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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佛 대통령, 살충제 문제로 농민과 격렬한 설전

‘농업 박람회’에 12시간 머물러…‘마크롱식 농업정책’에 본격 시동

최정민 프랑스 통신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3.08(Thu) 12:01:00 | 14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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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4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른 아침부터 파리 남쪽에 위치한 포르트 드 베르사유 종합전시장을 찾았다. 그가 도착한 시각은 오전 7시30분이었고 참석한 행사는 ‘국제농업박람회’였다. 올해로 55회를 맞이한 이번 박람회는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농업 박람회다. 개막 첫날 대통령이 찾는 것이 관례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단순히 큰 국제행사이기 때문이 아니다. 

농업 박람회에 대한 프랑스 국민들의 관심은 뜨겁다. 매년 흥행에 성공했으며 지난해는 행사가 진행된 9일간 65만 명이 방문해 역대급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프랑스 민영방송 TF1 등 언론은 농업 박람회를 ‘프랑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행사’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마크롱은 이날 행사장에 무려 12시간30분 동안 머물렀다. 이는 2017년 10시간을 머물며 신기록을 세웠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최장 방문 시간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예술의 나라’로 널리 알려진 프랑스는 사실 대표적인 농업국가 중 하나다. 생산되는 치즈 종류만도 300가지가 넘는다. 미국이나 남미를 제외하고 유럽에선 농업 생산량 1위 ‘농업 대국’이다. 유럽대륙에서 가장 비옥한 토지를 갖고 있는 데다, 남동쪽으론 지중해가 있고 북동쪽으로 대서양과 맞닿아 있어 농축산물은 물론 해산물까지 풍부하다. 유럽연합의 경작지 중 16%를 프랑스가 차지하고 있다.

 

농업 박람회는 매년 2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시작해 총 9일 동안 열린다. 이 기간 동안 파리 남쪽에 위치한 20만 평(약 66만m²) 규모의 종합전시장은 완벽한 전원(田園)으로 탈바꿈한다. 올해 주제는 ‘농업, 공동의 모험’이다. 새로운 정부를 향한 기대를 담은 주제다. 발레리 로이 박람회 집행위원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람회는 근본적으로 교육적인 연례행사”라며 “농업 분야의 종사자들이 새로운 기술과 노하우 그리고 현안에 대해 정보를 공유하는 이상적인 장소”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비단 전문가만을 위한 행사는 아니다. 농업과 관련된 40여 개 분야에서 1000여 명의 참가자들이 일반 대중들에게 각자의 경작물을 선보이는 자리가 마련된다. 5000여 종의 농산물과 1600여 종의 포도주가 경연을 벌여 메달을 수여하는 행사도 진행된다. 여기서 수여되는 메달은 곧 상업적 성공의 보증수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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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유럽연합 경작지 중 16% 차지

 

그렇다면 이렇게 온 국민의 관심을 받는 프랑스 농업의 사정은 어떨까. 프랑스 국립통계청(INSEE)과 농업식품부 산하 전략평가감정기관이 공동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프랑스 농업의 총 생산 규모는 70억7000유로 정도였다. 여기에 농업 관련 서비스업과 각종 보조금을 합산할 경우 78억8000유로에 이른다. 국민총생산(GNP)의 약 3.5%를 차지하는 규모다. 농업 분야의 양적 감소 역시 급격히 이뤄지고 있다. 최근 조사 결과, 프랑스 내 농장 수는 약 45만 개 수준으로 나타났다. 100만 개를 뛰어넘었던 1980년대 후반과 비교했을 때, 1년에 약 3만 개의 농장이 문을 닫은 셈이다.

 

그럼에도 프랑스는 유럽연합 국가 중 농업 비중이 가장 큰 나라다. 프랑스 국민들 사이에 프랑스의 근간을 농업, 프랑스인의 뿌리를 농민으로 여기는 정서 또한 여전히 깊다. 정부 역시 농업 경쟁력 증진을 위한 행보에 적극적이다. 마크롱은 최근 청년 농민을 위한 보조금 등 농업 분야에 최대 50억 유로(약 6조609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리고 농업에 대한 프랑스의 여전한 관심은 해마다 열리는 이 농업 박람회에서 여실히 증명돼 왔다.

 

국민적 관심이 높은 연례행사다 보니 그동안 농업 박람회를 방문한 국가수반들의 일거수일투족은 늘 화제에 올랐다. 먼저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던 시라크 대통령의 경우 농업 박람회의 효과를 톡톡히 본 대표적인 정치인이다. 맥주광인 그는 농민들이 권하는 전통 치즈나 햄을 마다하지 않고 맥주를 주는 대로 비워버리는 호탕한 모습을 보여 농민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실제 지지율 상승에도 영향을 미쳤다. 시라크 대통령이 퇴임한 후 그의 이 같은 모습을 그리워하는 여론 또한 형성되기도 했다. 그의 전임 대통령인 미테랑의 경우 후보 시절에만 잠시 찾았을 뿐 대통령 당선 후 15년이란 긴 재임기간 동안 단 한 차례도 농업 박람회를 찾지 않았다. 농민들 앞에서 함부로 무언가 약속을 하기도, 이들의 요청을 거부하기도 어렵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자리를 피한 것이라는 후문이다.

 

 

국민 65% “마크롱 농업정책 신뢰하지 않는다”

 

시라크와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시라크의 후임 사르코지의 경우 인산인해 행사장에서 자신의 인사를 거부한 시민에게 막말을 날려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프랑수아 올랑드는 역대 대통령들의 평균 방문시간인 4시간의 두 배가 넘는 10시간을 행사장에 머물렀지만, 눈에 띄는 모습을 연출하지 못해 역대 최악이던 당시 여론을 움직이지 못했다.

 

이번에 12시간을 행사장에 머문 마크롱은 설치된 부스마다 찾아가 농민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비공개로 농민들과 별도의 면담을 갖기도 했다. 마크롱의 적극적 노력과는 달리 분위기는 그리 좋지 못했다. 프랑스 정부가 최근 사용을 금지하기로 한 살충제 글리포세이트 문제로 농민들과 한때 격렬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 모습이 고스란히 전파를 탔고 마크롱 정부의 그간 농업 정책을 되짚어보는 계기가 됐다. 2월23일 프랑스 여론조사 기관 오독사와 덴츠컨설팅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65%가 마크롱의 농업정책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최근 정부가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과 교역확대를 논의하는 등 시장개방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 농민들의 원성을 산 탓으로 보인다. 이러한 정부 움직임에 프랑스 농민들은 연일 대통령을 상대로 생업 유지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프랑스 국립통계청의 연례보고에 따르면, 프랑스 내 농업 종사자의 세금 공제 전 신고액의 평균은 1만8300유로다. 2015년에 비해 29%나 하락한 이 수치는 월 소득으로 계산할 경우 프랑스 최저임금(1480유로)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현재 프랑스 농가의 89%는 각종 지원 혜택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시간 동안 농민들의 여론을 몸으로 느끼고 간 마크롱이 향후 어떤 해법을 내놓을까. 프랑스 르피가로 신문은 농업 박람회를 단순한 전시행사가 아닌, 그해 대통령 정치 일정의 ‘전조등’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마크롱식 농업정책에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릴 지점에 도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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