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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군사분계선 넘어 남한 땅 밟는 첫 北 최고지도자

'판문점 회담' 성사…김정일과는 다른 결단력 보여줘

김경민 기자 ㅣ kkim@sisajournal.com | 승인 2018.03.07(Wed) 13:2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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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은 4월 말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했으며 이를 위해 구체적 실무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3월6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남북 정상이 '분단의 상징' 판문점 남측 지역에 마주 앉는다. ​문재인 대통령 특별사절단은 3월6일 특사 방북 결과를 발표하면서 "남과 북이 4월 말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오는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처음이며, ​분단 이후 처음이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회담 장소를 판문점으로 정한 데 대해 "판문점은 분단의 상징으로 3차 회담이 남측 구역인 평화의 집에서 개최되는 건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판문점은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이 이뤄진 곳으로, '민족 분단'의 역사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장소다. 4월 남북 정상회담의 장소로 선택된 '평화의 집'은 ​군사분계선에서 남쪽으로 250m 가량 떨어진, 남측 관리 구역이다. ​그간 남북 고위급 회담 등이 종종 열렸지만, 남북의 최고지도자가 이곳에서 만난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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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 정상회담' 될 수도


분단 이후 공식적인 남북 정상 간 회담은 두 차례 이뤄졌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2007년 노무현 대통령 집권 시기에 이뤄졌다.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은 모두 한국의 대통령이 북측 평양을 방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1차 정상회담 때는 항로로, 2차 정상회담 때는 육로로 방문했다. 

 

상대국을 교차로 방문하는 외교적 관례에 따라 두 정상 간 만남에 있어 남과 북을 번갈아 오가는 방문이 이뤄져야 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과거 김정일 위원장은 신변 안전 등을 우려해 평양을 고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0년 6월 첫 번째 남북정상회담 당시 평양을 방문한 김대중 대통령에게 서울 답방을 약속했으나 실현되지 않았다. ​

 

2007년 10월 2차 정상회담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방북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이 때문에 3차 정상회담은 평양이 아닌 서울에서 할 차례라는 견해도 제기된 바 있다. 비록 서울은 아니지만 판문점 내 북측 지역 통일각이 아닌 우리 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열기로 한 것은 북한이 남측 방문이라는 한국 쪽 입장을 나름 수용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의 강한 남북관계 개선 의지가 엿보이는 부분이란 평가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지 1년 만에 개최된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월10일 김여정 특사를 통해 문 대통령에게 정상회담을 제안​한 지 25일 만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시기에 대해 "마음이 급한 것 같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러야 올 하반기에 정상회담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유력했던 터였다.​ 한 정보 소식통은 4월 성사된 회담 시기를 두고 "정상회담은 김정은의 친서 전달 이전부터 남북 간에 논의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비교해 봐도 이번 회담의 개최 시기는 빠른 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임기 중반인 2000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해였던 2007년에야 정상회담을 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 2007년 정상회담을 회고하면서, 임기 마지막 해에 열려 남북 합의가 정권 교체 이후 무효화된 점을 아쉬워하기도 했다. ​결국 문 대통령은 취임 후 1년도 안 돼 남북정상회담을 하는 첫 대통령이 됐다. ​남북은 조만간 정상회담을 위한 구체적 실무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판문점 평화의 집은 회담에 최적화된 공간인 만큼 이전 남북정상회담에 비해 의전도 비교적 단출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숙박이 여의치 않아 정상회담이 당일 마무리되지 않는 경우, 남북 정상이 각각 서울과 평양 또는 개성에서 판문점을 오가는 ‘출퇴근 정상회담’이 예상된다. 

판문점 정상회담 개최를 계기로 향후 남북정상회담 정례화 가능성도 열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3차 정상회담 시점이 한·미 군사훈련이 진행되는 4월 말이라는 점에서 북·미 비핵화 대화 진전 여부에 따라 남북 정상이 이후에라도 판문점에서 머리를 맞댈 필요성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김정은, 잇단 파격 ‘평화’ 행보​ 선보여

 

김정은 위원장은 남측 지역 방문 결정 외에도 곳곳에서 대담함을 드러낸 파격 행보를 보였다. 군사적 긴장완화와 긴밀한 협의를 위한 정상간 핫라인을 설치하기로 했으며, 3차 정상회담을 열기 전 첫 통화도 하기로 했다. 남북 정상간 핫라인이 설치된 사례는 지금까지 없었다. 

 

또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이것이  연례적·​방어적 성격의 훈련이라는 걸 이해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귀환한 방북특사단은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으며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 안전이 보장이 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대북특사단 파견 당시 김 위원장이 보인 행보 역시 선대인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는​ 다른 파격적인 모습들이었단 평가가 나온다. 특사단이 평양에 도착한 지 3시간 만에 면담을 가졌고, 집무실이 있는 노동당 청사를 처음으로 공개하는가 하면 만찬에는 부인인 리설주를 동석시키기도 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거의 제3의 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판문점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한 것은 형식에 있어 완전히 파격적인 실용주의적 접근"이라며 "이는 김정은 위원장의 대담한 성격과 결단력을 보여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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