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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먹튀 논란’에 가려진 산업은행 책임론

산은, 지난해 7월 GM 철수 움직임 감지했음에도 '소극적 대응'

공성윤 기자 ㅣ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8.02.22(Thu) 11:4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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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튀는 ‘먹고 튀다’를 줄인 신조어다. 챙길 것만 챙기고 떠나버린다는 뜻이다. 이 단어는 ‘먹튀 자본’이란 파생어로 이어졌다. 피투자 기업의 가치 확대는 안중에 없고, 자기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투기성 자본을 가리길 때 쓴다.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중국 상하이자동차나 외환은행을 인수한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 등이 대표적인 먹튀 자본으로 불린 바 있다. 

최근엔 미국 GM이 먹튀 자본 의혹을 받고 있다. 2월13일 GM의 한국법인인 한국GM​이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하면서 해당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전면 철수설까지 거론된다. 이런 상황에서 GM이 한국GM으로부터 ‘먹은’ 돈만 3조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제 GM이 국내 시장에서 ‘튀면’ 명백히 먹튀 자본으로 낙인찍힐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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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이 외국에서 적자 보는데 철수 못하는 건 타당한가”​

정치권과 노동계는 이미 GM을 먹튀 자본으로 몰아붙이며 날을 세웠다. 함진규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19일 “GM의 먹튀 논란 책임을 묻지 않고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국민 혈세를 퍼붓는 일은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20일 기자회견에서 “먹튀 자본 GM을 규탄한다”며 “GM은 강탈해 간 돈을 토해내라”고 촉구했다. 

그렇다면 ‘먹튀 자본’은 정확하게 어떤 의미일까.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고려대 교수 시절이던 2014년, 저서 《한국 자본주의》를 통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투자자는 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돈을 벌려는 목적으로 투자하는 건 마찬가지다. 또한 외국인이 한국에 투자할 때 언젠가 떠난다는 건 처음부터 정해진 일이다. 외국인 투자자가 돈을 벌고 한국을 떠난다고 해서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부원장은 20일 “GM 철수설에 먹튀란 용어 자체를 쓰는 게 안 맞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국 기업이 1~2년 안에 고의로 한국 자본을 빼돌리려 했다면 먹튀라고 할 수 있지만, GM은 한국지엠을 10년 넘게 경영했다”면서 “한국지엠을 둘러싼 여론이 부정적이다 보니 먹튀 논란이 불거지는 것 같다”고 했다.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는 20일 “돈을 못 벌어 떠나는 건 어느 나라 기업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중국이나 인도에 투자한 우리나라 기업이 적자에 시달리는데, 철수하지 못하고 잡혀있는 건 타당한가”라고 반문했다. 

GM이 처음부터 먹튀 의도를 갖고 있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국내 지역 경제에 일정부분 도움을 준 건 분명하다. 한국GM 군산공장은 문이 닫히기 전까지 군산 제조업의 6.8%, 수출의 20%를 책임졌다. 또 협력업체 근로자를 포함해 약 1만2700명의 생계를 뒷받침했다. 송하진 전북지사는 “한국GM은 도민의 기와 자존심을 살려주던 기업”이라고 표현했다. 

뿐만 아니라 GM이 충남 보령공장에서만 생산하는 변속기는 세계 12개국에 수출된다. 2014년엔 인천 부평에 약 400억원을 투자해 디자인센터 규모를 두 배 이상 늘렸다. 최승노 부원장은 “이제 와서 한국GM이 사업 실패로 발을 빼는 걸  무조건 먹튀라고 비난만 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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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2대 주주 산은, 제 역할에 대한 논란 일어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한국GM 사태에 대해 GM이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는 지적이다. 이미 여러 차례 보도를 통해서 GM은 R&D 비용으로 매년 6000억원씩 한국GM으로부터 가져갔고, 한국GM에 3조원의 대출을 해주면서 높은 이자를 챙기기도 했다. 지금 GM이 철수하면 미국 GM 본사보다 한국의 피해가 훨씬 더 클 것이라는 분석도 그래서 나온다. 여기서 한국GM의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의 책임론이 불거진다.

시계를 과거로 돌려보자. 1999년 이른바 ‘대우사태’가 터지면서, 대우그룹의 주력 기업이었던 대우자동차는 부도를 맞이했다. 이듬해엔 부채 규모가 18조원을 넘어섰다. 당시 대우차의 주채권 은행이었던 산업은행은 2년 가까이 매각협상을 벌였다. 

그 끝에 2002년 GM이 대우차를 최종 인수하면서 ‘GM대우’가 출범했다. GM대우가 바로 지금의 한국GM이다. 즉 GM에 국내시장의 문을 열어준 건 산은이었다. 그때만 해도 산은은 부실기업을 매각하는 데 성공해 ‘경제의 걸림돌을 치웠다’는 호평을 들었다. 매각에 실패했다면 대우차의 빚은 고스란히 우리 금융권이 뒤집어쓸 판이었다. 대우차 직원 1만8000여 명의 생계도 걸린 문제였다.

산은은 GM과 대우차 매각협상을 하면서 안전장치도 마련해뒀다. ‘GM은 15년 동안 지분을 팔지 않고 경영을 유지한다’는 계약을 맺은 것. 그러면서 산은은 GM대우 지분 17%를 가진 2대 주주로 남았다. 

그런데 그 사이 GM대우는 방만 경영을 한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2008년엔 파생상품 투자로 2조 3000억원의 손실을 남겼다. 2009년엔 국회에서 경영감사 의무가 있는 산은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졌다. 이미 산은이 옐로카드를 받았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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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2009년에 GM 관련해 ‘옐로카드’ 받았던 산은​

지난해 10월, 산은과 GM이 맺었던 ‘15년 경영 유지’ 계약이 끝났다. GM이 철수해도 잡을 명분이 없어진 것이다. 이와 관련, 산은은 계약 종료 3개월 전인 지난해 7월 ‘한국지엠 사후관리 현황’ 보고서를 작성했다. 여기엔 “(GM의) 철수 징후가 증가하는 추세” “2017년 10월 이후에는 출구전략 모색 필요”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먹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뜻이다.

산은은 그동안 뭘 했을까.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산은은 주주감사권을 통해 한국GM에 매출원가 등 116개 자료를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받아본 자료는 6개가 전부였다고 한다. 주주가 회계내역을 들여다보려면 지분 3%만 있으면 된다. 지분 17%인 산은에겐 당연히 행사해야 할 권리다. 또 한국GM 이사 10명 중 3명은 산은에서 추천하게 돼 있다.    


산은, “이사회 때 늘 모든 방향은 GM 본사 측에 따라 결정”​
산은은 소수주주로서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재차 익명을 요구한 산은 고위 관계자는 21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한국GM에 매번 회계장부를 요청했지만 공개한 자료가 너무 부실했다”면서 “매출원가를 달라고 하면 정제된 자료가 아니라 출처도 알 수 없는 영수증과 같은 로 메테리얼(raw material․원자료)을 한 무더기 갖다 줬다”고 했다. 

관계자는 이어 “경영상 부당한 점을 이사회 회의 때 세게 얘기했지만, 늘 모든 방향은 GM 본사 측에 따라 결정됐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산은이 한국GM 지분을 추가 매입해 경영에 간섭해야 했다'는 충고도 내놨다. 이에 이 고위 관계자는 "그러면 산은이 다시 대우차 때처럼 관리하라는 것"이라며 "이 경우 어마어마한 공적자금이 들어가고, 그렇게 해서 한국GM을 살릴 수 있을지도 확신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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