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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이 끝일까···4災 낀 호남경제 '공멸 위기'

군산조선소에서 금호타이어까지 곳곳이 '지뢰밭'

전남·전북 = 정성환 기자 ㅣ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8.02.23(Fri) 11: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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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만식의 《탁류》 첫 줄은 '금강(錦江)…'이다. 왜 채만식은 공주 곰나루부터 시작하는 강물의 흐름을 소설의 첫 부분에 담아냈을까. 맑게 시작하다가 온갖 혼탁함에 뒤섞여 더렵혀지는 강물의 모습, 탁류가 쏟아져 들어오는 1930년대 군산의 실태이자 모습이다. 

 

군산 앞바다의 탁류처럼 지금 호남경제도 '시계제로'다. 호남경제 전체에 큰 파급력을 미칠 악재가 동시에, 복합적으로 작용해서다. 전북 군산경제를 지탱하는 양 축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와 한국GM 군산공장이다. 지평을 넓히면 호남경제 축은 군산~광주~목포~여수·광양으로 이어지는 'L자'구조다. 그러나 내외 요인으로 어디 하나 성한 곳이 없어 보인다. 곳곳이 지뢰밭이다. 

 

군산조선소와 한국GM 군산공장이 폐쇄된 데 이어 금호타이어 운명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미국 트럼프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포스코 광양제철과 기아차와 농업계 등 호남 주력산업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동시 다발적 악재 발생에 따라 '간섭효과'까지 나타나면서 얽힌 실타래가 더욱 꼬이고 있다. '호남의 시간', 여전히 탁류가 흐르고 있는 것이 호남경제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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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주력산업 몰락 호남지역 경제 '쑥대밭'인데"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와 한국GM 군산공장은 오식재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다. 두 공장은 모두 불과 4개월 시차를 두고 셧다운 당했다. 한국GM 군산공장은 준중형세단 말리부와 크루즈, 올해 단종 예정인 다목적 RV 올란도 등이 생산되는 공장이다. 한국GM은 지난 13일 기습적으로 이달 말까지 군산공장 가동을 중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군산공장 가동 중지는 공장 폐쇄를 위한 사전 조치로 보는 것이 산업계의 중론이다.

 

이번 한국GM 군산공장 가동 중지로 인해 군산 지역경제가 큰 피해를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GM 군산공장 직원 2000여명 뿐만 아니라 공생관계를 맺고 있는 협력사 직원들까지 경제적인 어려움에 봉착해 지역경체가 침체기를 맞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GM 군산 공장 폐쇄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되는 노동자 수는 약 15만6000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한국GM에 직접 고용된 정규직 노동자 수는 1만6000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14만명은 각 부품협력사에 고용된 노동자다. 

 

앞서 군산조선소는 지난해 7월1일, 완공 7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세계적 조선경기 침체로 인한 일감 부족 때문이었다. 현대중공업은 ‘폐쇄’가 아닌 '전면 가동 중단'이라고 설명했다. ‘재가동’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는 하지만 군산조선소의 '1막'은 끝난 셈이다. 한때 군산조선소 인력은 5000여명(협력업체 약 4000명)이 넘었다. 하지만 조선소가 문을 닫으면 설비와 공장을 유지 보수할 수 있는 최소인력 50명 가량만 남고 모두 공장을 떠났다. 

 

군산조선소는 지역의 작은 조선소가 아니었다. 군산시 소룡동 매립지 180만㎡에 총 1조2000억 원의 자금이 투입된 이곳은 25만톤 급의 선박 4척을 한꺼번에 건조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130만톤급 도크 1기와 1650톤급 골리앗 크레인을 보유하고 있다. 2008년 5월 기공식을 열고 본격적인 공장 설립에 들어가 2010년 2월 생산라인을 갖췄다. 2012년 11척(1조1300억원), 2013년 10척(8600억원), 2014년 13척(8301억원), 2015년 16척(1조1418억원), 2016년 13척(1조2972억원)의 실적을 꾸준히 올렸다. 하지만 이제는 과거의 영광이 흔적조차 없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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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운명 초읽기···노사, 자구안 합의 못하면  ‘​법정관리’ ​ 

 

문제는 군산조선소·한국GM에 그치지 않는다. 광주에 본사를 둔 금호타이어의 운명을 결정지을 날이 '나흘(26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날은 이사회가 열리는 날이다. 스스로 회생할 수 있는 방안을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것인지, 아니면 강력한 구조조정의 칼날을 맞을 고통스러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의 길을 갈 것인지 갈림길에 선 것이다. 오죽 다급했으면 위기를 감지한 윤장현 광주시장이 모든 일정을 미룬 채 20일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을 전격방문, 노사와 긴급 면담을 했겠는가. 

 

한때 '기술의 금호'로 불리며 세계 11위의 경쟁력에 수천억원의 흑자를 내던 금호타이어다. 하지만 지난해 매각이 불발된 금호타이어가 2014년 워크아웃 졸업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유동성이 말라붙어 지난해 12월 임금조차 지급하지 못한 상황이다. 금호타이어의 실적은 해외 매각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면서 갈수록 줄어들었다. 2014년 3584억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은 2015년 1360억원, 2016년 1201억원으로 계속 감소했다. 지난해엔 200억 원 가량 영업손실이 예상될 정도로 실적이 부진한 상태다. 

 

지난 1월 금호타이어 채권금융기관협의회(채권단)는 경영 정상화를 위해 외부 자본 유치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를 위해 빌려준 1조3000억원의 만기를 1년 연장하고 이자율을 낮추기로 했다. 대신 조건을 달았다. 노사가 자구안인 '경영정상화 계획 이행 약정서(MOU)'를 오는 2월26일까지 합의하라는 것이었다. 만약 금호타이어 노사가 이날까지 자구안에 합의하지 않는다면 차입금 만기 연장 효력은 사라지고 금호타이어는 부도라는 최악의 상황도 맞을 수 있다. 법정관리 외에는 답이 없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노사가 기한 내 자구안에 합의를 하지 못할 경우 초단기 법정관리인 프리패키지드 플랜(P플랜) 또는 회사 부도 처리를 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타이어 곡성 공장에는 1800여 명의 정규직과 50여 개의 협력업체 직원 5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곡성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핵심업체인 셈이다. 금호타이어 광주 공장에도 약 20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구조조정이 호남권의 핵심 이슈가 돼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다. 만약 금호타이어가 부도처리되면 가뜩이나 쑥대밭이 된 호남지역 경제가 더 가라앉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하지만 금호타이어의 운명은 여전히 안갯속을 헤매고 있다.​ 금호타이어 노사는 일주일에 두 번씩 만나 2016년 임단협과 자구안에 대한 논의하고 있지만 진척은 없다. 이번 주도 20일(46차 본교섭)과 22일 교섭에 나섰다. 막판 집중협상을 도출할 계획이라고 하지만 양측의 입장 차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는 전언이다. 노조는 "희생만 강요말라"며 자구안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오는 26일 이후의 상황이 흘러갈 방향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또다시 지난해와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관측이 시장에서 나오는 이유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 트럼프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포스코광양제철과 기아차 등도 호남 주력산업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2016년 미 정부가 한국 열연강판에 최고 61%의 관세를 부과하자 포스코 광양제철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에서 베트남 등으로 수출국가를 다변화 해오고 있지난 전체 철강 수출 물량의 11%를 차지하고 있는 포스코의 대미 철강 수출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기에 강관까지 고관세를 물리는 방안이 나오자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다. 

 

철강 뿐 아니라 한·미 FTA 재협상 등을 통해 백색가전과 자동차, 농수산업도 압박을 받고 있다. 한국산 수입차에 대한 관세가 부활하거나 미국 내 생산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이 전체 수출량의 54%를 차지하고 있는 기아차 광주공장은 매출 손실이 불가피하다. 앞서 중국의 사드 배치에 따른 무역보복으로 광주 지역에 공장을 둔 기아차는 판매 부진으로 지역경제에 직격탄을 날렸다. 

 

다만 삼성전자 광주공장의 경우 미국 수출 제품생산라인을 모두 베트남 공장 등으로 이전한 상황이어서 직접적인 타격은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2016년 광주 공장을 베트남으로 이전하자, 협력사·외주기업 등이 연쇄 영향을 받으면서 광주 지역 제조업 일자리가 1만개 감소하는 등 지역경제는 골병들었다. 특히 삼성전자 '학습효과'로 지역 기업들의 해외 이전을 부추길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BYC는 지난해 말 전주공장을 정리하고 베트남으로 떠났다. 

 

 

"근근히 지탱되던 단순 생산기지 '하청경제'의 고름 터진 것"

 

문제는 위기의 호남경제를 반전시킬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군산조선소와 한국GM 공장 폐쇄에 이어 금호타이어까지 호남벨트가 급속히 와해될 조짐을 보이자 정부와 정치권 등은 특별고용재난지역 지정과 현장간담회 개최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현 정부의 표밭인 호남지역 민심이 돌아설 경우 6월 지방선거에서 필패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러나 '언발에 오줌누기식'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전문가들과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간섭효과'도 문제해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금호타이어가 호남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정부가 결국에는 또 지원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그런데 한국GM이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하면서 상황은 '180도'로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금호타이어 광주 및 곡성공장 고용 인력은 3900여 명으로 적은 숫자는 아니다. 하지만 한국GM이 군산공장 폐쇄를 이미 밝혔고 고용 파급효과도 금호타이어보다 더 크다. 우선 순위에서 금호타이어를 지원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상황이 달라질 여지는 있지만, 현재로서는 정부 지원 또한 '기대난망'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군산조선소에 이어 금호타이어에 이르기까지 지역 주력업체들이 연이어 와해 위기를 맞자, 일각에서는 본사 물량 배정으로 근근히 지탱되던 지역산업계의 고름이 터져 나온 것 아니냐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박성수 광주전남연구원장은 "국내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의 단순 생산 기지에 머물고 있는 호남경제가 기업 본사의 전략과 정부의 정치적 결단에 따라 미래가 결정될 수밖에 없는 취약한 구조라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이번 일을 통해 지역산업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재조직화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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