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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5의 역주행’으로 짚어본 한국GM의 몰락 이유

르노가 중형차를 준중형 가격으로 내놓을 때 GM은 10년간 ‘배짱 영업’ 일관

박혁진 기자 ㅣ phj@sisajournal.com | 승인 2018.02.26(Mon) 15:00:00 | 14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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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동차 시장에서 출시된 지 10년 가까이 된 차량의 판매량이 급증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 SM5 이야기다. SM5는 지난해 내수시장에서 전년 대비 약 14% 증가한 7247대가 팔렸다. 지난해 성적을 보면 SM 시리즈 4개 모델(SM3, SM5, SM6, SM7) 가운데, SM5는 SM6에 이어 두 번째 자리를 차지했다. 특히 작년 9월부터 현재까지 SM5는 전년 동월 대비 2배 가까이 높은 판매고를 이어가고 있다.

 

SM5 반등의 비결은 가격이다. 배기량 2000cc급 중형세단으로 분류되는 SM5의 경쟁차종(국산차 기준)으로는 현대차 쏘나타와 기아차 K5, GM 말리부 등이 꼽힌다. 세 차량 모두 가장 낮은 트림의 가격은 2000만원대 초반(쏘나타 2255만원, K5 2270만원, 말리부 2388만원)이지만, 몇 가지 옵션만 추가하면 3000만원에 육박하거나 이를 넘는다. SM5의 가장 낮은 트림인 클래식 모델의 가격은 2195만원이지만, 가죽시트와 앞좌석 파워 및 통풍시트, 전자식 룸미러, 좌우 독립 풀오토 에어컨 등 타사의 웬만한 옵션이 다 포함돼 있다. 자동차 커뮤니티에서는 SM5 클래식이 아반떼나 크루즈 같은 타사 준중형보다 오히려 가격경쟁력에서 앞선다고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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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9년 된 SM5 판매량 증가 기현상 왜?

 

출시 9년 된 차의 주문량이 늘어나면서 SM5를 생산하는 부산공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신차 효과를 톡톡히 누린 셈이다. 외국계 회사가 대주주로 있는 자동차 브랜드는 국산 브랜드보다 신차 출시 주기가 길기 때문에 가격정책이나 페이스리프트 등을 통해 소비자를 끌어모은다. 르노삼성의 경우 SM5 가격을 낮추고 옵션을 추가하는 등 나름의 고민 끝에 새로운 전략을 세웠다. 자동차 커뮤니티에서는 이를 두고 ‘SM5의 역주행’이라고도 부른다. 음반 차트에서 오래된 곡이 최신 순위에 진입하는 것을 역주행이라고 하는데 자동차 시장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다.

 

르노삼성처럼 외국계 회사가 대주주로 있는 GM도 신차 출시 간격이 짧지 않다. 하지만 국내시장 소비자들을 대하는 자세만큼은 전혀 다르다. 한국GM이 판매하는 중형 SUV인 캡티바 판매전략에서 이런 점이 잘 드러난다.

 

캡티바는 2006년 처음 출시됐다. 출시 때는 ‘윈스톰’이란 이름이었으나, 5년 뒤 쉐보레 브랜드가 출범할 때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을 거쳐 현재의 이름을 가지게 됐다. 2016년에는 엔진·변속기를 새로운 것으로 교체하고 안전·편의사양도 강화했지만, 기본 플랫폼에는 변화가 없었다. 5년마다 신차가 출시되는 시장에서 10년 가까이 옵션과 외관만 약간 바꿔 차량을 판매하는 경우 역시 흔치 않다. GM 측은 페이스리프트를 할 때마다 완전히 새 차인 것처럼 홍보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달랐다.

 

자동차 커뮤니티에서는 캡티바를 두고 ‘1년 돼도 10년 된 차’ 같다는 비아냥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래서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캡티바를 ‘사골’에 빗대어 부르기도 한다. 그렇다고 SM5처럼 가격을 낮추거나 옵션을 더 넣은 것도 아니다. 한국GM의 이런 정책이 어떤 결과로 나타났는지는 실적이 말해 주고 있다. 캡티바의 엔진과 미션을 바꿔 출시한 지난해 판매량은 2067대로 오히려 전년보다 26.7%나 줄었다. GM은 올해 중형세단 에퀴녹스를 출시하기로 결정했지만, 가뜩이나 GM에 대한 분위기가 회의적이어서 실적 전망이 밝지 않다. 게다가 한국GM은 에퀴녹스를 국내 생산이 아닌 미국 생산품을 들여오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시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GM의 ‘배짱 영업’은 준중형세단 ‘크루즈’ 판매전략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크루즈는 지난해 2월 신형 크루즈를 한국 시장에 출시했다. 구형 크루즈 도입 9년 만에 완전 변경된 모델을 내놓은 것. 하지만 크루즈의 지난해 판매 수치는 1만554대로, 전년 대비 2.7%나 판매량이 떨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GM의 영업사원은 “시장에서 신형 크루즈에 대한 기대가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판매가 줄어든 것은 결과적으로 한국GM의 배짱 영업정책 때문”이라며 “최하위 트림의 가격을 현대차 아반떼보다도 300만원 이상 비싼 1890만원으로 책정한 것은 우리도 납득하기 어려운 가격정책이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GM은 미국에 내놓은 크루즈와 국내에서 판매하는 크루즈에 다른 부품을 사용했다. 미션의 경우 미국 시장용은 일본에서 생산하는 9단 아이신 미션을 장착하지만, 국내에는 충남 보령에서 생산하는 7단 미션을 단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두 미션의 품질차가 작지 않다고 말한다. 한국GM이 국내 철수를 고려하는 이유를 놓고 여러 가지 말이 나오고 있지만, 이런 차량 판매전략만 놓고 본다면 과연 GM이 한국 시장 및 생산공장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 시선이 많을 수밖에 없다.

 

르노삼성과 한국GM은 모두 금융위기 이후 몰락한 국내 자동차회사를 외국 자본이 인수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인수 후 한동안 판매에 어려움을 겪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 시장을 대하는 두 회사의 전략은 판이하게 달랐다. 르노삼성은 SM5 가격을 낮추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SUV 시장을 잡기 위해 QM3나 QM6 등을 잇달아 출시했다. 르노삼성이 내놓은 QM3는 CUV(compact utility vehicle)라는 말까지 만들어내며 시장을 선도했다. 최근 현대차와 기아차가 내놓은 코나나 스토닉도 QM3를 견제하기 위해 내놓은 차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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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크루즈 동급 대비 300만원 비싸게 출시

 

GM은 달랐다. 한국 소비자와 공생하는 방법을 찾지 못하면서 스스로 무너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자동차 전문지 기자는 “르노삼성은 나름 SM5의 가격정책을 잘 세워 국내 생산량을 늘리고 소비자도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은 반면, GM은 한국 시장 및 소비자와 공생할 방법을 찾기는커녕 단물 빼먹을 생각만 해 왔다”고 지적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한국GM 철수와 관련해서도 그는 “높은 임금 등 고비용·저효율 구조, 강성노조 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차 파는 일’ 자체에 실패한 측면이 제일 크다”며 “상품 전략 측면에서 스스로 위기를 자초했는데도 한국 정부에 손을 벌리는 것은 어불성설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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