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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택 “한국 대통령은 결코 ‘제왕’ 아니다”

[인터뷰] 개헌특위 자문위원 강원택 서울대 교수

최예린 인턴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2.05(Mon) 15:10:23 | 14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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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개헌안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각 정당들은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카드를 숨기고 있을 뿐 아니라, 이미 공개된 부분에서도 역시 큰 의견 차를 보이고 있다. 개헌 논의가 쉽지만은 않아 보이는 이유다. 지방분권 필요성에는 의견이 모아진 듯 보이지만, 개헌특위 자문위 안(案)이 지방정부에 너무 많은 권한을 부여했다는 이견도 나온다.

 

역시나 가장 합의가 요원해 보이는 지점은 정부 형태다. 민주당은 사실상 4년 중임제를 당론으로 내세웠지만,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은 분권형 대통령제를 내세울 모양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내각제도 제시되고 있지만, 선호도가 워낙 낮기 때문에 4년 중임제와 분권형 대통령제로 의견이 좁혀지고 있다. 1년간의 개헌특위 자문위원회 활동을 마친 강원택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대통령제가 근본적으로 가지는 결함을 지적하며 내각제를 주장해 왔다. 지난 1월29일 서울대에 위치한 그의 연구실에서 만난 강원택 교수는 “개헌이 근본적으로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정부 형태에 대해 과연 의견이 모아질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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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권형 대통령제와 4년 중임 대통령제로 정부 형태에 대한 논의가 모아지고 있다. 어떤 게 더 가능성 있다고 보나.

 

“큰 틀에서는 분권형 대통령제로 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대통령과 총리의 권한을 나누는 게 어려울 것이다. 통일·외교·국방은 대통령, 나머지 내치는 총리에게 주자는 게 일반적이다. 한국 정치에서 가장 민감한 사안들이다. 만일 개성공단 문제가 나오면 대통령은 북한 문제니 자기 권한이라고 주장하고, 총리는 우리 기업들이 들어가는 경제 문제니 자기 권한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이렇게 시스템 내에서 분열이 생기는 건 심각한 체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 이유에서 내각제를 주장하는 건가.

 

“일단 대통령제가 가진 여러 단점이 있다. 지금의 대통령제에서는 대통령이 정책을 추진하기가 매우 어렵다. 대통령이 매우 강한 의회의 견제를 받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누구나 다 얘기하는 제왕적 대통령의 사례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하려고 했던 공공기관에 대한 개혁, 노동정책은 하나도 입법화 못했다. 정책적 실행 측면에서 한국의 대통령은 굉장히 강한 의회와 만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결코 대통령이 제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또 한국 사회가 복잡해졌기 때문에 특정한 한 사람이 권력을 장악함에 따라 세상이 좌지우지되는 건 옳지 않다. 대통령제는 승자 독식 시스템이고 한 개인에게 권력이 가지만, 내각제는 집단에 권력이 주어진다. 집단에 의해 통치하는 합의제가 더 맞다. 더욱이 대통령제로는 장기적인 국가정책이 안 된다는 점도 중요한 문제다. 4년 중임제로 바꿔서 8년으로 기간이 늘어나도 마찬가지다. 잘되면 8년 하는 거고 못하면 4년인 건데, 그러면 지금보다 더 안 좋다. 또 처음 4년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재선이니, 3~4년 차에는 선심성 정책 집행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길어야 5년이나 6년 제대로 통치할 수 있고 나머지는 지금과 똑같을 것으로 본다.”

 

 

그러면 대통령제보다 내각제에서 정책 실현이 더 용이하다는 뜻인가.

 

“내각제에서는 기본적으로 여소야대 국면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의회를 장악하는 다수파가 행정권력을 장악하고, 다수결주의로 입법화하기 때문에 다수 의석을 차지한 세력이 추진하는 정책은 쉽게 실현된다. 내가 내각제를 주장하는 이유다.”

 

 

하지만 항상 여론조사에서 내각제는 꼴찌 아닌가.

 

“국회와 정당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커서 그렇다. 내 손으로 대통령을 뽑겠다는 데 대한 소망도 일부 작용하고 있다. 그런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국회의원들도 내각제 얘기를 못 꺼내는 것이다. 본인들 욕먹을 것 아니까. 하지만 국회의원 중 상당수는 내심 내각제를 원하고 있다.”

 

 

정부 형태와 함께 지방분권은 이번 개헌에서 가장 큰 화두다. 자문위 안이 지방정부에 권한을 너무 많이 줬다는 비판도 있는데.

 

“과도하다고 할 정도로 권한을 주는 게 맞다. 그동안 하나도 준 게 없으니까. 예를 들어 제주도에 입도한 사람들이 최근 많이 늘어났고, 관광객 렌터카도 늘면서 교통이 복잡해졌다. 그런데 도지사에게는 2부제를 시행할 권한도 없다. ‘너무 센 거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국에서는 지자체에 힘을 실어주는 게 맞다. 재정적인 권한도 물론이다. 하지만 지금 대부분의 지역은 일당 지배가 30년째 이뤄지고 있다. 중앙에서 보면 다당제 같지만 내려가면 다 일당이다. 견제, 경쟁이 없는 시스템이다. 거기에 과도한 권한과 재정적 힘이 가면 보나 마나 부패다. 경쟁적 시스템이 발전할 수 있어야 한다.”

 

 

경쟁적 시스템이 발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경북에서 민주당이 대안이 될 수 없다면 한국당에 대항하는 새로운 경쟁 정당이 나올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시스템이 없으면 도지사, 도의회 의장, 도의원, 언론사, 시민단체 모두 한국당에 경북고 출신이 장악하게 된다. 지금은 정당을 만들기가 너무 어려워 지방에 기반한 정당이 등장할 수 없다. 정당법상 5개 이상 시·도에 당원을 1000명씩 마련해야 하고, 결정적으로 중앙당은 수도에 놔야 한다. 앞으로는 정당 만들 수 있는 조건을 쉽게 해야 한다. 경쟁적인 시스템이 되면 지방에 부여된 큰 재정적·행정적 권한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다 지켜볼 수 있다. 선거제도도 일당 지배가 깨질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

 

 

자문위 안이 다소 좌편향적이라는 비판도 있는데.

 

“우리가 국회의원도 아니고, 자문위가 정해서 개헌이 이뤄질 것도 아니다. 자문위 안은 논의된 내용을 최대한 전달해 주는 게 역할이다. 그걸 놓고 침소봉대해서 빨갱이니 뭐니 그러면 곤란하다. 자문위원들이 다 정당별로 추천받아서 갔다. 이주영 한국당 의원이 위원장이었다. 또 오랫동안 그 문제로 고민했던 선생들이 아무래도 이상주의적이다.”

 

 

개헌안 합의까지 난관이 많아 보인다. 이번 개헌에서 정부 형태까지 바꾸는 게 가능할까.

 

“헌법을 바꾼다고 반드시 나은 정치가 보장되는 건 아니다. 우리 정치가 가진 제도적 문제를 같이 개선해 나가야 한다. 한 번에 모든 걸 다 이루기에는 우리 사회가 너무 복잡해졌다. 이번 개헌으로 정부 형태까지 다 해결하면 좋겠지만 그게 안 된다면 시대적으로 가장 시급한 것들부터 하면 된다. 지방분권이 특히 중요하다. 나머지는 향후에 더 의견을 모아 바꾸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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