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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에 쉽게 타는 고층빌딩들이 어딘지 국민들은 알 필요없다?

제천 화재 참사 2개월, 여전히 '가연성 건물' 정보공개 안 돼…시사저널 정보공개청구에 '묻지마 기각'

공성윤 기자 ㅣ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8.03.08(Thu) 15:5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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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21일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 때 참사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 건 불에 잘 타는 벽이었다. ‘가연성 외장재’를 쓴 것이다. 전국 30층 이상 건물 중 제천 스포츠센터처럼 불에 잘 타는 가연성 외장재로 지은 건물은 총 135동이다. 하지만 이들 건물이 어디에 있는 빌딩인지 정부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어처구니 없게도 "집값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시사저널이 이 건물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정보공개청구에 이의신청까지 했지만 소용없었다.

 

기자는 지난해 12월25일 정보공개포털을 통해 가연성 외장재 건물 135동 각각의 위치와 외장재 종류 등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다. 그러나 올해 1월11일 비공개 결정이 났다.

 

국토부가 밝힌 비공개 이유는 크게 네 가지다. △건물의 화재안전성능은 여러 복합 요인에 의해 결정되고 △집값 하락으로 인한 거주자 반발이 예상되며 △공개할 법적 근거가 없고 △개인의 권리 침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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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떨어질까봐 가연성 외장재 정보 숨기는 정부 

 

반면 지난해 6월 영국 런던 캠던구청은 가연성 외장재를 쓴 아파트 800여 가구에 대피령을 내렸다. 일부 주민들이 반발했지만 구청 측은 “구민들의 그 어떤 위험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발표했다. 개인의 편의나 재산권보다 생명권을 더 높게 판단한 결정이다. 당시 대피령은 79명의 목숨을 앗아간 런던 아파트 대형화재에 따른 후속조치였다.

 

기자는 국토부의 비공개 이유 각각에 대해 1월15일 이의를 제기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청구 자료는 ‘가연성 외장재를 쓴 건물’이지 ‘건물의 화재안전성능’이 아니고 △건물주의 재산권이 국민의 생명권보다 우선한다고 보기 힘들며 △정보공개법 9조 1항 7호에 따라 ‘사업 활동에 의한 위험으로부터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는 공개하게 돼 있고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권리 침해가 우려되는 ‘개인’보다 이득을 볼 수 있는 ‘공중’이 더 많다.”

 

그리고 3월5일, 국토부가 한 줄의 답변을 보내왔다.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3호 및 제5호에 따라 비공개한다.” 해당 조항 3호는 ‘공개될 경우 생명이나 재산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정보’이고, 5호는 ‘감사나 내부검토 중인 사항으로 공개될 경우 업무나 연구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정보’다. 새로운 법적 근거를 내밀었지만 기자가 낸 이의에 대한 반론은 없었다.

 


공개청구한 지 두 달 넘게 걸려 받은 답변 한줄…'법에 따라 비공개'

 

기자는 정확한 설명을 듣기 위해 국토부에 전화를 걸었다. 운영지원과 관계자는 6일 “이의신청된 정보공개청구건에 대해선 심의회의 심의를 거친다”며 “심의회 위원 7명 전원이 모두 만장일치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심의회는 국토부 실국장 4명과 민간 위촉변호사 3명으로 구성된다.

 

위원들은 모두 어떤 생각으로 기각에 동의했을까. 관계자에게 ‘심의 회의록을 보여달라’고 했다. “그럴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정보공개포털을 관리하는 행정안전부 정보공개정책과 관계자는 “심의 회의록은 따로 공개 청구해야 한다”고 했다. 청구인 입장에선 당장 구체적인 이유도 모르고 결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조민지 활동가는 8일 “중앙 정부부처가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불성실한 답변을 내놓는 경우는 드물다”며 “FM(매뉴얼)대로 한다면 비공개 결정을 내릴 때 청구인이 이해가 갈 수 있게끔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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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권보다 더 위에 있는 가치가 있나?"

 

국토부의 비공개 결정 자체에 대한 비판도 있다. 전진한 알권리연구소 소장은 8일 “제천 화재 때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자고 강조했는데, 국토부가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고 있다”면서 "생명권보다 더 위에 있는 가치가 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 소지는 또 있다. 법으로 정해진 정보공개청구 결과 통보시기를 국토부가 어겼기 때문이다. 정보공개법 18조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이의신청을 받은 뒤 14일 이내에 결과를 알려줘야 한다. 그런데 기자가 이의신청에 대한 답변을 받기까지 걸린 기간은 무려 49일(1월15일~3월5일)이다. 하지만 이를 딱히 제재할 수단은 없다고 한다. 정보공개법엔 처벌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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