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산병원 자살 간호사 추모 리본, 병원서 3시간 만에 떼어내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18.02.27 10:4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진실 밝혀라” 병원 가는 길의 추모 흰 리본 물결, 새벽 사이 사라져

“행복한 간호사가 되고 싶어요.”

“당신의 눈물은 이제 제몫입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하다 설 연휴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진 간호사 박선욱씨를 추모하기 위해 동료 간호사들이 추모 리본을 다는 등 발 벗고 나섰지만, 병원 측은 리본을 모두 떼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2월26일 밤 11시 잠실나루역에서 성내천을 건너 서울아산병원으로 가는 육교에는 하얀 리본이 걸리기 시작했다. 100m 남짓 다리 양쪽으로 리본 수백 개가 수놓아졌다.

 

2월27일 새벽 2시 잠실나루역에서 서울아산병원으로 가는 육교에 故박선욱 간호사를 추모하는 흰 리본이 걸려 있다. ⓒ 시사저널 입수자료

 

흰 천을 일일이 찢어 만든 리본이었다. 길게 찢긴 하얀 천마다 故박선욱 간호사를 추모하고 병원의 태움 문화를 비판하는 글귀가 적혔다. “선생님의 못 다한 꿈 그곳에선 마음 편히” “박선욱 선생님 미안합니다” “태움 OUT” “개인의 잘못이 아닌 시스템의 잘못” 등이었다. 모두 손으로 쓴 글씨였다.

 

그러나 리본은 현재 사라졌다. 2월27일 오전 7시에 확인해보니, 육교에서 리본은 모두 떼어졌다. 육교 가로등 옆에는 ‘#나도 너였다’라는 제목으로 故박선욱 간호사를 추모하는 집회 포스터가 붙었지만, 그마저도 없었다.

 

한편 해당 지역 환경 미화를 담당하는 송파구청 자원순환과에서는 “리본을 건드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지역 환경미화원들이 청소를 시작하는 시간은 9시30분. “새벽에는 청소를 하지 않아 리본이 달려있는 지도 몰랐다”면서 “설령 리본을 봤다 할지라도 바닥 청소만 할 뿐 떼어내진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확인 결과, 리본을 떼어낸 건 서울아산병원이었다. 병원 홍보실은 “항의가 들어와 옮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자 치료하는 병원 앞에 ‘죽음’과 같은 부정적 표현이 쓰인 것이 불편하다는 신고가 들어왔다”면서 “리본을 매단 사람들에게 이동을 요구하려 했으나 누군지 몰라 새벽 3시까지 지켜보다 떼어냈다”고 말했다. 신고를 한 사람의 소속은 확인되지 않았다.

 

육교 입구에서 양복을 입은 남자가 故박선욱 간호사를 추모하는 하얀 리본을 지켜보고 있다. ⓒ 시사저널 입수자료

 

이날 리본을 단 건 간호사연대였다. 5~6명의 간호사연대 회원들이 모여 2월26일 밤 11시부터 27일 새벽 2시까지 작업했다. 익명을 요구한 간호사연대 관계자는 “간호사연대가 주최하는 추모 집회 포스터도 붙였다”면서 “상식적으로 간호사연대가 주도했다고 추론할 수 있지 않냐, 연락온 건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아산병원 홍보실은 “직원들은 그들이 리본을 달았다는 걸 몰랐던 상황”이라면서 “알았다면 직원들이 새벽 3시까지 육교 위에 서 있진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리본은 서울아산병원 보안팀에서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