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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미투’의 올바른 경로

노혜경 시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3.01(Thu) 09:32:48 | 14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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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me too) 운동’이 무서운 기세로 번지고 있다. 우리 사회가 그야말로 성폭력 권하는 사회라는 방증일 것이다. 일단 봇물이 터지고 보니 아연실색할 이야기들이 나온다. 더 나쁜 것은, 그 이야기들이 듣고 보니 우리가 이미 너무 잘 아는 바로 그런 이야기다. 이윤택은 ‘남성중심사회’의 ‘더러운 욕망’과 ‘관행’이라는 말로 자신의 문제를 요약했다. 놀랍도록 통찰력 있는 요약이다. 성폭력을 권력폭력이라고 왜 말하는가를 저 말들은 잘 설명한다. 한국 사회의 남성이라면 내남없이 다 저 세 가지 요소의 도움을 입어왔다.

 

민망한 일도 있다. 허구한 날 여성들에게 음담패설을 늘어놓고 난처해하는 걸 재미있어 하는 남성들이, 틈만 나면 성매매업소를 기웃대거나 마누라한테 버럭질하고 무시하는 남성들이, 저 권력자들을 입에 거품 물고 욕을 한다. 갑자기 도덕군자연하면서 “연애도 하지 마라”고 목에 힘을 주는 남성도 보았다. 미투가 어디까지 갈지 몰라서란다. 그냥 미투가 뭔지 모른다고 하시지. 미투가 내놓은 답변은 “세상이 달라졌다. 그러니 우리도 달라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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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여성들은 달라졌다. 가까이는 2015년의 메갈리안 운동과 문단 내 성폭력 해시태그 운동, 멀게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용기 있는 등장에 이르기까지 여성들은 소위 ‘남성중심사회’가 여성을 제물로 삼은 ‘관행’들이 어떤 방식으로 저질러져 오는지를 끊임없이 말해 왔다. 거대담론으로도 말하고 구체적 고소·고발도 했다. 심지어 고 장자연처럼 죽음으로 항변했다. 이제 겨우 들리기 시작하는 목소리는 실제로는 아주 오래전부터 외쳐왔던 그 소리다.

 

이 미투는 몇몇 명망가들이나 권력자들을 단죄하고자 하는 운동이 아님을 정치권이 먼저, 빨리, 깨달아야 한다. 이미 시대정신은 과거적 여성, 과거적 가족, 과거적 위계질서를 거부하는 데까지 가 있다. 이를 받아 안아 실제적 변화로 이끌어야 할 책임, 소위 ‘공’은 정치권과 정부에로 넘어가 있다. 개개인이 폭로하고 소송하고 지루하고 기나긴 법정공방으로 피폐해지고 하는 일을 반복할 순 없다. 이제는 정부가 해야 한다. 그러자고 뽑은 민주정부다.

 

피해자 지원기구를 정부 차원에서 운영하고, 직장 내 성폭력 대응기구를 모든 기업에 설치하게 해야 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이 가능하게끔 의회가 법 제정을 해야 한다. 모든 부서 모든 정책의 성 평등, 양성평등 지수를 관리하는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 이미 존재하는 여성부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예산과 인력을 대폭 투입해 거대 부서, 중심 부서가 되게끔 해야 한다. 제대로 시대정신을 이끌 수 있는 부서가 되도록, 전 정부 차원에서 노력해야 한다. 문화부가, 복지부가, 환경부가 그런 경로를 거쳐 성장했다. 이제는 여성부가 성장할 차례다.

 

그리고 우리, 단체로 공부 좀 하자. 유방확대수술 지원을 정책이랍시고 내놓는 의식도 장차 ‘미투깜’이란 것을 좀 아셨으면 한다. 성숙한 근대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가장 초보적인 인권의식이라도 좀 장착하자. 알고 보면 노동문제도 페미니즘도 기본 인권의식이 좀 갖춰지면 오늘날 이 지경에 이르진 않았을 것이다. 그 첫 번째로, 대통령께서는 여성부를 어떻게 지원해야 여성부 중심으로 컨트롤타워를 만들 수 있는지, 이 아픈 여성들과 함께 울면서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 여기서 발 잘못 디디면 정말 파국이 온다는 위기의식을 지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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