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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정비사업으로 사라질 수원역 홍등가 현장

성매매 여성들 “집창촌 없어지면 더 음성적인 업소로 갈 수밖에…”

최예린 인턴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3.02(Fri) 18:54:50 | 14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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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일대의 집창촌 정비사업에 시동이 걸렸다. 현재 경기도에서 성업 중인 집창촌은 평택 쌈리, 파주 용주골, 수원역 앞 등 총 6곳이다. 집창촌이 철거돼야 한다는 목소리는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후 지역 주민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됐다. 그러나 14년이 되도록 정비사업이 진행된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수원시가 포문을 열었다. 수원시는 지난해 5월 정비를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9월 용역사업에 착수했다. 수원시가 집창촌 정비사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지 9개월여. 수원역 앞 집창촌의 풍경도 크게 달라졌다. 기자가 최근 저녁 시간에 찾은 수원역 인근 집창촌은 휑하다 못해 스산하기까지 했다. 몇몇 여성들이 홍등을 밝힌 유리관 안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불이 꺼진 업소가 더 많았다. 아예 영업을 그만둔 듯 각종 집기가 널브러진 채 방치된 곳도 있었다.

 

거리 곳곳에는 포주와 성매매 여성들이 내건 것으로 보이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수원시의 정비사업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이곳의 여성들은 “경기가 나쁠 때도 집창촌은 항상 장사가 됐었는데 정비사업 시작 이후 눈에 띄게 손님이 줄었다”며 “그러면서 많은 아가씨(성매매 여성)들이 다른 업소로 옮겨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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휑해진 홍등가…“물리적 충돌도 불사”

 

집창촌 철거가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토지주와 포주, 성매매 여성 등이 한꺼번에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수원시는 최근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수원역 주변으로 대형 백화점과 호텔, 상점들이 들어서며 번화가가 생기자 집창촌이 눈에 띄는 흉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역세권에 입지가 좋은 ‘노른자위 땅’이기 때문에 토지주와 주변 상인들도 정비를 원했다. 현지 주민들도 시의 방침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주민은 “바로 앞이 번화가인데, 애들이 지나다니면서 볼 때마다 민망하고 교육에도 안 좋다”고 말했다. 수원역 앞에서 공인중개업소를 운영하는 김아무개씨는 “집창촌이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며 “현재 난립해 있는 집창촌을 철거하고 상권으로 개발하면 땅값이 많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원시는 오는 5월까지 용역사업과 주민의견 수렴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하지만 수원역의 성매매 여성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시의 정비사업이 ‘그들만의 계획’이라는 이유에서다. 자신을 ‘문희’라고 밝힌 한 여성은 “실질적으로 여기서 생활하는 주민인 우리 종사자들은 구체적인 내용을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이곳 여성들은 집창촌 철거를 막기 위해 물리적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태세다.

 

실제로 지난 2011년 영등포 타임스퀘어 앞 집창촌을 폐쇄하기 위해 경찰이 ‘압사 작전’을 폈을 때도 대규모 충돌이 벌어졌다. 당시 성매매 여성 400여 명이 시위에 참여했고, 일부는 속옷 차림으로 휘발유를 뿌리고 분신을 시도했다. 영등포 집창촌은 그 여파로 규모가 축소되긴 했지만 여전히 영업 중이다. 성매매 ‘1번지’로 불리던 청량리 588도 정비사업지구 지정 23년만인 지난해 2월 강제로 철거되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축소되고 철거된 집창촌을 어쩔 수 없이 떠난 여성들은 또 다른 곳에서 성매매를 지속했다. 성매매 여성들이 다른 집창촌이나 ‘오피’ ‘안마방’ 등 음성적인 업소로 빠지는 풍선효과가 일어난 것이다. 이른바 ‘포주’의 연합인 한터전국연합에 따르면, 지난해 청량리 집창촌이 철거된 후 15~20여 명의 성매매 여성이 수원역 앞 집창촌으로 유입됐다. 성매매 여성들의 자활, 전업에 대한 고민 없이 철거만을 밀어붙인 결과였다.

 

수원시도 마냥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성매매 여성들을 위한 자활 프로그램을 전개하고 있다. 자활센터에서는 현재 성매매 여성의 상담, 일자리 알선, 직업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성매매 여성들은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이다. 자활지원 사업에 참여한다고 해서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당장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에서 시간을 투자해 직업교육을 받는 것이 부담스럽고, 실제 전업에 성공하는 경우도 적다”고 설명했다. 설령 전업에 성공해도 벌이가 적다.  문희씨는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아가씨 대부분은 가장 아닌 가장”이라며 “나가서 다른 직업을 가지고 ‘새 출발’하려다 여러 이유로 다시 돌아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집창촌에서 일하는 민형씨는 “떠날 사람은 이미 다 떠났지만 우리는 떠날 수 없는 입장”이라며 “이곳 여성들 대부분이 30대 중반 이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업소가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다른 직업을 구하게 되면 당장 생계에 어려움이 생기는 상황이다. 또 다른 성매매 여성 장씨는 “가정 형편이 안 좋아 이 일을 시작했고, 지금도 집안에 아픈 분들이 많아 매달 들어가는 병원비만 상당하다”며 “이곳에 남으려는 여성들은 모두 비슷한 사연을 가지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수원시 “성매매 여성들 ‘자활’에 힘 쏟을 것”

 

성매매 여성들은 집창촌이 없어질 경우 더욱 열악한 환경으로 내몰리게 될 것이라는 점도 우려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여성은 “결국 음성화된 성매매업소로 가게 될 텐데, 그러면 진짜 목숨 걸고 일하게 된다”고 말했다. 집창촌으로 오기 전 음성적인 안마시술소에서 일했다는 민형씨는 “거기는 방음처리가 다 돼 있어 안에서 누가 두들겨 맞아도 모르고, 성행위를 할 때 폭력적으로 변하는 손님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장씨는 “음성적인 데서 일했던 동료가 꽤 많다”며 “너무 불안하고 위험한 시스템이라 누구도 그런 데서 일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수원시는 여전히 강경하다. 수원시 도시정비과 관계자는 “도시정비법에 따라 정비계획을 수립하려면 토지 등 소유자들의 동의를 얻으면 된다”며 “그곳  여성들은 의견 수렴의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을지 차흥권 변호사는 “추진위가 사업을 원활히 하기 위해 이주비를 지원할 수는 있어도, 그곳의 여성들이 법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성매매 여성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닌 것이다.

 

수원시는 다만 자활에 더욱 힘을 주겠다는 입장이다. 수원시 여성정책과는 “자활 실적이 저조한 것은 사실”이라며 “한 명의 여성이 탈(脫)성매매 하기까지는 수많은 사회적 간접자본이 소요되는 만큼 매우 어려운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수원시는 지난해 7월부터 지역 여성단체들과 함께 성매매 여성 자활지원센터 ‘모모이’를 운영해 오고 있으며, 제도·금전적 지원을 위한 자활지원조례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성매매 여성들은 여전히 수원시의 자활프로그램을 불신하고 있다. “과거에도 다 그랬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게 이곳에서 만난 여성들의 공통된 목소리였다. 이에 따른 불협화음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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