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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양대구리병원서 슈퍼박테리아 감염 환자 ‘혼수상태’

환자 가족 “병원·정부 감염 사실 쉬쉬”…병원은 환자 가족 탓

노진섭 기자 ㅣ no@sisajournal.com | 승인 2018.02.07(Wed) 11:00:00 | 14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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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목동병원에 이어 최근 한양대구리병원에서도 감염사고가 발생했다. 이대목동병원에서는 신생아가 사망했고, 한양대구리병원에서는 노인이 4개월째 혼수상태다. 두 사고에는 병원 내 세균 감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정부는 의료인의 과실을 밝히고 병원에 책임을 묻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대목동병원에서 신생아 4명이 동시에 사망하면서 외부로 알려졌고, 한양대구리병원의 감염사고는 환자 가족의 제보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들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다. 수면 아래에는 수많은 병원 내 감염사고가 존재한다. 의료 환경은 과거보다 개선됐지만 병원 내 감염사고가 꾸준히 발생하는 배경에 대해 전문가들은 의료계에 만연한 시스템 부실을 지적한다. 의료인, 병원, 보건당국 모두 환자 안전 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박아무개씨(여·74)는 지난해 9월26일 척추질환(척추관협착증)으로 한양대구리병원에 입원해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회복실로 옮겨진 박씨는 다음 날 심폐가 정지됐고 산소가 뇌로 공급되지 않아 뇌에 손상을 받았다. 당시 의료진의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로 생명을 건졌지만, 박씨는 4개월째 중환자실에 혼수상태로 있다. 저산소증으로 뇌가 손상됐다. 현재 환자 상태에 대해 병원 측은 “환자의 의식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도 확보를 위한 기관절개술을 시행했고 이후 인공호흡기를 뗀 상태다. 현재는 기관절개관을 통해 자발적으로 호흡한다. 외부자극에 혹은 자발적으로 눈을 뜨지만, 의사소통은 불가능하며 약간의 움직임을 보이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수술 후 심폐정지와 혼수상태가 발생한 원인에 대해 병원 측은 가족에게 해명하지 않았다. 며칠 후 병원 측은 가족에게 환자를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길 것을 권했다. 환자가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병실을 옮기는 게 옳은지에 대해 가족은 병원 측에 문의했다. 환자의 아들 김아무개씨는 “어느 날 간호사끼리 어머니의 항생제 치료 기간에 대해 주고받는 이야기를 우연히 들었다. 처음에는 수술 부위의 염증 치료를 위한 것인 줄로만 알았다. 그래도 께름칙해 의사의 소견서를 요구해서 봤더니 환자가 MRSA(메티실린내성 황색포도상알균)에 감염된 기록이 있었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치사율이 높고 피부 접촉으로도 감염되는 슈퍼박테리아였다. 이 때문에 어머니는 급성 콩팥기능 손상이 생겼다. 슈퍼박테리아 감염 자체도 문제인데, 그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지 않은 것은 더 큰 문제다”라고 주장했다.

 

MRSA는 한마디로 여러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세균으로, 흔히 슈퍼박테리아로 알려져 있다. 병원에서 흔히 감염되는 세균이기도 하다. 공기 중이나 사람 몸에 존재하며 피부나 호흡기를 통해 감염된다. 호흡기 계통과 수술 환자의 환부에 침투해 고열과 오한, 혈압 저하 등의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이상일 울산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MRSA에 감염된 환자는 격리 조치하고 의료인도 위생복과 위생장갑을 착용하고 환자를 진료해야 한다. 의료인이나 보호자 등 환자와 접촉한 사람이 균을 다른 사람에게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균은 우리 몸에 흔히 존재한다. 누구에게는 아무런 증상을 일으키지 않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겐 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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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 환자 격리도 하지 않았다”

 

병원 측은 환자를 격리하지 않았다. 환자가 슈퍼박테리아에 감연된 사실을 몰랐던 가족은 교대로 중환자실을 드나들며 어머니를 간호했다. 환자 가족은 병원이 약 2주일 동안 환자의 슈퍼박테리아 감염 사실을 숨겼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MRSA 감염에 대해 병원 측은 한마디도 설명해 주지 않았다. 약 2주일 동안 우리 가족은 슈퍼박테리아에 노출된 것이다. 중환자실에 들어갈 때 위생복이나 위생장갑을 착용하라는 (병원 측의) 말을 들은 바 없다. 가족들은 어머니를 쓰다듬고 주무르면서 신체적 접촉을 했다. 그 손으로 다른 사람과 악수도 했다. 가족에게 어떤 증상도 나타나지 않은 게 대행이다. 우리는 우연히 슈퍼박테리아 감염 사실을 알았지만, 그 사실을 병원 측에 캐묻지 않았으면 끝내 모르고 넘어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사저널 취재가 진행되면서 병원은 환자 보호자가 중환자실에 들어갈 때 위생복과 위생장갑을 착용하도록 방침을 바꿨다. 또 병원 측은 환자의 슈퍼박테리아 감염 사실에 대해 가족에게 설명했으며 가족끼리 그 내용을 공유하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병원 측은 “상기 내용(환자가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된 사실)에 대해 의료진은 반복적으로 중환자실 면회시간마다 보호자에게 소상히 설명했다. 보호자들이 여러 명이기 때문에 의료진한테서 들은 내용을 서로 전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자 가족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김씨는 “삼형제가 차례로 어머니 곁을 지켰다. 병원이 우리에게 환자의 슈퍼박테리아 감염 사실을 알렸다는 주장을 듣고 우리 세 명은 깜짝 놀랐다. 아무도 그런 설명을 들은 바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머니와 신체적 접촉을 하면서 간호했다. 슈퍼박테리아 감염 사실을 알았다면 그렇게 했겠느냐”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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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보호자끼리 감염 사실 전달 못한 듯”

 

지난해 10월말 환자의 객담에서 균(클렙시엘라와 슈도모나스)이 검출되면서 슈퍼박테리아 감염 사실이 확인됐다. 병원 측은 “그 균들이 폐렴을 일으키지는 않은 상태였다. 이런 균은 의료진이 아무리 감염방지를 위해 노력해도 환자가 와상 상태(누워 있는 상태)에서는 감염될 수 있다. 환자에게 항생제를 투여하지 않았으며 11월 중순 클렙시엘라균은 소실됐고, 1월 슈도모나스균도 소실됐다”고 밝혔다.

 

이 말대로라면 환자에게 있던 균은 사라진 셈이다. 이에 대해 김씨는 “그 두 가지 세균 외에 현재 어머니는 추가로 3가지 박테리아에 감염된 상태다. 또 병원은 환자의 의식이 이따금 돌아오는 것으로 말하지만 이와 달리 환자는 의식이 없다. 연명의료중단 결정을 해야 하나 고민할 정도”라고 말했다.

 

환자 가족이 문제 삼는 점은 환자가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된 사실 자체가 아니다. 가족들은 병원 측에 감염관리와 조치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이 문제라고 주장한다. 김씨는 “중환자실 앞 복도 천장 공사를 하면서 가림막도 설치하지 않아 분진이 그대로 중환자실로 들어왔다. 또 의료인들은 수술복 차림으로 그곳을 지나다녔다. 이런 취약한 감염관리에 대해 병원 측에 얘기했고 대안을 마련해 달라고 했지만 귀찮다는 반응만 돌아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 사실을 보건당국에 알렸다. 김씨는 “더 괘씸한 것은 감독기관이다. 보건복지부에 진정을 냈더니 질병관리본부에 연락해 보라고 했다. 질병관리본부에 연락하니 관할 보건소(구리보건소)에 알아보라고 했다. 구리보건소에 얘기하니 직원이 병원에 나와 조사하긴 했는데 별문제 아니라는 듯 얼버무렸다. 그래서 해당 공무원에 대한 조사를 감사원에 의뢰한 상태다. 보건소 의사가 대학병원 의사를 감독하기 어렵고 유착도 있을 수 있어 사실상 현장감독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한마디로 병원과 보건당국은 이런 사실에 대해 쉬쉬하는 분위기다. 또 병원 의료진은 의료기록을 수기로 작성하기 때문에 조작할 가능성이 있어 경찰에 관련 내용에 대한 조사를 의뢰한 상태”라고 말했다.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기자의 요청에 병원 측은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관계로 추가 답변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양대구리병원은 최근 신생아 수유를 비(非)의료인에게 맡겨 논란이 있었던 곳이다. 또 보건당국은 이 사실을 알고도 별다른 조사를 하지 않았다. 의학전문 매체 메디컬투데이에 따르면, 이 병원은 지난해 5월 원무기록실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한 사무직원을 신생아 중환자실로 발령 냈다. 그 직원은 인큐베이터에 있는 미숙아들에게 분유를 먹였다. 지난해 11월 비의료인의 미숙아 수유 민원을 접수한 구리보건소는 분유 수유를 일률적으로 의료행위로 판단하기 어렵다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후 병원 측은 그 직원을 수유 업무에서 제외했고 응급실 보조 업무로 이동시켰다.

 

병원 내 감염관리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 계기는 지난해 12월16일 신생아 4명이 동시에 사망한 사건이 단초가 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질병관리본부 조사결과, 당시 이대목동병원에서 사망한 신생아들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감염돼 패혈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병원 사례의 공통점은 사람이 병원에서 세균에 감염됐다는 사실이다. 병원은 수많은 사람이 드나들기 때문에 늘 세균에 노출되기 쉬운 장소다. 병원은 나름대로 감염관리를 하지만 세균 감염을 완벽하게 차단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또 일반인은 세균에 감염돼도 대부분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중환자 등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에게 세균은 치명적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된 환자를 격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다. 그럼에도 이따금 병원 내 감염사고 등 환자 안전에 대한 문제가 불거진다.

 

의료인 개인의 과실에 의해 환자 안전사고가 발생했다면 합당한 처벌이 뒤따라야 마땅하다. 예컨대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의 책임을 지고 심봉석 의료원장과 정혜원 병원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당시 주사제를 처방하고 주사한 전공의와 간호사 등 의료인은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정부는 이대목동병원을 상급종합병원 리스트에서 퇴출했다. 보건복지부는 병원에 대한 업무정지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의료인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미봉책만으로는 ‘환자 안전 후진국’을 면할 수 없다. 근본적인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오히려 소명의식을 가지고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을 잠재적 범죄자로 내몰 수 있다. 이는 국민과 의료진 사이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전국 병원 중환자실에서만 매년 수천 건의 감염사고가 발생한다. 질병관리본부 전국병원감염감시체계(KONIS) 최종보고서를 보면, 2016년 7월부터 2017년 6월까지 전국 193개 병원의 중환자실에서 3989건의 감염사고가 발생했다. 하루 10건 이상의 병원 내 감염사고가 일어나는 셈이다. 이 보고서는 병원 내 감염관리 수준을 파악하는 자료로 활용되며, 병원의 자발적 참여 확대를 위해 병원별 병원 감염률은 공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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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건 이상 중환자실 감염사고 발생

 

이처럼 병원 내 감염사고와 같은 환자 안전 문제가 반복되는 배경은 한 개인의 과실이 아니라 의료체계의 부실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예를 들어 2006년 질병관리본부 전국병원감염감시체계가 출범해 병원 내 감염을 보고하도록 권고했지만 강제성은 없다. 게다가 자율적인 보고도 15살 이상의 성인만을 대상으로 하므로 정작 감염에 취약한 아이들은 빠져 있다.

 

이런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탓에 병원 내 감염사고에 대한 원인 파악조차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이대목동병원의 신생아 집단사망 사건도 사인만 밝혀졌을 뿐, 감염 경로와 집단사망 경위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사망한 신생아들과 동일한 주사제를 맞았던 다른 아기 1명은 아무런 이상 없이 퇴원했다는 점도 풀리지 않은 의문이다. 또 이번 한양대구리병원 환자에게 심폐정지와 혼수상태가 발생한 원인, 슈퍼박테리아 감염 경로 등도 미제(謎題)로 남았다.

 

상황이 커지자 의료 전문가들은 이례적으로 한목소리를 냈다. 대한소아과학회·대한소아감염학회·대한신생아학회·대한주산의학회는 1월16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과 관련하여 국민께 드리는 글’을 통해 환자 안전 시스템 구축을 강조했다. 이들은 “진료 시스템과 감염관리 시스템은 과거에 비해 상당히 발전했지만 아직도 개선할 여지가 많은 상태다. 신생아 의료뿐 아니라 외상센터, 응급의료, 주산기(周産期)센터 등 사회안전망에 해당하는 공공의료체계에서 선진국 수준의 고품질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해당 공공의료 서비스를 시행하는 의료기관의 안전 시스템 구축에 과감한 인적, 물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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