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한명, “김정은 빨기 혈안” 똑같은 댓글 3일간 46건 달아
  • 최예린 인턴기자 ()
  • 승인 2018.02.20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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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4개월간 댓글 분석…1400여개 댓글 쓴 네티즌 36명 같은 단어 반복 사용

 

2월17일, 네이버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의한 사람이 20만명을 돌파했다. 청원 작성자는 “네이버 뉴스에 달리는 댓글이 매크로나 청탁을 통해 불법적으로 조작되고 있는 것 아닌가”하는 의혹을 제기했다. 특정한 정치적 성향의 댓글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올라오고, 또 많은 공감을 받는다는 것.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같은 부분을 지적했다. 의혹이 불거지자 네이버는 올 1월 분당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현재 서울청 사이버수사대가 이 사건을 조사 중이다. 

 

이와 관련, 네이버 뉴스의 댓글을 다양한 방식으로 볼 수 있는 웹사이트가 문을 열었다. ‘워드미터’란 해당 사이트는 검색 키워드나 작성자에 따라 댓글을 모아서 보여준다. 공개된 댓글은 지난해 11월부터 약 4개월 동안 수집된 것들이다. 사이트 설립 배경에 대해 개발자 권용택씨는 “댓글을 굉장히 많이 다는 사용자들은 어떤 내용을 쓰는지, 진짜 일반 사용자로 볼 수 있는지 궁금했다”고 전했다. 

 

 

2월7일 오후 서울 성동구에서 네이버댓글 알바찾기 프로그램 '워드미터'를 개발한 권용택씨와 기자가 댓글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 사진= 최준필 기자 개발자 클리앙 유저 우왕굳 인터뷰.(워드미터

2월7일 오후 서울 성동구에서 네이버댓글 알바찾기 프로그램 '워드미터'를 개발한 권용택씨(오른쪽)와 기자가 댓글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 사진= 최준필 기자
 

 

네이버 댓글 분석 사이트…“어떤 댓글 많이 쓰는지 궁금했다”

 

시사저널은 18일부터 이틀 간 워드미터를 통해 직접 네이버 뉴스 댓글을 분석해봤다. 그 결과 지금까지 조작 의혹에 대한 정황근거로 제시된 것과 비슷한 댓글 패턴들이 관찰됐다. 지난 4개월 동안 최소 한 개 이상의 댓글을 단 네티즌은 약 130만명이었다. 이 가운데 1000개가 넘는 댓글을 단 네티즌은 654명이다. 매일 평균 10개씩 댓글을 단 셈이다. 

 

이 중 기사 내용과 상관없이 같은 댓글을 반복해서 올린 경우가 있었다. ‘join****’이란 아이디의 네티즌은 “청와골에 문챙이 한 마리 꼬물꼬물 헤엄치다”란 댓글을 1104개 적었다. 동요 가사를 바꿔 문재인 대통령을 비하하는 뉘앙스다. 

 

한편 1400개 넘게 댓글을 쓴 네티즌은 총 50명이었다. 이 중 36명(78%)은 ‘문재앙’ ‘문구라’ ‘문죄인’ 등 문 대통령을 조롱하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했다. 이들은 ‘종북’ ‘빨갱이’란 단어를 쓰거나, “절라도 X끼들에게 인간대접은 사치다” 등 특정 지역에 대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네티즌 ‘pant****’는 “미우나 고우나 역시 ‘안보’는 자유한국당입니다”란 댓글을 47개 썼다.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모양새다. 

 

또 ‘tank****’란 아이디를 비롯해 5명의 네티즌은 “문재인 개X끼”란 똑같은 댓글을 총 171건 달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한 사람이 아이디 여러 개를 돌려쓰며 같은 댓글을 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워드미터 사이트에선 특정 사용자가 어떤 댓글을 언제, 어떤 기사에 다는지도 한 번에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네티즌 ‘pant****’은 “명불허전 종북 좌파정권 김정은 빨기에만 혈안”이란 댓글을 3일에 걸쳐 46건 올렸다. 이 네티즌은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색깔을 띤 댓글 약 50개를 반복해서 총 1800여개 달았다. 



워드미터 프로그램에서 검색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관련 댓글 ⓒ 사진= 최준필 기자



네티즌 5명이 “문재인 개X끼” 댓글만 총 171건 달아

 

문철수 한신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댓글에 전반적으로 지나치게 비슷한 메시지가 의도적으로 반복된다면, 어떤 조직의 영향에 의해 이뤄졌다고 의심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렇다면 비정상적인 댓글 패턴을 모두 불법성을 띤 여론 조작의 결과라고 할 수 있을까. 네이버에 따르면, 댓글 조작에 따른 업무방해죄가 적용되는 경우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금품을 대가로 한 청탁이다. 돈을 주고 사람을 고용해 정치적으로 편향된 글을 쓰게 했던 국정원 여론 조작 사건 같은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두 번째는 사람이 직접 댓글을 쓰는 게 아니라 매크로와 같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경우다. 



“자발적으로 썼고 위법 사항 없다면 단속 대상 아냐”

 

이 두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편향적인 댓글을 반복해서 올려도 처벌할 수 없다. 특정 대상에 대해 특정 단체가 집단으로 댓글을 달아도 마찬가지다. 이인희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개인이 자발적으로 쓴 댓글이고 다른 위법 사항이 없다면 이는 표현의 자유”라며 “단속 대상은 안 된다”고 했다. 

 

워드미터 사이트 개발자 권씨 또한 “의심 가는 네티즌이 실제 댓글 알바라는 결론을 낼 순 없다”고 했다. 댓글이 아무리 한쪽으로 치우쳐져도, 겉으로만 봐선 불법성을 따지기 힘든 셈이다. 이인희 교수는 “댓글이 모여 빅 데이터가 되면 마치 그것이 여론인 것처럼 보이는 부작용이 있다”며 “댓글 편중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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