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빙속 '레전드 3인방'의 잇단 출격에 강릉이 들썩인다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8.02.15 14:3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승훈 18일 팀추월, 24일 매스스타트서 금메달 도전…남녀 500m 이상화 18일, 모태범 19일 출격

 


대한민국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간판스타 이승훈이 2월15일 오후 8시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리는 스피드스케이팅 1만m 경기에서 자신의 최고기록을 경신하는 쾌조의 컨디션으로 향후 자신의 주종목에서의 메달 전망을 밝게 했다. 이승훈은 모태범·이상화와 함께 명실공히 한국 빙속의 ‘레전드’로 불린다. 이 셋은 8년 전 캐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세계 빙상계를 뒤흔들었다. 이상화는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이승훈은 남자 1만m, 모태범은 남자 500m에서 연이어 금메달을 땄다. 이 ‘전설’들이 밴쿠버에서의 영광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재현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승훈은 8년 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깜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9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이후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이승훈 선수는 종목 전향 7개월 만에 남자 50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1만m에서는 올림픽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당시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지목됐던 네덜란드 선수 스벤 크라머가 코스 이탈 실수를 범한 행운도 따랐지만, 이승훈의 깜짝 등장은 세계 빙상계를 경악시키기에 충분했다. 이승훈은 이번 올림픽에서 스벤 크라머와 다시 한번 맞붙게 됐다.

 

 

빙속 최장거리 종목인 1만m에 출전하는 이승훈이 2월15일 결선 경기를 하루 앞둔 14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네덜란드 통계회사 ‘그라세노터 스포츠’는 올림픽정보서비스(OIS)에 제공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만m 프리뷰에서 이승훈을 ‘해당 종목 네덜란드 메이저대회 23연승을 저지한 남자’로 정의했다. 네덜란드는 동계올림픽과 국제빙상연맹(ISU) 세계선수권 등 1996년부터 2017년까지 열린 23차례의 남자스피드스케이팅 1만m 경기에서 22번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단 한 번의 예외가 이승훈이 금메달을 획득한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이다.

이승훈은 평창올림픽에서 남자 5000m와 1만m에 이어 매스스타트, 팀추월 종목에 출전한다. 이승훈은 이번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매스스타트 경기(24일)에 가장 공을 들이고 있다. 쇼트트랙 선수 출신으로 코너워크에서 강점을 보이는 이승훈은 매스스타트 세계랭킹 1위다. 이번 시즌 월드컵에서도 금메달 2개를 따낸 만큼 선전이 확실히 기대되고 있다.

큰 대회에 강한 것도 이승훈의 장점이다. 2011년 이후 남자스피드스케이팅 1만m 세계선수권에 4차례 출전해 모두 TOP10 안에 들었고, 2011년과 2013년에는 4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주종목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1만m에서 이승훈의 메이저대회 성적은 강했다. 올해 29세로 장거리 선수로는 황혼기에 접어 들었지만, 이승훈은 “유럽 선수들은 30대에서 최고의 기량을 펼쳐 보이고 있다”며 “아직 내 전성기는 오지 않았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돌아온 모태범, 3연패 꿈꾸는 이상화 



이상화는 고등학생 때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에 첫 출전해 5위를 기록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두 번째 올림픽 무대인 밴쿠버 동계올림픽 여자 500m에서 우승했고,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도 500m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2연패의 역사를 썼다. 이상화는 연휴 마지막인 2월18일 오후 8시56분 500m 결승에서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와 금메달을 놓고 스피드를 겨룬다. 이상화가 금메달을 획득할 경우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하게 된다. 

 

 

2월11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트 경기장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이상화가 훈련하고 있다. ⓒ 연합뉴스


모태범은 2월19일 오후 8시53분 500m 결승과 2월23일 오후 7시 1000m 메달경기에 출격한다. 모태범은 대표팀 막내였던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500m에서 첫 금메달을 획득했다. 하지만 레전드 3인방 중 지난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는 모태범만 분루를 삼켜야 했다. 이상화는 500m에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고, 이승훈도 팀추월에서 은메달을 따냈지만, 모태범은 자신의 주종목이었던 500m에서 4위에 그쳤던 것. 이후 모태범은 실망감에 방황을 거쳤고, 체중이 107kg까지 늘어나면서 체중 회복만도 2년 반이 걸렸다. 이번 시즌부터는 다시 정상 궤도를 찾고 있다. 평창에서 부활에 도전하는 모태범은 “소치에서는 많은 관심에 부담을 느끼며 출전했지만, 이번 올림픽은 오로지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며 “많이 응원해주시면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2월12일 강릉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대표팀 모태범이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편 '레전드 3인방'의 뒤를 잇는 한국 빙속계에 새로운 계보를 이어갈 젊은 선수도 있다. 2월13일 김민석은 남자 1500m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 메달을 따내며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동메달을 목에 걸면서, 김민석은 만 18세의 어린 나이에 이승훈과 모태범의 뒤를 잇는 대한민국 남자 빙속 에이스 계보에 이름을 올렸다. 김민석은 초등학교 1학년 때 쇼트트랙으로 빙상에 입문해 스피드 스케이팅으로 전향했다. 15세의 나이로 최연소 국가대표로 발탁됐고, 삿포로 아시안게임 2관왕에 오르며 두각을 나타냈다. 아시안게임 이후 발생한 근육 파열을 혹독한 재활과 체중조절로 이겨내, 정신력도 차세대 에이스로서 손색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민석은 2월18일 오후 8시 이승훈, 정재원과 함께 남자 팀추월 경기에 나선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