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그룹 과거 검찰수사 무마 의혹도 밝혀질까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8.02.18 13:25
  • 호수 1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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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된 이중근 회장 주요 혐의, 과거엔 납득 어려운 ‘무혐의’

 

“현재 서울중앙지검에서는 부영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원래는 6층에서 수사가 진행되지만 워낙 많은 제보자들과 고발인들이 오가는 통에 7층도 함께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모습만 보면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 것 같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과연 수사가 결과를 낼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과거에도 수차례 검찰수사가 무마되는 것 같은 상황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수사에 대비해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전관 출신의 초호화 변호인단도 구성했다. 나를 조사한 검찰 수사관도 ‘여러 곳에서 압력이 들어오고 있다. 부영이 보통 기업은 아니다’라고 하더라.”

 

 

변제 약속한 주식 횡령이 개인 채무불이행?

 

부영 수사와 관련해 최근 참고인으로 검찰에서 조사를 받고 온 인사는 이처럼 말했다. 검찰 조사에 응하면서도 일부 불신을 내비친 것이다. 실제, 현재는 이 회장의 주요 혐의로 거론되는 사건들이 과거에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무혐의 처분된 사례가 적지 않았다. ‘부영 주식 240만 주 횡령 사건’이 바로 그런 경우다. 검찰이 이 사건을 처음 접한 것은 부영 전직 관계자가 2014년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하면서다. 이 회장이 2004년 비자금 수사 당시 핵심 계열사인 광영토건에 피해 변제를 위해 양도키로 한 ㈜부영 주식 240만 주를 자신의 명의로 돌려 횡령했다는 것이 골자였다.

 

그러나 사건은 기소로 이어지지 않았다.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 것이다. 불기소 이유서를 보면, 검찰은 ‘120억원을 마련하지 못해 주식을 양도받지 못했다’는 부영 측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당시 ㈜부영 주식 240만 주의 추정가치는 4000억원대에 달했다. 그러면서 부영 주식을 광영토건에 양도하지 않은 것을 ‘개인적인 채무불이행’이라고 표현했다. 당시 사건을 검찰에 제보한 부영 전직 관계자는 “부영 주식을 광영토건에 양도해 피해를 변제하겠다고 재판부를 속여 형량 참작을 받아놓고 뒤로는 이를 횡령한 불법을 단순히 개인의 채무불이행으로 치부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오른쪽)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중심으로 한 초호화 변론인단을 구성했다. © 시사저널 고성준·연합뉴스

‘캄보디아 자금 송출 건’도 마찬가지다. 이 사건도 2014년 검찰에 고발장이 접수됐다. 시사저널이 확보한 고발장에는 사건의 전말과 이를 입증할 각종 증거도 첨부돼 있었다. 이 사건 역시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이 처분이 났다. 불기소 이유서에서 검찰은 ‘캄보디아에서 정상적으로 부동산을 취득했다’는 부영 측의 소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사건 고발인은 “수차례에 걸쳐 검찰에 출석해 진술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고, 무혐의 처분 이후에도 부영의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내용들을 제시했지만, 결국 검찰에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창원영월 사랑으로 아파트 부실공사 의혹’도 다르지 않다. 2016년 한 폐기물처리업체 관계자는 창원지방검찰청에 부영주택이 아파트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부지 내 폐기물을 제대로 제거하지 않아 파일 등 기초공사가 부실 시공됐다는 취지의 고발장을 제출했다. 당시 창원지검은 이 사건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지만 결국 무혐의로 결론지어졌다. 이 사건 고발인은 “고발 당시 이미 아파트가 상당 부분 지어진 상태여서 수사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이런 점을 감안해도 검찰이 대대적인 수사를 진행해 놓고도 아무런 혐의점도 찾지 못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과거 무혐의가 난 이 사건들은 현재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공조부)에서 이 회장의 주요 혐의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부영 주식 240만 주 횡령 사건’과 ‘캄보디아 자금 송출 건’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혐의 소명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이 최근 이 회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검찰은 또 ‘창원영월 사랑으로 아파트 부실공사 의혹’에 대해서도 의욕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공조부의 수사가 무리하게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과거 검찰수사 과정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고발인들의 지적도 마냥 흘려들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현재 이 회장은 초호화 변호인단을 내세워 검찰수사에 대비하고 있다. 가장 전면에 나선 것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중심으로 한 법무법인 서평이다. 공직에서 물러난 뒤 4년 만에 변호사 타이틀을 달고 설립한 곳이다. 채 전 총장은 특히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윤대진 서울중앙지검 1차장과도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2006년과 2007년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이들을 휘하에 뒀다. 채 전 총장은 2013년 윤 지검장을 국정원 댓글 사건 특별수사팀장에 투입하는 등 그에 대한 상당한 신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근 회장 초호화 변호인단으로 수사 대비

 

또 이준보 전 광주고검장(법무법인 양헌)도 변호인단의 ‘좌장’격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현재 부영그룹 고문을 지내고 있기도 하다. 이외에 이완규 전 인천지검 부천지청장(법무법인 동인)과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법무법인 평산), 오광수 전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오광수법률사무소) 등 굵직한 인사들도 이 회장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회장 변호인단의 특징은 상당수가 검찰 내 내로라할 ‘특수통’이라는 점이다. 채동욱 전 총장은 현역 검사 시절 현대자동차 비자금 사건 등을 수사하며 김진태 전 검찰총장과 함께 특수수사 ‘양대 산맥’으로 통했다. 강찬우 전 지검장도 특수수사의 대표적인 ‘강골’로 분류된다. 앞서 특임검사로 그랜저 검사 의혹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비리 사건 등 굵직한 사건의 수사를 진두지휘한 바 있다. 오광수 변호사도 현직 검사 때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입 의혹 사건의 주임 검사를 맡았다. 이처럼 이 회장은 막강한 변호인단으로 인의 장막을 치고 있다. 검찰의 칼끝이 이 회장의 방패를 뚫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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