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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색칠하는 ‘음악 여행’ 떠나볼까

[박종현의 싱송로드] 지역이나 공간 이미지 상징적으로 반영해 새로운 음악가 발굴

박종현 월드뮤직센터 수석연구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3.03(Sat) 16:00:00 | 14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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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음악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떤 작품들은 특정한 장소 혹은 지역의 풍경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태어난다. 때로는 서로 전혀 관계없던 소리와 장소가 역사 속에서 얽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장소와 소리가 개인사 혹은 사회사 속에서 한번 단단히 관계를 맺으면, 그중 하나의 체험이 다른 하나를 머릿속에 불러오기 마련이다.

 

개인적인 예를 들자면, 필자는 영국의 도시 맨체스터에 가본 적도 없다. 하지만 도시의 이름을 들을 때면 맨체스터 출신의 대표 밴드 오아시스(Oasis)가, 그리고 시티오브맨체스터 스타디움에서 수만 명이 합창하곤 하는 그들의 노래 《원더월(Wonderwall)》의 멜로디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이 음악가들과 그들의 음악이 특정 지역의 축구팀, 그리고 팬들과 긴밀히 묶여온 집단적 역사가 필자의 머릿속에 들어와 박혀 있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필자의 고향 대전에서 경부선 기차역 광장을 지날 때면 ‘떠나가는 새벽열차/대전발 영시 오십분’과 같은 《대전부르스》를 무의식중에 흥얼거리곤 한다. 필자가 태어나기 수십 년 전에 발표된 곡이지만, 여전히 대전이나 대전역이란 공간들 속에는 이 소리들이 뿌리를 내려 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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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색깔과 동행하는 도시의 빛깔

 

《대전부르스》처럼, 한반도의 음악가들은 끊임없이 자신이 태어나고 자라온, 혹은 여러 다른 인연을 통해 마주해 온 공간들로부터 새로운 음악들을 건져내 발표해 왔다. 덕분에 필자를 비롯한 많은 청자(聽者)들은 소리들을 통해 그동안 가보지 못한 곳들과 새로이 만나왔다. 한반도의 대표적인 몇몇 도시들을 여러 방식으로 표현한 음악가들의 작품들은 그 공간의 이미지를 만들어준다. 각 지역은 끊임없이 새로운 음악가들을 낳고, 음악가들은 음악을 통해 다시 공간을 만들어내는 셈이다.

 

작년 하반기에 발표됐던 ‘사운드 오브 인천’이라는 앨범 시리즈가 있다. 인천과 연을 맺고 있는 여러 음악가들이 모여 도시를 주제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풀어나가는 노래들이 담겨 있다. 이 앨범들 속에는 《연안부두》와 같은 기존의 잘 알려진 작품들을 새로이 부른 경우도 있는가 하면, 《부평지하상가》나 《홍예문의 밤》 등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도시의 특정한 지점들과 얽힌 이야기 혹은 어떤 이미지들을 그려내는 신곡들도 있다. 타지 사람으로서 이러한 노래들을 이어 듣고 있노라면, 그저 낯설고 추상적이던 한 도시가 여러 삶들, 그리고 특유한 향취로 다가오는 느낌이 들어 좋다. 인천과 연을 맺어온 이들에게는 또 다른 감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수줍게 웃고 있던 분수대의 약속들

길다란 몸통같은 끝이 없는 길

반짝이는 별들의 거리를 지나가면

조그만 출구 끝에 너의 집에 놀러가곤 했지’

- 빛과소음 《부평지하상가》 일부

 


 

 

울산도 그렇다. 필자가 아직 단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이지만, 이 도시를 떠올리면 두 개의 노래가 바로 떠오른다. 먼저 ‘잉여 송라이터’ 강백수의 《울산》이라는 노래다. 울산 출신으로 타향살이를 하는 음악가가 고향의 이름을 제목으로 해서 개인과 가족사를 담은 아름다운 노래다. 또 하나는 울산의 한 대표적 조형물을 소재로 하여 만든 밴드 브로콜리너마저의 《공업탑》이라는 노래다. 필자를 비롯한 많은 밴드의 팬들이 이 노래를 통해 공업탑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고, 검색을 통해 말 그대로 울산 ‘공업’의 근현대사를 배우게 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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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지역 지날 때마다 노래 흥얼거려 

 

이런 식으로 새로운 지명과 장소를 알게 되고 그 이미지까지 소리로 어렴풋이 그릴 수 있게 해 준 노래들이 또 있다. 부산 명륜동에서 얻어낸 영감으로 작곡했다는 재주소년의 《명륜동》도 그렇고, 파도소리로 시작해 부산의 어느 밤바다 풍경을 그리는 부산 출신 밴드 세이수미의 《광안리의 밤》도 그렇다. 피아니스트 임인건과 보컬리스트 강아솔이 함께한 《하도리 가는 길》도 가본 적 없는 제주의 어느 동네를 몇 번이고 미리 가보게 한다.

 

‘외삼촌과 외숙모의 자그마한 식당이 있던 공업탑 로터리

오빠야, 형아, 몇 밤 자고 가나 묻던 동생들이 살던 곳

울산’

- 강백수 《울산》 일부 

 


 

 

수도 서울에는 전 인구의 오분의 일이 사는 만큼, 도시의 곳곳을 소재로 한 노래들도 정말 많다. 말할 필요도 없이 잘 알려진 조용필의 《서울 서울 서울》과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도 떠오르고, 가사가 하나의 시대극이랄 수 있는 정태춘의 《92년 장마, 종로에서》도 있다. 같은 공간을 각자의 이야기로 풀어낸 보컬리스트 자이언티의 《양화대교》와 래퍼 딥플로우의 《양화》도 있다. 프로듀서 프라이머리와 래퍼 팔로알토, 빈지노가 함께한 《3호선 매봉역》이란 노래를 오랫동안 즐겨 듣는데, 가끔 그 인근을 지날 때마다 흥얼거리게 된다. 앞선 ‘사운드 오브 인천’과 유사한 ‘서울 서울 서울’이라는 이름의 앨범이 몇 년 전에 있었고, 스무 팀이 넘는 음악가들이 각자가 바라본 서울을 노래한 적이 있다. 꼭 즐겁지만은 않았던 상경의 경험을 겪은 필자에게는, 《매일 떠나는 여행》으로 서울살이를 표현한 오소영의 노래를 참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

 

‘나의 고향을 떠나온 지 오래되었지만은

나는 지금도 매일 떠나는 기분

빈손으로도 두렵지 않았던

힘이 들어도 멈출 수 없었던

기나긴 서울 여행’

- 오소영 《매일 떠나는 여행》 일부

 


 

 

이렇게 음악가들은 이 땅의 여기저기에서 이야기를 얻어, 자신이 가진 목소리와 악기들로 그 땅을 다시 칠해 나간다. 이러한 노래들 중 비교적 최근에 발표된 몇몇 노래들을 중심으로 오늘의 이야기를 다루어보았다. 각자가 자리한 곳의 향과 빛깔을 품은 새로운 소리와 언어를 끊임없이 빚어내는 음악가들을 응원하면서, 우리 주변 공간들의, 혹은 여행하게 될 곳들의 이야기를 다룬 음악 작품들이 있는지 한번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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