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올림픽이 2월25일 폐회식을 끝으로17일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이번 올림픽은 IOC와 외신 등을 통해서 여러모로 성공적인 올림픽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평창 평화외교'에 주력해온 한국 정부가 거둔 외교적 성과는 주목할 만하다.
무엇보다 그간 경색일로를 치달아온 남북 관계가 대화 국면으로 돌아섰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북한은 김정일 체제에서 김정은 체제로 넘어오면서 고립 상태에 접어들었다. 한국·미국 등 외부와의 대화는 단절됐으며 거의 모든 채널이 중단됐다. 특히 한국과는 2016년 2월 개성공단 폐쇄 이후 경제적 왕래가 끊겼으며, 민간 차원의 교류조차 전무했다. 지난 정권에서 한국의 고위당국자 중 김정은 위원장이나 북측 고위급 인사를 만난 사람들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한반도 문제 해결에 있어 최대 급선무는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것이라고 입을 모아 지적했다.
문 대통령과 북 고위급 회동, 또 이뤄질 가능성 있어
평창 올림픽은 한반도 평화무드 조성에 있어 전환점이 됐다. 북한은 선수단과 예술단,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는 등 대남 평화공세를 이어갔다. 그 정점은 개회식에 김일성 직계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의 방남이었다. 북한의 대외적 '국가 수반'인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함께 김정은의 특사 자격으로 방남한 김여정은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김정은의 친서와 함께 방북 초청 인사를 전했다. 평창외교가 '남북정상 회담 제안'이란 결실로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올림픽 폐회식이 있었던 25일 문 대통령의 '평창 구상'은 한 단계 진전했다. 폐회식 참석을 위해 방남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문 대통령과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한반도 평화 구상에 대한 대화가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예정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 양측의 만남은 폐회식 직전 긴급하게 이뤄졌다. 이날 접견에서는 북한 고위급 대표단 구성으로 볼 때 김영철 부위원장과 최강일 북 외무성 대미라인 부국장이 사안에 따라 역할 분담을 한 것으로 관측된다. 김 부위원장이 문 대통령과 남북정상회담·대북특사 등 남북관계 개선 등에 대해 포괄적으로 논의하고, 최 부국장이 북 핵·미사일과 관련한 논의를 맡는 방식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과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회동은 또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 가운데, 북한 대표단은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과의 별도 회동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2차 파견과 문 대통령과의 회동에 따라 남북관계 개선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 고위급 대표단 파견은 지금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미국의 군사적 압박으로 초래된 사면초가·고립무원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북한식의 출구전략"이라며 향후 북측의 대남 평화공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4월 한·미 합동군사훈련, 한반도 위기 분수령 될 듯
향후 한반도 평화 행보에 있어 남은 과제는 북·미 관계다. 북·미 대화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한 분위기다. 폐회식에 참석한 이방카 미 백악관 선임고문이 북한과 만날 의사가 없다고 밝힌 데 이어, 트럼프 행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의 대북제재안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23일(현지시간) 대북 해상차단을 위한 강도 높은 조치를 발표한 뒤 "제재의 효과가 없으면 우리는 제2단계로 가야 할 것"이라며 "제2단계는 매우 거친 것이 될 수도 있고, 전 세계에 매우, 매우 불행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 정부는 평창에서의 막판 북·미 대화 조율을 위해 긴박하게 움직였으나, 결국 북·미 간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한국 정부의 향후 최대 숙제는 남북관계 개선과 한·미 공조 회복 사이에서의 균형점 찾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당장 북·미 접촉은 어렵더라도 먼저 남북이 미국을 설득할 만한 성과를 만들어 대화의 실마리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오는 4월 한·미 합동군사훈련 재개를 앞두고 있어 그 전에 북·미 간 관계의 전환점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한반도 정세는 또 한번 최대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