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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일과 삶의 조화, 匠人에게서 배워라”

일하는 사람의 전범(典範)으로서 ‘장인’ 제시한 장원섭 교수의 《다시, 장인이다》

조철 문화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3.08(Thu) 15:00:00 | 14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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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당 법정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직장인들은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워라밸)’ 열풍이 더 거세질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당장 임금이 줄어 가계소득에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걱정도 있지만,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해 준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장원섭 연세대학교 교육학과 교수가 펴낸 《다시, 장인이다》를 보면, 근로시간 단축이 ‘워라밸’을 전적으로 보장해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터에서 행복하지 않으면 일터에서 빨리 나와도 얼마나 ‘해방감’을 주겠냐는 것이다. 그래서 장 교수는 “전통적인 산업사회에서 노동은 공휴일만 기다리게 하는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정해진 시간에 따라 노동하고, 퇴근 시간이 되면 한시라도 빨리 일터에서 벗어나려고 눈치를 본다. 그러나 지금은 정보화 사회다. 시대가 바뀌고 환경이 바뀌었지만, 우리가 일하는 모습은 산업사회의 그것과 여전히 닮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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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과연 일다운 일을 하고 있는가?”

 

장 교수는 수년간 일을 통한 배움과 성장이라는 주제로 연구·강의하면서 현장과의 교류를 통해 행복하게 일하는 새로운 장인을 모색했다. 그리고 일하는 사람의 전범(典範)으로서 장인을 제시했다. 삶의 리듬을 찾고 행복하게 일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는 장인을 제시한 것이다. 장 교수는 묻는다. “과연 당신은 ‘일다운 일’을 하고 있는가? 아니, 일하는 당신은 정말 행복한가?”

 

‘장인’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우리는 흔히 한 분야의 일에 몰두하며 최고의 경지에 이른 기능인을 떠올린다. 그러면서 언론이나 방송에서 다루는 ‘달인’ ‘일인자’ 등을 장인이라고 여기곤 한다. 장 교수가 제시한 장인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사실 장인의 경지에 이른 사람들을 경이롭게 바라보면서도 우리는 내가 장인이 되겠다거나 혹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게다가 우리의 인식 속에서 장인이란 일에만 파묻혀 좀처럼 휴식도, 여유도 없는 삶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문구에서 알 수 있듯이 일과 삶은 어느 하나를 포기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서로 조화를 이루고 같은 호흡을 통해 리듬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더 창조적이고 더 나은 가치를 추구할 수 있다. 이것을 전통적인 ‘장인 정신’과 구별해 ‘장인성’이라고 부른다.”

 

장 교수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장인성’에 관한 것이고, 우직하게 일만 하는 산업사회에서 만들어진 직능 중심의 장인을 중심에 두지 않는다. 영화배우와 세일즈맨, 교육자, 가수 등 분야를 막론하고 최고의 위치에 선 이들이 바로 새로운 장인이다.

 

“나는 장인의 특성을 들면서 장인 정신이 아니라 장인성을 제시한다. 장인성은 장인 정신을 포함할 수도 있으나, 그보다는 물질성에 더 바탕을 둔 다른 차원의 개념이다. 장인은 정신세계가 아니라 현실의 존재이며, 장인의 일은 머리로 아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실제로 훌륭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장 교수가 말하는 현대적 장인은 더 이상 전통 기술을 고수하고 그대로 전수하는 역할이 아니다. 그보다는 높은 숙련도를 가지고 있음에도 끊임없이 배우며 자기의 지식과 기술을 지속적으로 혁신하고 창조적으로 일하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일에 대한 열정과 강한 사회적 욕구, 그 안에서 자기를 발견하는 현대적 의미의 장인은 행복하게 일하는 사람이다. 장인은 일 속에서 끊임없이 자기를 발견하고, 행복한 삶을 누린다. 이 땅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은 장인이 될 수 있다. 일의 가치를 다시 찾고 생계유지를 넘어 존재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 장인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장인성을 기르며 만들어지는 것이다. 당신은 행복하게 일할 것인가, 아니면 불행하게 노동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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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사람이 행복한 사회의 조건은

 

장 교수가 전통적인 산업사회의 장인과 장인 정신을 현대적 의미의 장인으로 구별해 제시한 데는 이유가 있다. 손과 머리로 일하는 정보화 사회에서는 전통적인 장인 정신보다 삶의 리듬을 찾는 현대적 장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나 가상현실 등과 같은 새로운 첨단 기술에 의해 촉발된 소위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살아가려면 인간만의 고유한 지식과 창조력이 필요하다. 인간은 이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며, 창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필요가 있다. 더 이상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직업적 소명의식과 의무를 따르면서 이를 금전적인 보상으로 확인하는 노동의 시대가 아니다. 철창과 같은 조직에서 주말만 바라보며 고통스러운 노동을 참아내는 방식으로 일해서는 곤란하다. 일의 재미와 의미를 찾고, 자신이 주체적으로 일의 과정을 관리하고 통제하며, 자기 자신을 쏟아부으면서 열정적으로 일해야 한다.”

 

어쨌든 장 교수가  말하는 현대적 장인이란 일에서 행복을 찾은 사람들이다. 현대적 장인은 먹고살기 위해 노동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을 통해 자기 삶을 완성한다. 그들은 삶의 중심이 완벽하게 일로 쏠린 불균형한 워커홀릭 장인과는 달리 일을 사랑하면서도 일의 리듬을 삶의 리듬으로 만들어간다.

 

“노동의 고통을 무조건 감내하는 것이 아니라 휴식과 여가의 질을 중시하며 일과 삶 양쪽에서 행복을 찾는 법을 아는 사람들이 바로 현대적 장인인 셈이다. 일과 삶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철학자 괴테의 말처럼 일의 완성만이 아니라 일 자체의 즐거움을 통해 일에서 해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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