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남북정상회담] 韓, 속도조절…美, 대북 압박 지속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8.02.18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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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美 “커다란 채찍을 쓰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청와대를 방문한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의 뜻을 비치면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의 개최 가능성에 전 세계의 촉각이 모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속담으로 하면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고 밝히며 성급한 접근을 경계했다. 미국 측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통해 “북한이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기를 귀 기울이고 있다”면서도 “북한을 대화로 유도하기 위해 당근을 쓰지 않고, 커다란 채찍을 쓰고 있다”고 밝히며 대북 압박 기조를 유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월11일 오후 서울 국립중앙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삼지연 관현악단의 공연을 관람한 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남한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가운데),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왼쪽)의 손을 잡고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김여정 제1부부장은 지난 2월10일 문 대통령을 접견하는 자리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다.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문 대통령을 이른 시일 안에 만날 용의가 있다”며 “편한 시간에 북한을 방문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당시 문 대통령은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나가자”고 답했다.

 

2월17일, 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다시 한번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평창 동계올림픽 메인프레스센터(MPC)를 방문해 내외신 취재진을 격려한 자리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가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우선 북한의 올림픽 참가로 우리 한반도의 고조됐던 긴장을 완화하고 평창올림픽을 안전한 올림픽으로 만들어내는 데 기여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과 북한 간에도 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 남북 대화가 미국과 북한 간 대화로, 또 비핵화로 이어져 나가길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많은 기대를 하지만 마음이 급한 것 같다”고 속도 조절에 나섰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국내외의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는 뜻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눈높이에 맞는 전향적인 자세를 먼저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문재인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 카드를 꺼내 들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설날인 2월16일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 대해 남북 모두 민족 앞에 부끄러워 해야 한다”며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에 호응한다면 시기와 장소, 형식에 구애됨이 없이 추진하겠다”고 북한을 압박했다. 이보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1월9일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에서도 이산가족 상봉을 개최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국제사회는 남북정상회담이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은 2월16일(현지시각) 개막한 뮌헨 안보회의에서 “북한 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군사적 수단은 재앙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뿐”이라면서 “북한과 미국이 만나 의미 있는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같은 날 "남북 정상회담 성사 여부와 북미 관계 개선에 각별히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북한을 대화로 유도하기 위해 당근을 쓰지 않고, 커다란 채찍을 쓰고 있다”며 대북 압박 기조를 유지했다. ⓒ연합뉴스

 


"가능한 모든 수단을 이용해 김정은 정권 압박"

 

미국은 북한과 대화가 필요하다는 대전제에 대해서는 찬성하고 있지만, 대화를 위한 유화책보다 압박 기조를 견고히 하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나의 일은 우리가 채널을 열어놓고 있다는 것을 북한이 반드시 알도록 하는 것”이라면서도 “급격한 경제적 제재를 포함, 미국과 동맹국들에 의한 대북 압박캠페인이 북한을 갉아먹고 있다”고 밝히며 ‘최대 압박’ 캠페인을 통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보좌관 역시 대북 압박 기조를 재확인했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뭔헨 안보회의에서 “잔인한 독재정권이 지구상에서 가장 파괴적인 무기로 전 세계를 위협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면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이용해 김정은 정권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조치들을 취하지 않거나, 완전한 이행을 회피하는 나라들은 무책임하게 행동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지금은 더 많은 것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는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후속 대책에 나설 계획이다. 남북 대화를 위해서는 미국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한 만큼 특사를 통해 분위기 조성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정의용 안보실장이 미국 특사로 거론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의 ‘키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는 대북 특사에는 서훈 국정원장과 조명균 통일부장관, 임종석 비서실장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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