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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역사만큼이나 부침 겪어온 중국 차(茶)

차 산업 독점해 전략무기와 통치수단 활용하기도

서영수 차(茶)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3.11(Sun) 12:00:00 | 14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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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가주석 시진핑(習近平)은 2013년 9월7일 카자흐스탄을 방문했을 때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처음으로 해외에서 주창하면서 “차는 실크로드의 주요 교역물자였다. 앞으로도 차가 주요한 교역물자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60개국 30억 명의 인구가 경제권역으로 이어지는 실크로드와 해상실크로드를 새로 구축하는 야심 찬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자리에서까지 언급될 정도로 차는 중국의 자부심이었다.

 

현재 중국에서 생산되는 차는 ‘매일 다른 차를 마셔도 평생토록 모두 마실 수 없다’고 할 만큼 다양하다. “차 마셨어요?”가 아침인사를 대신할 정도로 차 마시는 풍속이 일상화돼 있다. 덕분에 차는 중화사상(中華思想)을 실천하는 유화정책의 상징인 동시에 부를 창조하는 교류품목이 됐다.

 

중국 역사와 함께 부침을 겪어온 차는 차마고도 시절부터 단순한 교역품목이 아닌 중요한 전략물자였다. 고산지대에서 겨울을 나기 위한 생존 필수식품으로 차를 마셔야만 했던 티베트인은 기동력과 지구력이 뛰어난 고원지대의 준마를 헐값에 차와 교환했다. 전투력을 배가시키는 고산지대의 말은 오늘날 최첨단 병기에 준하는 비장의 무기였다. 문성공주(文成公主)가 결혼예물로 가져가며 차를 티베트에 최초로 소개한 당(唐)나라는 차를 전략물자로 사용했다. 끼니는 걸러도 차는 꼭 마셔야 했던 티베트는 결국 차 중독에 빠져 나라를 잃고 중국에 예속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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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중독에 빠져 나라 잃은 티베트

 

중국 북방은 한때 술 문화가 주류였다. 남방의 차 문화가 북상해 중국 전역에 차를 전파했다. 중국인과 차를 생활과 문화에서 불가분의 관계로 만든 일등공신은 수(隋)나라가 만든 경항(京杭)대운하였다. 세계에서 가장 긴 1794㎞의 경항대운하는 베이징(北京)을 기점으로 톈진(天津), 허베이성(河北省), 산둥성(山東省), 장쑤성(江省)과 저장성(浙江省) 항저우(杭州)까지 잇고 있다. 강남 일대의 풍부한 특산물을 대량 수송하는 동시에 강남을 군사적으로 통제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수나라는 고구려 원정 실패와 무리한 대운하 공사로 38년 만에 사라지고 당나라에 중원을 내준다. 당나라는 경항대운하의 수혜자가 돼 차 문화를 꽃피웠다.

 

중국 차 산업과 문화가 비약적으로 발달하게 된 또 다른 계기는 당나라 숙종(肅宗)이 시행한 금주령이다. 황실에 차를 바치는 공차 제도를 제도화한 것도 숙종이었다. 양귀비(楊貴妃)와 사랑에 빠져 국사를 소홀히 하다가 안사의 난으로 힘을 잃은 현종(玄宗)에 이어 황제에 오른 숙종은 금주령을 반포했다. 안사의 난을 수습한 곽자의(郭子儀) 장군에게 황실 어용차를 하사하며 궁중 피로연과 제사에 술 대신 차를 사용하도록 했다. 술이 사라진 시대를 맞이하게 된 당나라 문인들은 차 문화 발전과 확산에 기여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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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주변국가로 전해지는 선린과 우호의 상징이 된 차는 중국인이 갖고 있는 뿌리 깊은 화이사상(華夷思想)에 바탕을 둔 유화정책을 운반하는 대표적 수단이 됐다. 어용차를 하사하는 것은 국가 사이의 신뢰관계 유지와 군신관계의 충성을 담보하는 상징적 통치행위였다. 조공을 바치려고 황제를 알현한 외국 사신에게 주는 회사품(回賜品)으로 어용차가 사용됐다. 회사품으로 받아온 어용차는 그 나라 왕이 조정에서 신하와 왕족에게 하사하며 군신 간의 서열을 확인하는 증표가 됐다. 차는 봉건제도를 유지하는 중심축인 토지와 노비를 대체하는 효율적인 대체재였다. 귀족과 공신에게 하사하는 토지는 한계가 있었으며 노비를 지나치게 많이 갖게 하는 것은 신하의 힘을 과도하게 키우는 불안요인이 됐기 때문이다.

 

중국 민간에는 예전부터 생활필수품으로 가정에서 없으면 안 되는 7가지 물품이 있다. ‘땔나무·쌀·기름·소금·장·식초·차는 방문을 열면 언제나 있어야 되는 식생활 기본품목’이라고 남송시대 《몽양록(夢梁錄)》이란 책에 기술돼 있다. 송나라를 멸망시킨 원(元)나라는 7가지 필수품에 술을 추가하기도 했다. 황실과 귀족계급 같은 상류사회만 즐기던 차는 당·송 시대를 거치며 더 이상 사치품이 아닌 국민음료로 등극했다. 송나라 때부터 국가전매품이 된 차는 마음대로 재배하거나 사사로이 판매할 수 없게 됐다. 송나라 재정수입의 25%가 차에서 나왔을 정도다.

 

중국 변경지대 최고 권력기관으로 위세를 떨친 차마사(茶馬司)의 경우 송나라 6대 황제 신종(神宗)이 1074년 간쑤성(甘肅省) 남부 교통 요충지인 친저우(秦州)에 처음 설치했다. ‘차마무역(茶馬貿易)’을 독점했던 차마사는 직접 교역에 참여하거나 허가권을 준 특정 상인을 통해 간접 무역을 하기도 했다. 차마사는 명나라 초기부터 더욱 강력한 힘을 갖게 됐다. 명나라 태조(太祖)는 개인이 차를 팔아 말로 교환하는 사차(私茶)무역을 금지하는 차법을 새로 만들었다. 이를 어기면 공주와 부마도 예외 없이 사형을 집행했다. 차법을 어긴 자뿐 아니라 이를 눈감아주거나 감시를 소홀히 한 자도 목을 베는 참형에 처했다. 처벌 위주의 강력한 법은 한탕주의를 조장해 밀매매가 극성을 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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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무역 독점한 차마사 강력한 권력으로

 

중국은 명 태조가 제정한 차법을 근거로 차를 무단으로 해외에 수출하는 것도 법으로 금했다. 차 만드는 기술과 차나무 반출도 불법이었다. 차를 독점해 전략무기와 통치수단으로 활용해 온 중국은 청나라를 찾아온 유럽국가에 조공무역 개념으로 차를 수출했다. 산업혁명으로 근대화에 앞선 유럽은 자유무역을 요구했지만 청나라는 거부했다. 전쟁으로 청나라를 강제로 개방시킨 영국은 아편으로 차를 구매했다. 아편천국이 된 청나라는 1894년 한반도에서 맞붙은 청일전쟁의 패배로 잠자는 용에서 종이호랑이로 추락했다.

 

중국은 차 생산국이 된 영국의 위세에 눌려 차 종주국 명예도 한동안 내줘야 했다. 2015년 9월3일 오전 10시 베이징 톈안먼광장에서 열린 ‘중국 인민 항일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대회’를 통해 중국은 치욕의 역사를 딛고 대국굴기(大國崛起)를 전 세계에 선포했다. 미국의 완곡한 만류를 무시한 박근혜 전 대통령도 이날 참석했다. 건국 이래 전쟁승리를 기념하는 최초의 열병식에 참석한 30명의 외국 지도자에게 국가 공식 답례품으로 차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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