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있다. 시간을 줄이지 않는 경우, 세 사람이 할 일을 두 사람으로 조정하고 있다. 살아남는 자의 급여는 일정부분 오르겠지만, 상당수 근로자는 과거 일자리조차 위협받고 있는 것이 커피업계의 현실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저시급의 급격한 인상은 물가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당장 밥값이 500원에서 1000원씩 움직이고 있다. 필자를 비롯한 카페 사장들의 가장 큰 걱정은 최저시급의 급격한 인상만이 아니다. 최저시급 인상발(發) 커피 부재료 값과 임차료 등의 인상이 더 큰 고민이다. 커피 한 잔을 만들기 위해서는 원두, 우유, 시럽, 초코소스, 캐러멜소스, 휘핑크림, 휘핑가스, 각종 시럽 등이 필요하다. 올해 이미 대부분의 커피 부재료 값이 10% 정도 인상되었다. 커피 음료 가격을 인상하지 않고는 다른 방법이 없지만, 손님이 떨어질까 두려운 마음에 이마저도 쉬운 일이 아니다. 조심스러운 예측이지만, 결론적으로 지금과 같은 정부의 급여 조정으로는 커피업계 역시 어려움에 처할 것이 분명하다.

 

좋은 인재는 고사하고 지금의 일자리조차 위협받게 되는 현실을 목도할 것이다. 정부의 과도한 개입보다는 업계의 자정을 제안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좋은 인재를 확보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급여뿐 아니라 비전이 있어야 한다. ‘지금 일하고 있는 직장 이후에는 무엇을 해야 하나’라는 고민이 쌓이면 결국 이직을 하거나 자의반 타의반 직종전환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월급을 얼마만큼 줘야 실력과 고객응대를 잘하는 직원을 구할 수 있을까. 월급은 물론이고 그보다는 직장의 안정성과 이 일을 계속하면 앞으로 내 생활이 나아질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어야 한다.

 

얼마 전 꽤 유명한 카페에 간 일이 있다. 매장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고 직원들은 이들을 응대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조금 놀란 것은 그 많은 직원 가운데 단 한 명도 웃는 얼굴을 한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원인이 무엇일까? 장사가 잘되는 게 자기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런 매장이 언제까지 장사가 잘될까? 결국 손님을 부르는 것도 직원이고 내쫓는 것도 직원이다. 직원이 만족하지 않으면 사업은 잘될 수가 없다.

 

장사가 잘되는 카페에서 일정 지분을 가지고 있으면서 오래도록 일하는 것이 본인에게나 카페 사장에게나 도움이 된다. 카페에서 일하는 바리스타들의 가장 큰 소망은 오너 바리스타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창업하는 데 목돈이 드는 것은 물론, 설사 창업했다 하더라도 성공하는 경우는 열에 하나 정도다. 주 5일, 하루에 10시간씩 일하면서 200만원 정도를 받고, 배당으로 월 100만원 정도가 나올 수 있다면 굳이 창업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가운데)과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왼쪽)이 1월19일 소상공인에게 최저임금 인상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알바생 처우 나아져야 다양한 성공 모델 나와 

 

필자는 향후 열게 되는 카페 매장의 지분을 직원이 원할 경우 매입할 수 있는 옵션을 주기로 했다. 당장 올 4월에 오픈할 매장부터 실행에 옮길 생각이다. 우선 성실하게 오래 일한 직원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것이다. 개인적인 목표는 앞으로 10년 정도 일한 직원이 급여와 배당으로 월 500만원 정도를 가져가는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직원들은 자기 일처럼 매장을 찾은 손님을 웃는 얼굴로 대할 것이다. 이게 정착되면 좋은 인재들이 너도나도 이력서를 넣지 않을까?

 

이것은 어디까지나 필자의 사례다. 하지만 커피뿐 아니라 다른 요식업계에서도 적용 가능한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실행에 옮겨 재미를 보는 업체도 있는 것으로 안다. 정부가 천편일률적인 정책으로 밀어붙여 부작용만 양산하기보다는 차라리 사업자가 종업원에게 배당하는 경우, 배당이자에 대한 세율을 감면하는 정책을 추진하면 어떨까? 최저시급 인상을 넘어서는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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