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태움’ 개선 목소리 “불편한 침묵 깨고 움직이자”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18.03.0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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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병원에 동료 간호사 대자보 붙고, 3일 故 박선욱 간호사 추모 집회 열려

“고(故) 박선욱 간호사의 죽음은 우리 모두의 죽음입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하던 신입 간호사가 설 연휴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진 지 2주가 지난 가운데, 간호사 내 ‘태움’ 문화 근절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가는 길에 진상 규명 촉구 대자보 붙어

 

잠실나루역에서 서울아산병원으로 가는 육교에 '故 박선욱 간호사의 죽음은 우리 모두의 죽음입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어있다. ⓒ 시사저널 입수자료

 

2월28일 서울아산병원 인근 육교에는 ‘故박선욱 간호사의 죽음은 우리 모두의 죽음입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자신을 고 박선욱 간호사의 2017년 9월 입사동료라고 밝힌 간호사 A씨는 대자보를 통해 “비극적인 사건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진상을 규명하고 실질적인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A씨는 “6개월 동안 함께 교육받고 같은 기숙사에서 생활했던 동료간호사가 싸늘한 주검이 되어 곁을 떠나갔다”며 “동료를 죽음까지 몰고 갈 정도로 고통스러웠던 삶은 우리의 삶과 같다”고 적었다. 그 삶은 ‘매일 12시간 이상 근무하기’ ‘꾸지람 듣기’ ‘자책하기’ ‘두려움에 떨기’ ‘하루하루 버티기’ 등이었다.

 

A씨는 이어 고 박선욱 간호사의 죽음에 대해 “본 사건의 원인이 단편적으로는 간호사 내 태움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우리 간호사들이 내몰린 근로환경의 구조에 문제가 있다”며 “근본 해결을 위해선 서울아산병원 간호부가 간호사 개개인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동료들에게 “용기 내어 목소리를 높여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A씨는 “외부적으로는 간호사 문제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나 정작 진원지인 우리 (서울아산) 병원에서는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며 “불편한 침묵을 깨고 우리가 움직이자”고 적었다.

 

 

사라진 추모 리본 다시 매달려

 

한편 A씨가 쓴 대자보는 고 박선욱 간호사를 추모하기 위해 매달린 흰 리본을 병원 측이 떼어낸 다음날 붙었다. ([단독] 아산병원 자살 간호사 추모 리본, 병원서 3시간 만에 떼어내) 서울아산병원 측은 항의가 들어왔다는 이유로 간호사연대 회원 수명이 2월27일 새벽에 매단 흰 리본을 모두 철거했다. 그 후 간호사연대는 병원 측으로부터 리본을 되돌려 받아 2월28일 다시 매달았다. 이날 대자보도 함께 걸렸다.

 

당시 서울아산병원은 <시사저널>과 인터뷰에서 “병원은 환자를 살린다는 환경적 특성을 고려해야 하는 곳”이라며 “환자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죽음’ 등의 부정적 단어가 쓰인 리본에 대해 항의가 들어왔는데도 두고만 볼 순 없었다”고 당시 리본을 떼낸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추모 물결을 방해하려던 것은 아니며 병원 측도 동료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고 대책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2월27일 새벽 서울아산병원으로 가는 다리 위에 故박선욱 간호사 추모 집회를 알리는 포스터가 흰 리본과 함께 붙어있다. 리본과 포스터는 당일 떼어졌다가 이튿날 다시 매달아졌다. ⓒ 시사저널 입수자료

 

태움 근절 추모제에 300명 참여 예상

 

병원 측의 해명에도 간호사들의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지난해 9월 고 박선욱 간호사와 같은 시기에 인천의 종합병원으로 입사한 신규 간호사 B씨는 “동료 간호사의 죽음보다 병원의 이미지가 먼저였다는 말 아니냐”면서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병원이 동료의 목숨을 너무 작게 생각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B씨는 집회에 참석하는 것을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간호사연대가 3월3일 광화문역 앞에서 주최하는 집회다. 간호사연대는 이날 신규 간호사 태움 근절 재발방지대책, 국가적 차원의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 등과 더불어 “고 박선욱 간호사 명예 회복을 위한 정의로운 진상조사”를 외칠 예정이다. 집회는 저녁 6시부터 두 시간 가량 이어지고 집회 측 추산 약 300명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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