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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노무현 논두렁 명품시계 사건’ 공개 안해”

[인터뷰] 국정원 개혁위 공보간사로 활동한 장유식 변호사

송창섭 기자 ㅣ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8.03.01(Thu) 17:00:00 | 14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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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들어와 국가정보원은 보수정권 적폐청산의 중심에 서 있다. 특별활동비 사용과 관련해 박근혜·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이 기소됐거나 기소될 위기에 처해 있다. 박근혜 정부의 남재준·이병호·이병기 원장은 물론 이명박 정부 시절 원장인 원세훈 원장도 검찰의 칼날을 피해 가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국정원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정부는 더 이상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국정원의 국내정보 수집 업무를 경찰로 넘긴다는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말까지 활동한 국정원 개혁위의 성과다.

 

물론 개혁위 성과가 100% 만족할 만한 것은 아니다. 개혁위가 밝힌 15대 의혹사건에 대해 이해당사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특히 검찰과 국정원의 ‘야합’과 관련해선 아직까지 진실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논두렁 명품시계 사건이 대표적이다. 국정원과 검찰이 서로 책임전가를 하는 가운데 수사를 책임졌던 당시 이인규 대검 중수부장은 입을 굳게 닫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정원의 지나간 잘못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민간인으로 구성된 개혁위의 한계가 처음부터 불 보듯 뻔했다는 반응도 있다. 국정원 개혁위에서 공보간사를 맡았던 장유식 법무법인 동서남북 변호사를 만나 개혁위 활동의 후일담을 들어봤다. 현재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소장도 맡고 있는 장 변호사는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중랑 갑)의 남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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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적폐청산 TF(태스크포스)와 개혁위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정확히 말하면 우리가 활동한 곳은 국정원 TF가 아니다. 개혁위는 민간인 11명, 국정원 직원 2명으로 구성됐다. TF라고 이름 붙여진 것은 국정원 조직이다. 조직쇄신TF와 적폐청산TF가 있었는데, 조직쇄신TF가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이 직원들과 함께 국정원 개혁방안을 논의한 조직이라면, 적폐청산TF는 검찰에서 파견 나온 감찰실장이 TF장을 맡으면서 검찰 출신 4명, 국정원 직원 20여 명이 활동했다. 실제적으로 국정원 서버에 접근하거나 자료를 정리하는 것은 적폐청산 TF에서 했다. 개혁위는 TF에서 정리한 것을 보고받고 미진한 것이 있다면 다시 보완해 줄 것을 요청하거나 언론에 알리는 일을 했다.”

 

 

국정원 개혁 의제는 어떤 과정을 통해 정했나.

 

“총 15개 과제를 선정했다. 국정원 댓글 사건부터 해서 논두렁, NLL(북방한계선) 등이다. 원래는 13개였다. 13개가 선정된 과정은 이렇다. 국정원에서 12개를 정해 왔고 국정감시네트워크라는 민간 기구에서도 13개를 가져왔다. 그래서 최종 협의해서 13개 과제를 정했다. 나중에 몇 개가 추가됐다. 국정원에서는 안 가져왔지만 민간 쪽에서 갖고 온 의제 중 대표적인 것이 세월호 사건과 관련된 것이었다. 세월호와 관련된 것은 사고 원인과 실소유자 문제 그리고 사고 은폐 과정에 관한 것이었다. 류경식당(중국의 북한식당인 류경식당 직원 12명 집단탈출 사건) 건은 국정원이 자신들과 무관한 일이라고 해 채택되지 않았다.”

 

 

국정원 개혁안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적폐청산 작업이 여러 군데에서 이뤄졌지만 개인적으로 권력기관 중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이뤄진 곳이 국정원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국민들의 요구가 거세다. 국정원 개혁과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차이는 노 대통령의 경우 국정원장과 독대하지 않는 방법으로 하려고 했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제도화시키려 하는 것이다.”

 

 

야심 차게 출발했다가 뒤로 갈수록 흐지부지 끝난 면도 있는 것 같다.

 

“물론 그렇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논두렁 부문하고 유우성 간첩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부분은 우리(개혁위)가 생각할 때도 충분히 밝혀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렇지만 끝까지 밝히기 위해 개혁위 활동을 연장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나머지는 국정원에 맡겨야 한다. 국정원이 7·8국을 없앤다고 하지 않았나. 이렇게 되면 이제 구조적으로 국내정치 개입은 힘들어진다. 앞으로 이게 입법이 되면 안보수사권은 경찰로 넘어가게 된다. 예산도 통제가 될 것이다. 미국의 정보감찰관과 비슷한 직책도 생긴다.”

 

 

구조적으로 정보 접근이 힘들었던 것은 아닌가.

 

“합리적인 조사가 힘든 구조인 것은 맞다. 두 가지 흐름 속에서 개혁위의 딜레마가 있었다. 첫 번째는 주로 보수언론들이 많이 지적한 것이었는데 민간인들이 국정원 서버를 마음대로 들여다본다는 이념공세였다. ‘그러면 간첩은 누가 잡느냐’는 식이었다. 심지어 자유한국당에선 내 이름까지 거론하더라. 두 번째는 한겨레·경향신문 같은 진보언론의 논리다. 개혁위원들이 일주일에 한 번 회의하는데 그렇게 해서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겠냐는 것이었다. 물론 일리 있는 말이다. 단적으로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 건만 해도 국정원 서버에서 찾은 자료가 130만 건이라더라. 검찰에서 파견 나온 국정원 직원이 우리를 대신해 자료를 요청했다. 이 사람들도 서버를 직접 들여다볼 수는 없다. 자료를 뽑아내는 일은 전산실 직원 2~3명만이 가능했다.”

 

 

검찰 출신들이 개혁위 활동을 하는 것은 또 다른 논란을 야기할 수 있지 않은가.

 

“댓글 사건 등 15개 과제에 대한 실체를 밝히는 데는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다. 검찰 입장에서 감출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원장과 기조실장 차원에서 개입한 것도 없었다. 그런데 검찰 출신 국정원 직원이 친정의 비리를 들추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의문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 사건이다. 우리도 이 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으며 감찰실장과 논쟁을 벌인 적도 있었다.”

 

 

결국 노무현 대통령 논두렁 시계 사건은 검찰이 공개를 안 하는 거라고 보면 되나.

 

“그렇다. 검찰이 공개하지 않기에 확인할 수 없다. 여기서 논두렁이란 이야기를 누가 처음 붙였냐가 중요하다. 대통령에게 모욕적인 정치공작을 한 것이니까. 그런데 내 생각으론 그건 국정원만의 잘못이 아니다. 정작 국정원은 이인규 당시 대검 중수부장에게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 확인된 것은 국정원에서 이인규 부장을 만나 ‘불기소 정도로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이인규씨는 국정원 직원이 한 것이라고 해 놓고는 입을 닫고 있다. 그리고 도피하듯 미국으로 가버렸고 ‘논두렁’의 진실을 밝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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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내 사이버 외곽팀의 실체도 궁금하다. 이 일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구속됐다. 조사 때부터 MB(이명박 전 대통령)를 염두에 두고 했던 것인가.

 

“회의에서 그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었다. 사이버 댓글을 조사하고 박근혜 정부 시절 블랙리스트를 살펴봤는데 그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 시절 블랙리스트가 먼저 나왔다. 특활비(특별활동비) 문제도 두 정부에서 모두 나왔는데 이는 두 정부가 하나의 틀로 엮여 있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것을 파다가 MB 정부 것이 나왔다. 이건 전적으로 검찰이 스스로 찾아낸 것이다.”

 

 

MB가 사건에 관여했는지 여부는 밝혀진 게 없나.

 

“국정원 조사에서는 ‘원세훈 원장님 지시말씀’이었고 ‘원세훈 원장에게 보고했다’는 것만 확인된다. 청와대에 대해서는 BH(청와대)의 요청, BH의 지시, BH의 보고말씀이라는 식으로 다 돼 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BH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대통령인지, 비서실장인지, 민정수석, 민정수석실의 비서관인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국정원 직원들은 국정원 역사상 원세훈씨가 최악의 원장이었다고 하더라. MB가 돈의 화신이듯 원세훈도 마찬가지였다는 거다. 직원들은 원세훈 원장 시절 국정원이 사유화됐다고 본다. 정보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 기관을 엉망으로 만들었다며….”

 

 

여전히 국민들은 국정원 적폐청산에 대한 의구심이 많다.

 

“문서로 남지 않은 것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댓글 사건만 해도 사이버 외곽팀장에게 돈이 전달된 증거, 다시 말해 문서가 남아 있으니까 파악할 수 있었던 거다. 물론 유우성 사건과 관련해선 국정원 4급 과장까지 처벌을 받았다.”

 

 

원래 서훈 국정원장이 셀프 개혁을 하려고 했다던데 사실인가.

 

“나는 그때 합류하지 않아 자세한 내막은 모른다. 정해구 위원장이 그런 말을 하던데 내가 알기로는 원래는 서훈 원장이 위원장을 하고 청와대 민정수석과 국정원 기조실장이 부위원장을 할 계획이었다고 하더라. 그런데 이렇게 보고하니 청와대에서 ‘이건 좀 아니지 않은가’라는 반응이 내려왔다고 들었다. 정해구 위원장은 기획력이 뛰어난 분이다.”

 

 

‘국정원 개혁이 진짜 가능할까’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니까 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지금 자유한국당이 ‘묻지마 반대’를 하고 있는데, 지금 개혁안은 과거 자유한국당이 추진하려고 했던 것보다 훨씬 합리적인 안이다. 수사권 문제는 국정원의 이기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국정원이 제대로 일하기 위해선 대공수사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동안 국정원이 권력기관 중 가장 강력한 곳으로 비춰진 것은 정보도 갖고 있으면서 수사도 할 수 있어서였다. 그것도 비밀정보를 다루는 곳이다. 국정원은 이제 해외정보기관과 경쟁해야 한다. 솔직히 국가보안법과 관련한 간첩 수사는 경찰이 더 잘한다. 국정원이 간첩을 잡은 경우가 어떤 해는 한 명도 없다. 그리고 솔직히 요즘 같은 때 누가 남파돼 간첩활동을 하겠는가. 차라리 사이버 해킹을 하지.”

 

 

국정원장 임기제 이야기도 나오는데.

 

“대통령과 국정원장 간 연결고리를 끊자는 의미에서 나온 거다. 임기제는 그중 하나다. 이 밖에도 김동철 국민의당(현 바른미래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으로 대법관 추천위와 같은 국정원장 추천위를 구성하자는 의견도 있다. 또 국정원장 임명 시 국회가 동의하는 방안도 있다. 국회 동의제는 삼권분립에 반한다는 의견이 있어 개혁위 내에서는 임기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이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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