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 감사 과정에서 연구원들 불법 뒷조사 '논란'
  • 대구 = 박동욱 기자 (sisa510@sisajournal.com)
  • 승인 2018.02.04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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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연구원 "이메일 무단 열람"…가스공사 "위법성 없어"

한국가스공사(사장 정승일)가 국정 과제를 수행하는 연구원들을 뒷조사하는 과정에서 개인 이메일을 무단으로 열람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빚고 있다. 특히 가스공사는 다른 공기업과 달리 기존 감사실 조직 이외 검사 출신을 단장으로 한 기동감찰단을 가동, 노조로부터 직원들을 잠재적 범죄인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반발을 사고 있다. 

 

대구에 본사를 둔 가스공사 감사실은 지난해 말 한달여 동안 가스연구원 연료전지센터에 대한 집중 감사를 실시, 지속적으로 비리 행위를 저지른 연구원 1명을 해임 조치할 것을 회사측에 권고했다. 또다른 연구원 3명에 대해 정직 또는 감봉을, 수석연구원과 센터장의 경우 견책이라는 징계안을 제시했다. 해임 처분을 받은 연구원 이외 센터장을 비롯한 5명은 최근 열린 회사 인사위원회에서 한 단계씩 징계 수위가 낮아졌지만, 연료전지센터는 조직원 6명 모두 징계를 받아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다. 

 

대구 동구 혁신도시에 있는 한국가스공사 본사 전경. ⓒ 가스공사 제공

 

 

 

연료전지센터 연구원 6명 모두 징계…1명은 해임 


연료전지는 천연가스나 메탄올 등 화학에너지를 전기와 열에너지로 변화시키는 발전형 전지로, 높은 에너지 변환 효율에다 대기오염 물질을 거의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로 꼽히고 있다. 가스안전공사는 이같은 연료전지를 미래 친환경 에너지로 보급한다는 목표 아래 지난 2003년부터 정부로부터 6건의 기술개발을 위탁받아 핵심부품 개발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과제 수행과정에서 지난 2011년 이후 연료처리장치 주요부품 가격만 매년 수십억원씩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국정 프로젝트다.

 

국가 에너지 정책을 바꿀 만한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가스연구원 연료전지센터에 대한 가스공사의 자체 감사는 연료처리장치 시제품 제작과 관련한 외부인의 투서에서 시작됐다. 

 

해당 연료전지센터는 지난 2011년부터 5kw급 연료전지용 연료처리장치 모듈개발을 위한 장치 18기를 포함해 기술개발용 시제품으로 연료처리장치 31기를 제작했다. 시제품을 제작하거나 부품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책임연구원이 다른 연구원의 묵인 내지 도움을 받아 친형이 대주주로 있는 특정 기업에 특혜를 지속적으로 베풀며 국가 예산을 낭비했다는 게 투서 내용이었다. 

 

제보를 받은 가스공사 감사위원회는 발빠르게 움직였다. 가스공사 감사 라인은 일반 기업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이원화 구조다. 일반적인 감사실 이외 기동감찰단이라는 특수 조직이 별도로 구성돼 있다. 반복되는 비리에 엄정하게 대처한다는 취지로 지난해 6월 발족했다. 검사 출신 단장을 비롯해 6명으로 조직돼 있다.

 

 

노조 "직원들을 피의자 취급하는 기동감찰단 폐지" 주장

 

가스공사에 따르면, 처음 제보를 받은 기동감찰단은 연료전지 연구원들에 대한 이메일 열람부터 조사에 들어갔다. 피의사실이 농후하고 회사 이익을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사안인 경우 범위를 정해서 개인의 동의 없이 이메일 등 개인정보를 캘 수 있다는 법률 자문을 로펌으로부터 받은 뒤였다. 

 

감찰단은 해당 연구원들에 대한 이메일 등을 통해 연료처리장치 시제품 제작과 부품 구입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특혜를 베풀어 온 정황을 밝혀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해당 연구원들은 회사 측의 감사 과정과 결과에 반발하고 있다. 특히 해임 처분을 받은 연구원의 경우 법적 대응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연구원은 자신과 무관하게 회사측이 선정한 업체와 정상적으로 업무를 처리해 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가스공사 감사팀은 관련 연구원이 친형 관련 업체가 이익을 낼 수 있도록 주요 부품을 부당하게 구매하는 등 국가 예산을 낭비한 내역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피의 사실과 별도로 감사 과정의 불법성 논란도 커지고 있다. 노조는 이번 사안과 관련, 이메일 무단 열람 등 기동감찰단의 무리한 감사 과정에 대한 문제점과 함께 짜맞추기식 감사를 지양해 줄 것을 회사측에 공식적으로 제기했다. 노조 관계자는 "이번 사건 관련자에 대한 인사위원회에서 부적절한 감사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면서 "기동감찰단이란 별도의 조직을 만들어 직원들을 감시하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 회사 방침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이 팽배해져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해당 연구원에 대한 이메일 열람의 경우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한 조치로, 위법성이 없다는 로펌의 법률자문을 받았다"며 "기동감찰단은 다른 공기업에도 운영되는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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