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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 없어도 될 삼성그룹 시스템 만들어놔야”

[인터뷰]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사업별 컨트롤타워로 그룹 이익 극대화해야”

고재석 시사저널e. 기자 ㅣ jayko@sisajournal-e.com | 승인 2018.02.28(Wed) 14:00:00 | 14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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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월5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서 353일 만에 구치소를 나왔지만, 여전히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이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정형식 서울고법 형사13부 부장판사의 이름은 저잣거리까지 뜨겁게 달구는 모양새다. 대법원 판결이 남은 터라 이런 분위기는 한동안 이어질 공산이 커 보인다. 삼성도 재판에 따른 불확실성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 부회장에게 조언할 수 있다면, 본인이 없어도 그룹이 운영될 수 있는 시스템을 지금 만들어놔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안전판 없이 이 부회장이 또 사라지면 삼성은 상당 기간 최고의사결정자 없이 운영되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재벌 구조개혁 전문가인 채 의원을 2월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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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판결을 어떻게 봤나.

 

“집행유예를 선고하려고 (삼성 측) 변호인들의 논리에 끌려들어간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볼 수 있는데, 그 부분을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았다. 재계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곳은 현대차그룹이다. 현대차는 현재 순환출자 구조를 풀어야 한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삼성이 먼저 어떤 대안을 낼지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보통 총수 구속 후 재판 양형에 긍정적 효과를 끌어내기 위해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하곤 한다. 솔직히 (이 부회장 구속 이후) 삼성이 뭔가 준비하지 않았을까 조금은 기대를 했었다. 그런데 안 나왔다. 판결 직전 유일하게 나온 액션(action)이 액면분할이다. 하지만 그건 지배구조 개선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 사안이다. 아마 현대차에서는 삼성이 큰 카드를 내놓으면 (자신들도) 무언가 내놔야 한다는 큰 부담이 있었을 것이다. 삼성이 별 행동을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대차가 부담을 덜었다.”

 

 

삼성이 전자계열사(사업지원TF), 비전자 제조계열사(EPC경쟁력강화TF), 금융계열사(금융경쟁력제고TF) 등 미니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고 있다. ‘작은 미전실’이라는 일각의 시선도 있다.

 

“미래전략실이 문제가 된 이유는 법적 실체가 없으니 책임을 지지 않는데도 큰 권한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전실과 형태를 달리해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를 만들고, 이곳에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면 된다. 프랑스에 ‘로젠블룸(Rozenblum)’ 판결이 있다. 가령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하는데, 한쪽이 손해를 보고 한쪽이 이익을 볼 수 있다. 그런데 그룹 전체 차원에서 시너지가 나온다면 이걸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아직 이와 같은 개념은 없지만 충분히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삼성이) 지금 그런 형태로 변화해 가는 거라 생각한다.”

 

 

‘삼성표 오너경영’ 재개의 신호탄은 아닐까.

 

SK는 선대 회장 타계 직후 최태원 회장이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승계를 받았고, 이후 분식회계 혐의 등으로 최 회장이 구속됐을 때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됐다. 그 과정에서 지주회사 전환도 이뤄지고 (현재의) 수펙스추구협의회도 만들어졌다. 삼성은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 그런데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힐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 부회장에게 조언을 할 수 있다면, 지금은 본인이 없어도 그룹이 운영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놔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그걸 안 해 놓고 본인이 갑자기 사라지면 삼성은 상당기간 최고의사결정자 없이 운영되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지주사 전환을 밀고 나가기 어려워진 듯한데.

 

“삼성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려면 삼성생명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현행법상 그게 어렵다. 이 때문에 삼성은 지주회사 형태처럼 지분구조를 가져가는 것이다. 맨 위에 삼성생명과 삼성물산, 그 밑에 삼성전자와 삼성그룹 내 전자계열사, 또 삼성물산 옆에 비(非)전자 금융계열사 등을 두는 체계다. 삼성 입장에서는 굳이 법률상 지주회사를 만들 이유가 없다. 그렇게 되면 관련법에 의해 행위 제한이 많이 생긴다.

 

지금으로서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에 대한 사회적 논란, 이걸 어떻게 풀 것인가가 삼성의 가장 큰 숙제다. 현재 자산운용 비율을 취득원가(주식을 매입할 당시 가격)로 하고 있다. 시가로 평가하면 자산운용 비율이 크게 올라가니 삼성으로서는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보유)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여당은 보험사가 계열사 주식을 시장 가격 기준 3%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해 놨다) 사실 ‘삼성 문제’는 대부분 금융 이슈다.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한 과세 논란이 있지 않았나. 2015년에 금융실명제법이 강화됐다. 법제처가 (과징금 부과로) 엊그제서야 유권해석을 바꿨다. 또 (당국이) ‘금융그룹 통합감독 체계’를 갖추기로 했다. 삼성으로서도 (일련의 상황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3월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위상을 강화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최근엔 적극적 주주환원 정책도 펴고 있다. 다만 이 부회장에게 등기이사직을 사임하라는 요구가 나올 수 있는데.

 

“이사회 의사결정 구조상 오너에게 ‘딴지’를 걸어줄 사람이 그간 없었다. 삼성도 이를 뼈저리게 느꼈을 테고, 독립성을 갖춘 사외이사를 수용할 것으로 본다. ‘엘리엇’처럼 또 다른 투자자가 나타나 (삼성을) 흔들 수 있는데,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개선에 나설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대규모 설비투자와 관련한 의사결정을 끝냈다. 더는 잉여자금을 쓸 곳이 없다. 그래서 외국인 투자자 등 주주들이 ‘왜 현금을 쌓아놓고만 있느냐’고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다. 시장 압박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주주이익 환원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 아마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 사임을) 자발적으로 하지 않을까. 시장에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사인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주주의결권 확대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직접 제시했다. 또 ‘김상조의 공정위’도 있다.

 

“김상조 위원장은 기업의 자발적 개선이 가능하다고 보는 편이다. 지난 대선 때 민주당은 기존 순환출자도 강제 해소시키자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이 캠프에 합류한 후 ‘그건 안 된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방법론에 대한 이견들이 (정부·여당 내에) 있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까지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더 기다릴 수 없을 것이다. 그러면 공정위가 집행력을 이용해 할 수 있는 일에 나서리라 본다.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행위, 즉 계열사 이익을 자신의 회사로 가져오는 행위를 막는 것이다. 두 번째는 대기업들의 하도급 문제, 흔히 말하는 ‘갑을 문제’다. 조사 결과물들이 곧 나올 것으로 본다. 총수 일가 사익편취행위의 경우 (공정위가) 형사처벌 가능성도 언급할 정도로 압박할 수 있다. 그로 인해 조금은 속도를 낼 수 있다. 그 시점은 지방선거 이후, 그러니까 정치적 이슈가 지난 이후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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