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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장의 한류? 예전의 중국이 아니다”

K팝 인기 여전하지만, 자체 제작 영화·드라마 경쟁력도 만만치 않아​

모종혁 중국 통신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3.03(Sat) 14:00:00 | 14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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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중국 3대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인 텅쉰(騰訊)에서 웹드라마 《7개의 나(柒個我)》를 방송하기 시작했다. 이 드라마는 2015년 MBC에서 선보인 드라마 《킬미, 힐미》의 리메이크작이다. 제작사인 화처(華策)미디어는 《킬미, 힐미》 제작에 투자했고 2016년 리메이크를 결정했다. 지난해 봄 《7개의 나》 촬영은 끝냈지만, 사드 사태로 반년 넘게 방영이 미뤄졌다. 그러다 연말에야 매주 수·목·금요일 하루 2회씩 총 34부작으로 내보냈다.

 

방송 시작 전 화처미디어는 《7개의 나》의 오리지널이 《킬미, 힐미》라는 걸 홍보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사실을 숨기지도 않았다. 이에 따라 중국 언론의 관심은 다른 드라마보다 상대적으로 적었다. 다만 제작사 측은 남자 주인공으로 아역배우 출신인 장르산(張一山)을, 여자 주인공은 청춘스타 차이원징(蔡文靜)을 내세워 흥행을 노렸다.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는 대박이었다. 1월31일까지 《7개의 나》 조회 수는 무려 37억 회를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텅쉰에서 방송된 로맨스 드라마 중에서 최고 성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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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친 韓 드라마의 리메이크작

 

사실 《7개의 나》에 대한 시청자 평가는 그리 좋지 않다. 중국 최대 영상커뮤니티인 더우반(豆瓣)에서는 “원작의 재미와 감동을 무참하게 깨뜨렸다”는 악평이 쏟아졌다. 더우반에서 평점을 볼 때 《킬미, 힐미》는 10점 만점에 8.8점을 받았지만 《7개의 나》는 5점에 불과했다. 《7개의 나》를 시청한 양메이링은 필자에게 “극 중 스토리텔링과 영상미, 배우 대사와 연기 등이 원작에 비해 너무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드라마는 로맨스와 전문직 드라마에 있어선 도저히 한국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한한령(限韓令) 이후 중국 TV와 OTT에선 한국의 신작 드라마, 영화, 예능 등을 방영하지 않았다. 방송되는 작품에서 한국 배우의 출연 분량은 삭제됐다. 리메이크작이나 한·중 합작물은 방송이 연기됐다. K팝 가수나 그룹의 콘서트는 공연 허가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을 전후해 한한령이 점차 풀리고 있다. JYP의 수지와 소녀시대의 윤아가 각각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중국 유명 잡지의 표지모델로 등장했다. 배우 박해진은 1월16일 유수의 시상식에 초청받았다. 현재 여러 편의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광전총국)의 심의를 받고 있다. 12월19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국콘텐츠의 날’ 행사에서도 방송 프로그램 구매 및 제휴 상담이 80여 건이나 진행됐다. 따라서 조만간 중국 OTT에서 신작 한국 드라마가 등장할 전망이다.

 

다만 중국 드라마도 막대한 제작비를 쏟아 경쟁력을 강화해 과거처럼 인기를 누리긴 힘들다. 실제 사극은 적게는 2억 위안(약 340억원)에서 많게는 5억 위안(약 850억원)을 들여 제작하고 있다. 앞으로는 젊은 층의 기호에 맞는 장르만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영화산업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중국 영화시장은 새로운 금자탑 두 개를 세웠다. 먼저 전체 매출액이 전년보다 13.4% 늘어난 559억1100만 위안(약 9조5048억원)이었다. 이는 8년 만에 5배나 증가한 폭발적인 성장세다. 1월2일 광전총국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극장 관람객 수는 16억200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만 9597개 늘어나 총 5만776개나 된 스크린의 공이 크다. 중국은 이미 스크린과 극장 수에서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7월27일 개봉한 액션영화 《전랑(戰狼)2》는 무려 56억7874만 위안(약 9653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이는 중국 역대 박스오피스 사상 1위다. 2016년 《미인어(美人魚)》가 세운 33억9210만 위안을 훌쩍 뛰어넘는 대기록이다. 놀랍게도 지난해 1억 위안(약 170억원) 이상 흥행 성적을 거둔 영화는 92편이었다. 그중 15편은 10억 위안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같은 규모의 팽창은 《전랑2》를 앞세운 중국산 영화의 활약이 크다. 실제 51편이 1억 위안 이상, 6편은 10억 위안 이상의 흥행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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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놓칠 수 없는 중국 시장”

 

대부분 한국 언론매체는 《전랑2》의 대성공을 중국 사회의 팽배한 국수주의 물결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시각은 중국의 현실을 제대로 모르는 편견이다. 《전랑2》는 아프리카 한 나라의 내전에 참여한 중국 특수부대 요원이 난민들을 구출하면서 벌이는 영웅적인 활약상을 담고 있다. 그러나 애국심을 자극해 흥행을 노리는 제작 행태는 한국과 다른 나라에서도 줄곧 있어왔다. 또한 《전랑2》와 같은 날 《건군대업(建軍大業)》이 개봉했지만 저조한 흥행성적을 거뒀다.

 

중국 관객들은 왜 《전랑2》로 몰려갔을까. 최근 중국 젊은 층이 △이색적인 소재 △독특하면서도 현실적인 배경 △흥미롭고 재미있는 스토리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이는 인도 영화 《당갈》의 놀라운 선전에서도 잘 드러난다. 《당갈》은 12억9912만 위안(약 2208억원)의 수익을 거둬 흥행 순위 7위에 올랐다. 제3세계 영화가 중국 박스오피스 사상 10위권 안에 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음악산업은 드라마나 영화와 양상이 다르다. 비록 한한령 직후 음원사이트에서 K팝이 사라지긴 했으나 지난해 여름부터 모두 복원됐다. 따라서 최신 음원과 음반은 정상적으로 스트리밍 혹은 다운로드되고 있다. 실제 중국에서 거대한 팬덤을 형성한 트와이스와 블랙핑크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百度)의 커뮤니티인 톄바(贴吧)에서 트와이스 13만2000명, 블랙핑크 11만9000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소녀시대(170만 명) 다음으로 많은 팬덤 규모다.

 

이런 현실에 주목해 여러 기획사가 중국 공연을 추진 중이다. 베이징에서 활동하는 한 기획사 관계자는 “중국은 한국보다 콘서트나 쇼케이스의 입장료가 훨씬 높게 책정되는 데다 굿즈·CF·이벤트 등 파생되는 수익원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2~3년 뒤에는 전체적인 시장 규모가 일본을 추월하리라 예상되기에 중국을 결코 놓칠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한한령 같은 제재가 재발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그로 인해 일각에선 차이나 리스크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갈수록 위상이 높아가는 옆 나라의 시장을 놓치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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