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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화재 대응 체험학습으로 생존 확률 높인다

대구 시민안전테마파크 체험기…화재 대응법 몰라 당황했던 기자의 현장 체험학습

박소정 인턴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2.05(Mon) 18:00:00 | 14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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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소화기 사용법을 잘 안다고 답한 여성의 비율이다. 남성은 그보다 높은 40.2%였지만, 여전히 절반을 넘진 않았다. 소화전 사용법을 아는 사람은 더 드물었다. 여성은 2.3%, 남성은 20.5%였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10명 중 8명 이상에겐 도구가 있어도 무용지물인 셈이다. 경기도 가족여성연구원이 2015년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지난 1월26일 발생한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는 40명(2월2일 현재)의 목숨을 앗아갔다. 당시 병원 2층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왔다. 그런데 2층에선 소화기 사용 흔적이 없었다고 한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화재는 발생 초기에 스스로 대응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평소 소화기나 소화전 사용법을 익히는 게 바로 자신의 생명을 지키는 것과 직결되는 중요한 이유다.

 

기자는 1월31일 대구 팔공산로에 위치한 ‘시민안전테마파크’를 찾았다. 시민의 재난 대응 역량을 키우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곳으로, 이곳에서는 체험형 안전교육 현장학습을 받을 수 있다. 화재 대응 체험과 지하철 안전, 지진, 응급처치 체험 등이 마련돼 있다. 입장료는 무료며 인터넷 홈페이지나 전화를 통해 사전예약 후 이용하면 된다. 매주 월요일과 1월1일, 설날과 추석 당일은 휴관이다. 최근 제천 화재와 밀양 화재 등 잇따른 화재 참사로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이곳에 대한 관심과 문의가 부쩍 많아졌다. 기자 또한 이곳을 취재하면서 직접 화재 대응 방법을 배우고 체험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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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기와 소화전, 있어도 못 쓰면 무용지물

 

우선 화재 발생 시 가장 먼저 찾아야 할 것이 소화기다. 소화기는 어떻게 쓰는 걸까. 간단하다. 핀을 뽑고 손잡이만 누르면 된다. 기자가 직접 바닥에 놓인 소화기 핀을 뽑아봤다. 그리고 소화기를 들었다. 한 손으로는 호스를 잡고, 다른 손으로는 손잡이를 잡았다. 순간 흠칫했다. 팔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무거웠기 때문이다. 일반 가정용 분말소화기 무게는 3.3kg.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여성이라면 무게에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용법이 간단해도 실제 상황에선 당황할 수 있다. 핀이 쉽게 빠지지 않을 때가 그렇다. 평소엔 핀이 플라스틱 고리로 고정돼 있어, 힘이 약하면 잘 안 뽑히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땐 핀 고리에 검지를 넣어 위쪽으로 돌리면 고리가 잘 끊어진다고 한다. 주의할 점은 또 있다. 분말의 발사 방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손잡이를 잡은 상태에서 핀을 뽑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엉뚱한 방향으로 분사될 수 있어서다.

 

모든 준비를 갖추고 소화기를 들었다면 이제 분사할 차례다. 손잡이를 누른 후 분말이 모두 빠져나가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12초라고 한다. 안전교육 지도를 맡은 김대호 소방관은 “짧은 시간이기 때문에 불길을 향해 호스를 정조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화재 초기에 작은 분말소화기 1개는 소방차 1대 이상의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집 안에 소화기가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옥내소화전을 사용하면 된다. 이는 건물 복도나 벽면에 붙어 있는 소화전 상자다. 상자 안에는 노즐이 달린 30m짜리 호스가 있다. 호스에서 물을 뿌리려면 상자 안의 밸브를 왼쪽으로 돌리면 된다. 기자가 호스를 든 채 밸브를 돌려봤다. 홀쭉했던 호스가 물로 채워지며 금세 빵빵해졌다. 호스를 급히 겨드랑이에 꼈다. 그리고 영상에 있는 가상의 불에 물을 뿌렸다. 수압이 상당했다. 다리를 벌려 몸을 지탱하지 않으면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였다. 교육 담당자는 “압력을 줄이려면 호스를 살짝 꺾어주면 된다”고 조언했다.

 

소화기와 소화전을 모두 사용할 줄 알아도 안심하긴 이르다. 불길이 크게 번져 실내가 연기로 가득 차버리는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소방당국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서울에서 발생한 화재 사망자 중 73%가 연기나 유독가스 흡입으로 숨졌다. 이번 밀양 화재는 물론 지난해 12월21일 제천 화재 때도 연기·유독가스가 참사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연기는 화염보다 확산이 빨라 모두에게 먼저 닥치는 위험”이라고 했다. 기자는 그 위험 상황에 직접 부딪쳐보기로 했다.

 


 

연기 가득 차면 낮은 자세로 서둘러 탈출해야

 

거실로 꾸며진 체험관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곧 사방이 깜깜해졌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당황스러워 혼잣말로 “어떡해”를 되뇌었다. 화재로 인한 정전 상황을 연출한 것이다. 옷소매로 입과 코를 막았다. 그리고 몸을 최대한 숙인 채 움직였다. 몸을 낮추면 연기를 덜 마실 수 있고, 옷소매는 일종의 필터 역할을 한다. 벽을 짚어가며 가까스로 베란다 문 앞에 다다랐다. 밝을 땐 가까워 보였던 베란다까지 거리가 멀게 느껴졌다. 그래도 서둘러야 한다. 이 교수는 “유독가스인 일산화탄소(CO)에 1~2분만 노출돼도 의식을 잃고 사망할 수 있다”고 했다.

 

연기까지 헤치고 나왔는데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통로가 없다면? 이럴 땐 완강기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했다. 이영주 교수는 “사용법도 모르고 무작정 쓰려 하면 건물에서 떨어져 숨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완강기함은 보통 건물 안쪽 벽에 붙어 있는 지지대 밑에 있다. 함 속엔 밧줄이 감겨 있는 릴(reel)과 몸에 고정시키는 벨트 등이 들어 있다. 완강기를 쓰려면 이걸 들어 지지대에 걸어야 한다. 단, 그 전에 지지대에 매달려보는 게 중요하다. “오래 안 쓴 지지대는 녹이 슬어 파손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교육 담당자가 설명했다.

 

기자가 3층 높이의 난간에 올라섰다. 배운 대로 건물 안에서 지지대에 완강기를 걸고, 나사를 조여 고정시켰다. 그리고 지지대를 건물 바깥으로 돌렸다. 아래에 사람이 없는지 확인한 뒤 릴을 던져 늘어뜨렸다. 이어 겨드랑이와 가슴에 벨트를 감았다. 사용 준비는 끝났다. 이제 난간에서 발을 떼고 벽을 손으로 짚어가며 내려갈 차례다. 땅에 도착하고 나니 손이 땀으로 젖어 있었다. 사용법을 숙지해 두지 않았다면 분명 당황했을 것이다.

 

“재난이 일어나면 우리는 국가의 대책을 질책한다. 그에 걸맞은 본인의 책임과 의무도 가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이영주 교수의 지적이다. 재난에 대비하는 개인의 태도를 강조한 것이다. 공하성 교수는 “시민안전체험관 등 안전교육 시설은 나름 잘 갖춰져 있지만 모르는 사람이 많다”며 “사람들이 교육시설을 통해 스스로 대응 능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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