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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홍명보’ 김민재가 한국 축구의 희망이다

신태용호 수비의 중심으로 올라선 프로 2년 차 재목

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3.04(Sun) 18:00:00 | 14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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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불세출의 센터백(중앙 수비수)이었던 홍명보의 은퇴 후, 많은 수비 재목이 그의 후계자로 평가받았다. 한국 축구는 늘 ‘포스트 홍명보’를 기다렸다. 박동혁·조병국·김치곤·김진규 등이 ‘제2의 홍명보’에 도전했지만 긴 신뢰를 받지는 못했다. 최근 들어서는 20세 이하 대표팀과 올림픽 대표팀에서 홍명보 감독이 직접 발굴한 김영권·홍정호·장현수가 수비 대들보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확실한 입지와 존재감을 준 선수는 아직 없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수비 리더의 부재는 러시아월드컵으로 향하는 최종예선의 험난한 과정에서 더 두드러졌다.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은 곽태휘·홍정호·김기희·김영권·장현수 등 다양한 선수를 기용했지만 확실한 조합을 찾지 못했다. 흔들리는 수비 조직력은 매 경기에 위기를 가져왔다. 한국은 A조에서 두 번째로 많은 10실점을 하며 천신만고 끝에 조 2위로 본선에 올랐다.

 

슈틸리케 감독이 경질되고 최종예선 2경기를 남긴 상황에서 부임한 신태용 감독도 수비 안정이 최대 고민이었다. 지난해 8월 그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1996년생 김민재를 과감히 선발해 이란,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 연속 선발 출전시킨 것이다. 지난해 전북 현대에서 데뷔한 김민재는 데뷔전의 부담 속에서도 이란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우즈베키스탄전도 원정 압박을 이겨내며 2경기 연속 무실점에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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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를 리드하는 겁 없는 ‘막내’

 

6개월, 그리고 A매치 4경기 만에 김민재는 신태용호 수비의 중심에 섰다. 월드컵 최종예선 후 무릎 반월판 수술 여파로 한동안 A매치에 소집되지 못했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은 김민재에게 큰 애착을 보였다. 재활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도 지난해 12월 동아시안컵 명단에 포함시켜 데려갔다. 신태용 감독은 “대표팀 의무팀과 재활을 하면 효과적이다. 무엇보다 달라진 대표팀 전술과 분위기에 미리 적응했으면 좋겠다”며 김민재에 대한 특혜 아닌 특혜의 이유를 설명했다.

 

재활을 마친 김민재는 지난 1월 터키 안탈리아에서 진행된 신태용호의 전지훈련에서 기대에 걸맞은 활약을 해 줬다. 몰도바전과 라트비아전에 풀타임 출전했고, 그 사이에 있었던 자메이카전에도 후반 교체로 나섰다. 센터백 자원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뛰었다. 동유럽 선수들을 상대로 파워풀한 수비를 보이는 동시에 침착한 커버와 공격 전환을 위한 정확한 패스 등 다재다능한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 돋보인 것은 거침없이 수비를 리드한다는 점이다. 주변에 선배들이 많지만 김민재는 거리낌 없이 커뮤니케이션한다. 불필요한 플레이나 동료들이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는 실수를 범할 때면 선배들 앞에서도 얼굴을 붉히며 소리를 지른다. 하지만 경기장 밖에서는 영락없는 막내다.

 

신태용 감독은 “그라운드 위에서는 나이가 없다. 특히 수비수는 상대 움직임 등을 보며 계속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김민재는 그런 부분에 두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김민재 본인도 “수비 안정을 위해선 경기를 뛰는 순간만큼은 선배와 후배가 아닌 동료로서 말해야 한다. 지나친 점이 있다면 경기 후 형들에게 늘 죄송하다고 말한다. 형들도 웃으며 이제는 내 기질을 받아들인다”라며 웃었다. A매치 데뷔전에서도 전혀 긴장하지 않을 정도로 여유가 넘친다.

 

최근 선배들의 부진 때문에 김민재의 가치가 더 빛난다. 신태용 감독은 최종예선 이란 홈경기에서 실언 논란이 있었던 김영권을 터키 전지훈련으로 불러 기회를 줬다. 하지만 김영권은 첫 경기였던 몰도바전에서 전반 45분 동안 불안한 모습을 보였고 후반 시작과 동시에 바로 교체됐다. 그 뒤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신태용 감독이 가장 신뢰하는 장현수는 자메이카와의 경기에서 판단 미스와 대인방어 실패로 선제 실점의 빌미가 됐다. 동아시안컵 한·일전에서도 비슷한 패턴으로 페널티킥을 내줬던 만큼 장현수를 바라보는 시선은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국가대표 센터백들이 대거 부진에 빠진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대표팀 막내가 희망이 됐다. 축구계에서도 김민재는 수비수로서 모든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다. 190cm에 육박하는 큰 키에 88kg의 체중에서 나오는 힘, 큰 선수라 믿기 힘든 빠른 발은 대인방어에서 위력을 보인다. 상대 공격수에 겁먹지 않고 덤벼드는 투지와 배짱도 무기다. 최근 센터백들의 평가를 가르는 주요 능력인 빌드업(패스전개)도 수준급이다.

 

소속팀 전북의 최강희 감독은 “생긴 것만 보면 민재가 터프하기만 한 수비수 같지만 실제로는 아주 섬세한 플레이를 한다. 현재 페이스라면 향후 10년간 한국 축구가 센터백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민재의 롤모델은 스페인 국가대표 수비수인 세르히오 라모스(레알마드리드)다. 뛰어난 운동 능력과 민첩함을 지닌 라모스는 센터백뿐만 아니라 측면 수비수까지 볼 정도로 기술이 좋다.

 

고교 시절만 해도 체격 조건이 좋은 수비수였던 김민재는 3~4년 사이 무섭게 성장했다. 최강희 감독은 “자기 개성이 있지만 늘 노력하는 선수다. 부족한 점을 메우려고 개인 운동도 독하게 한다”고 성장 비결을 말했다. 가족도 김민재의 성장 동력이 되는 중요한 요소다. 김민재의 건장한 체격은 부모가 물려준 선물이다. 아버지는 유도선수, 어머니는 육상선수 출신이다. 전북 입단 후 선배들은 김민재의 체격을 보고 ‘우량아’ ‘봉동(전북 클럽하우스 소재지) 베이비’라는 별명을 지어줄 정도다. 하지만 부모는 김민재에게 늘 미안해한다.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학창 시절엔 선배들의 축구화를 물려받았다. 2012년 처음 각급 대표팀(17세 이하)에 선발됐을 때는 아버지가 운영하는 횟집의 횟감을 운반하는 ‘물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려 파주 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 입소했다. 다른 선수들은 모두 하루 전날 올라와 근처 호텔에서 묵고 입소하던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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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격 좋은 유망주’에서 ‘한국 축구의 희망’으로

 

그 아쉬움이 김민재를 더 키웠다. 연세대 재학 중 중퇴를 택한 김민재는 2016년 실업축구인 내셔널리그의 경주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빨리 성공해 부모님을 호강시키겠다는 마음이었다. 김민재의 잠재력을 주목한 최강희 감독이 2017년 전북으로 불렀다. 개막전부터 선발 출전한 ‘우량아’는 팀 우승의 주역이 됐고, 2017년 영플레이어상(23세 이하 최우수선수)까지 거머쥐었다. 입단 첫해 연봉과 승리수당, 보너스를 빼놓지 않고 모은 김민재는 지난해 말 부모님에게 통영 시내에 있는 아파트를 선물했다. 대학을 중퇴할 때 한 약속을 처음 지킨 것이다.

 

한국 축구의 새 희망이 된 김민재는 만 22세에 생애 첫 월드컵 출전을 꿈꾼다. 그는 “지금의 달콤함에 멈추지 않고 더 노력하겠다. 좋은 일만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걸 돌파하는 건 내 자세와 노력에 달렸다. 월드컵이라는 꿈에 반드시 다가서겠다”며 성숙한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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