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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열기 후끈한 일본, 입시생을 위한 호텔 플랜

[이인자의 진짜일본 이야기] 수험생 위해 직접 방에 들어가 ‘기상 확인’…주변 신사에 합격 염원 담은 ‘에마’ 주렁주렁

이인자 도호쿠대학 교수(문화인류학)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2.12(Mon) 16:01:00 | 14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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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부터 3월은 일본 열도가 대학입시 열기로 후끈 달아오르는 시기입니다. 의외라 생각할지 모릅니다만, 대학 주변의 호텔까지 분주해집니다. 가을 즈음부터 각종 수험생을 위한 숙박 플랜을 내놓지요. 입학할 대학에 가서 보는 본시험은 주로 2월에 집중돼 있는데, 수험생 반 이상이 11월 중순 전에 호텔 예약을 하는 게 좋다고 유명 입시학원은 전합니다. 호텔들도 수험생과 그 가족을 맞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합니다.

 

‘확실하게 깨워줍니다.’ 이는 혼자 시험을 보러 오는 학생을 위한 가장 든든한 플랜의 하나라고 합니다. 자명종은 물론이며 희망자에 한해 호텔 스태프가 직접 방에 가서 일어났는지 ‘기상 확인’을 한다는 선전이 눈에 띕니다. 요즘은 부모 중 누군가와 함께 움직이는 경향이 강한 편인데도 불구하고 깨워준다는 이 서비스를 모든 호텔이 강조합니다. 자녀 넷을 도쿄대 의학부에 입학시킨 일명 사토마마라 불리는 사토 료코(佐藤亮子)씨는 입시를 위한 호텔 예약은 1년 전에 해야 하고 아이를 학교 앞까지 데려다줘야 한다고 강연이나 발행한 책에서 주장합니다. 간사이(関西)지방에 살고 있는 그녀가 4자녀를 도쿄대에 입학시키기 위해 입시 때 머물렀다는 도쿄돔 호텔(東京ドームホテル)을 가봤습니다. 국립대 본시험은 아직 시작되지 않은 2월 초순인데, 사립대 입시를 치르는 모녀·모자들이 산발적으로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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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도시락’에, 밤 12시까지 식사 제공

 

수험생을 위한 플랜으로 예약했기에 방에 들어가니 보통 때와 다른 데스크용 라이트, 가습기, 클리어파일 1장, 면역사탕 1세트가 놓여 있습니다. 그 외에도 희망하면 연필깎이, 담요, 메밀껍질 베개, 체온계, 휴대전화 충전기 등을 빌릴 수 있다고 팸플릿에 적혀 있습니다. 1000여 개의 방이 모두 만실이 되는 입시철에 룸서비스로 식사를 제공하는 것도 인기 있는 이유의 하나라고 합니다. 아침 6시30분부터 밤 12시까지 식사가 제공됩니다.

 

호텔 측 배려는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수험생의 집중력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주변 방을 모두 수험생 예약자로 배치합니다. 24시간 수험생의 불편함에 대처하기 위해 보통 때보다 많은 스태프가 근무한다고 합니다. 플랜에 따라 근사한 ‘합격도시락’을 수험생에게 주기도 합니다. 모든 식사는 수험생을 대상으로 음식 알레르기가 있는지 사전에 체크해 만든 것들입니다.

 

“내가 수험생이었던 60년 전엔 남녀로 나뉘어 5~6명이 한방에서 잤어. 친구 하나는 나오미(直美)라는 여자 이름이었기에 여학생실로 배치받는 해프닝도 있을 정도였어.”

 

70대 후반의 지인이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그 친구는 지방에서 도쿄로 올라와 친구가 없었는데 이 일로 모두를 즐겁게 해 줬고 인상적인 대학 1학년 생활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60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할 정도니 재미있는 일이지요.

 

남녀 성별조차 자세히 몰랐던 시절의 수험생에 비하면 부모가 따라와 학교까지 동행해 주고 온갖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각종 서비스가 완비된 상태를 둘러보자니 시절이 얼마나 변했는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호텔 측 설명에 의하면, 수험생을 학교까지 데려다준 부모는 기도하러 간다고 합니다. 호텔 가까운 곳에 학문신을 모신 것으로 유명한 신사가 있어 이곳 호텔이 인기가 높다고 했습니다.

 

호텔에 도착한 저녁 7시쯤 신사를 찾았습니다. 택시로 10분 거리도 안 되는 곳에 아주 유명한 유시마텐진(湯島天神)이 있었습니다. 겨울 저녁이라 이미 어두웠지만 적절하게 조명을 받아 근엄한 모습으로 서 있는 건물과 염원을 적어 매단 에마(繪馬) 걸이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보통 에마가 걸려 있는 판은 두 겹이나 많아야 세 겹 정도인데, 이곳 에마 판은 살찐 씨름선수처럼 불뚝 튀어나온 배를 내밀고 거드름 피우듯 서 있었습니다. 아무리 유명한 신사라지만 이렇게 많은 에마가 걸려 있는 건 처음 봤습니다. 

5m 정도 길이의 에마 판이 10여 곳 설치돼 있었는데 모양새는 모두 같았습니다. 곧 태어날 아이를 잉태한 어머니 배 같은 곡선의 실루엣을 자랑하고 있었지요.

 

‘손자가 희망하는 학교에 합격할 수 있도록 해 주세요.’

‘도쿄대 법학부 합격 기원!’

 

이런 글귀가 보입니다. 대학만이 아니라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각종 국가 자격시험 등의 합격 기원이 적혀 있었습니다. 눈에 띈 것은 모두 제가 찾아간 2월7일자 에마였습니다. 하루 전 것은 이미 속살이 된 것처럼 겉의 에마를 들춰내야 겨우 보입니다. 하루 사이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에마를 걸었다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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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은 학문신의 신사에서 기도

 

예상외로 많은 에마에 놀라 다음 날 아침 다시 신사에 갔습니다. 마치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신사를 향한다는 학부모 마음을 읽어보기라도 할 의향으로. 8시쯤에 갔는데 벌써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에마를 사서 거는 사람, 손을 모아 기원하는 사람, 경내를 걸으며 구경하는 관광객 등이 소란스럽지 않게 아침을 열고 있었습니다.

 

9시쯤엔 교복을 입은 학생들 대여섯 명이 그룹 지어 경내를 살피고 있었습니다. 수학여행이라도 왔나 싶어 물어보니 가까운 중학교 학생들로, 자유학습 수업의 일환으로 지역 연구를 위해 왔다고 하더군요. 어릴 때부터 설이나 중요한 인생의 절기 때마다 찾던 신사를 그룹 연구한다는 것입니다. 마침 그날은 신사의 매화 축제가 시작하는 날이라 이제부터 더 붐비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멀리서 온 관광객도 있지만 가까이 살고 있는 지역 아이들까지 자유학습으로 방문하는 점을 보면 이 신사에 대해 평소에 얼마나 친근감을 느끼는지 알려주는 듯했습니다.

 

에마를 팔고 있는 미코(巫女·무녀)에게 에마가 얼마나 나가는지 물어보니 놀라운 숫자를 말합니다. 연간 300만 장의 에마가 팔린다고 했습니다. 1장당 1000엔이기에 그 수익금도 놀라운 일이지만, 그 몇 배의 사람들이 드나든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특히 지금 같은 입시철은 1년 중 에마를 통해 기도하는 사람이 가장 많은 시기라고 합니다. 놀라는 저를 보고 어려 보이는 미코는 설날 3일간은 하루에 두 차례는 에마를 정리해야 할 정도로 많이 달려 있었다고 귀띔해 줍니다. 주렁주렁 너무 많이 걸어두면 위험해서 걷어줘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입시를 치르고 있을 자녀를 위해 함께 따라온 부모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학문신의 신사에서 기도하면서 경건하게 수험생 자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 입시철이면 일본 뉴스에 항상 등장하는 모습이 있었습니다. 20여 년 전에는 서울대 교문 앞에 엿을 붙여놓고 기도하는 학부모들의 모습이 영상을 통해 일본 안방을 찾았습니다. 10여 년 전부터는 지각하는 학생을 경찰 오토바이나 경찰차로 실어 나르는 장면이 대세입니다. 그 저변에는 왠지 과보호하고 있는 것 같은 기이한 풍경이라는 메타메시지가 흐릅니다.

 

하지만 수험생과 동행하는 학부모, 음식에 잠자리까지 세심하게 보살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호텔, 그에 덧붙여 부모의 기도까지 어느 사회든 비슷한 것 같습니다. 단지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조금씩 다를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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