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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로에서] 참 쉬운 나라 대한민국

박영철 편집국장 ㅣ everwin@sisajournal.com | 승인 2018.02.12(Mon) 10:00:00 | 14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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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정치 마케팅이 한창이다.

 

최근 북한의 선수와 응원단은 물론이고 정치인들이 대거 방한(訪韓)했다. 유엔과 국제사회가 전개 중인 대북제재망은 이들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한다는 명목으로 이미 구멍이 났다. 물론 평창올림픽에 한해서만 예외를 인정한다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누구보다도 대북제재를 엄수해야 할 한국이 정부가 앞장서서 예외를 만드는 데 열성적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렇게 되면 모양새가 우스워진다.

 

핵 폭주를 거듭하던 북한이 해가 바뀌자마자 갑자기 유화적인 태도로 나오는 것은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제재가 먹히고 있다는 증거다. 걸핏하면 “핵으로 남조선을 절멸(絶滅)시켜 버리겠다”고 협박하던 북한이 갑자기 뜨거운 민족애가 생기고 개과천선할 리는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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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우리 대한민국 국민이다. 북한이 과거의 행동에 대한 아무런 사과도 없이 ‘와주겠다’고 하자 감격해서 어쩔 줄 몰라 한다. 나는 예전 칼럼에서 누누이 “남북문제의 주도권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김정은이 쥐고 있다”고 단언했다. 사태는 내 예견대로 흘러가고 있다. 대치 국면도 김정은이 만들었지만 유화 국면도 김정은이 조성하고 있다.

 

다음 국면은? 그것도 전적으로 김정은의 의사에 달려 있다. 남북정상회담 가능성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분위기면 보나 마나 ‘고고싱’이다. 명분은 만사형통인 ‘우리민족끼리’다. 그러나 한번 냉정히 생각해 보자. ‘우리민족끼리’를 애용하는 집단이 툭하면 상대방을 ‘절멸시킨다’는 말을 다반사로 하는 게 말이 되는가. 북한이 ‘남조선 해방’이란 용어를 쓰다가 요즘은 ‘남조선 절멸’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저들이 우리를 한 핏줄로 본다면 이런 말을 쓸 수는 없는 것이다.

 

저자세 논란이 있더라도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이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고충을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첫 단추부터 잘못 꿰고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민주 국가에선 아무리 목적이 좋아도 절차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개인 간에도 쉽게 보이면 상대방이 만만하게 여기는 법이다. 북한이 몰상식한 행동을 하면 냉엄하게 대하는 밸런스 감각이 우리에겐 결여돼 있다. 이런 식이면 북한은 원하는 것을 많이 얻고 우리는 조금밖에 못 얻게 될 것이다. 이것만 명심하자. “지금까지 평화를 깨온 것은 북한이었지 대한민국이 아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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