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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검찰은 왜 ‘세월호 사고원인 실험 결과’를 발표 안했을까

선조위·유가족 “중대한 범죄행위”…KRISO “검찰서 국내 자유 항주실험 내용 빼자고 해”

이용우 시사저널e 기자 ㅣ ywl@sisajournal-e.com | 승인 2018.03.13(Tue)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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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4주기가 다가오는 가운데 검찰의 세월호 자유 항주실험 은폐 의혹이 불거지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에 따르면, 세월호 사고 직후 국내 연구소에서도 지난 2월 네덜란드에서 진행된 자유 항주실험과 같은 실험이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시사저널e가 확인한 당시 세월호 자유 항주실험 보고서는 검찰이 밝힌 세월호의 사고 원인과 정면으로 대치되는 결과를 담고 있었다. 선조위와 유가족들은 검찰이 이를 알고도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고, 이와 전혀 반대되는 발표를 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검찰 발표한 4가지 사고 원인, KRISO 실험 결과와 배치 돼

 

세월호 참사 이후 검찰은 세월호 사고 원인과 관련해 과적·고박 불량·복원성 불량·조타 실수 등 4가지 원인에 의해 참사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국책연구기관인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에서 검찰의 의뢰를 받고 진행한 자유 항주실험 내용과 전혀 맞지 않는 발표였다. 당시 KRISO에서 진행한 세월호 자유 항주조종시험 결과는 4년 동안 비밀로 붙여졌고, 선조위 조사에 의해 국내에서도 실험이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에 검찰이 세월호 사고원인을 자료에 근거하지 않은 채 발표했다는 의혹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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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고서를 보면 KRISO는 해양공학수조 내에서 세월호의 41분의 1 크기의 모형으로 자유 항주실험을 진행했다. 최근 선조위가 네덜란드에서 진행한 실험과 같은 실험이다. 이 실험에서 세월호 모형은 어떤 조건에서도 실제 사고와 같은 급격한 회전이나 기울기를 보이지 않았다. 세월호를 재현한 시뮬레이션이 사고 당시의 항적을 벗어난 채 큰 원을 그리면서 회전한 것이다. 이 자료의 데이터에 따르면, 배가 기울었다가 다시 일어나는 복원성 값인 GM으로는 세월호 사고가 발생할 수 없었다. 결국 검찰이 제시한 네 가지 사고 원인을 모두 뒤흔들 수 있는 보고서인 셈이다.

 

세월호 실험에서 모형이 큰 원을 그리며 이동했다는 것은 세월호의 복원성이 사고를 설명할 만큼 나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합동수사본부 자문단 보고서에도 ‘(세월호에) 갑자기 자력으로는 불가능한 엄청난 급선회가 발생한 것처럼 보이는 이상 현상이 발견된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세월호 자력으로만 보면 세월호 항적도와 기울기가 설명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선조위가 조사한 자동차·철근 등 화물 조사에서도 기존에 세월호 특조위에서 본 세월호 화물량(2215톤)보다 적은 2203톤이 나왔다. 세월호는 기존 조사보다 화물량이 적어 과적으로 인한 사고라고 설명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결국 3년 이상 공개되지 않은 KRISO 자유 항주조종시험 보고서를 분석하면, 세월호는 과적이나 복원성 불량, 조타 실수에 의해 사고가 발생한 것이 아니게 된다. 특히 대법원 또한 세월호 조타수 조아무개씨의 조타 실수 혐의에 대한 판결에서 증거부족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 보고서를 보면 설령 우현 25도 등과 같은 조타 실수가 있었더라도 세월호는 기존 항적도와 같은 급격한 선회와 기울기에 의해 전복될 수 없었다. 선조위와 유가족은 이 자료가 지금까지 숨겨져 왔던 탓에 결국 네덜란드까지 가서 같은 실험을 진행해야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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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들 “이런 자료 있었다면, 네덜란드까지 안 가도 됐을 것” 분노

 

선조위 관계자는 “(검찰이 보고서를) 왜 공개하지 않았을까 의문이 생긴다. 실험 사실 자체를 4년 동안 숨겼다는 것은 중대한 범죄행위”라며 “뭔가 숨겨야 했을 이유가 있을 것이다. 실험 결과를 말하면 안 되는 이유가 있었다면 모두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이 (보고서 누락을) 협의해서 처리한 것이라면 검찰의 직무유기가 된다”며 “선조위가 이와 관련한 조사를 성실히 수행하겠지만, 이 사안이 단순히 KRISO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검찰과 박근혜 정부 등 어디까지 연결되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전면적인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세월호 유가족들도 검찰이 이 자료는 이미 공개됐어야 했다며 은폐 의혹에 분노를 표했다. 정성욱 세월호가족협의회 선체인양분과장(故 정동수군의 아버지)은 “이런 자료가 있었다고 발표만 했어도 네덜란드까지 가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며 “이 자료를 봤을 때 가족들 심정이 어땠겠나. 또 다시 무너져야 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이는 증거를 인멸한 것”이라며 “이 보고서가 공개됐다면 세월호 관련 재판 결과가 어떻게 달라졌을지 모르나, 그래도 자료는 공개됐어야 했다. 결국 검찰이 세월호 과적, 복원성 불량으로 책임자를 찾고 청해진해운과 유병언에 여론몰이를 하면서 정부가 세월호에 책임 있다는 것을 피하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자체만으로 항적이 불가능하다는 데이터만 공개됐어도 선체 인양 또한 더 빠르게 진행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연구소 의뢰 당시 연료의 양 등 조건이 나중에 변경돼 실험 결과를 증거로 사용할 수 없었을 뿐 의도적인 왜곡은 없었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와 관련해 선조위는 “실험은 모든 조건을 변경해가면서 해야 한다”며 “네덜란드에서도 시뮬레이션으론 항적도를 맞출 수 없었기 때문에 다양한 조건을 변경하며 사고 원인을 찾고 실험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조건이 변경돼 증거로 사용 못 했을 뿐, 왜곡 의도 없었다”

 

선조위와 유가족에 따르면, 이번 실험을 진행한 KRISO 연구책임자가 현재 선조위 내부에서도 활동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세월호 유가족은 “KRISO에서 진행한 실험의 연구책임자가 선조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자진사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위원이 관여하는 선조위의 보고서도 신뢰하기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선조위 관계자는 해당 위원이 KRISO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책임자였다는 사실은 맞다고 전하면서 “현재 그 부분에 대해선 언급하기 어렵다. 다만 그 위원이 (사퇴요구에 대해) 심사숙고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KRISO 관계자는 “KRISO에서는 검찰이 넘겨준 데이터를 가지고 실험을 진행하고 있었다. 시험이 끝나고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었는데 배의 청수와 연료유 등에 126톤이 추가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의 구속재판 만료시기에 따라 보고서 등의 제출 일정이 잡혀 있었다. 그 일정을 맞추다 보니 변경된 조건에서의 실험 일정을 못 하게 된 것”이라며 “다른 실험은 변경된 조건으로 진행됐지만 자유 항주실험만 변경된 조건으로 하지 않으면 (보고서)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검찰에서 (자유항주 보고서는) 빼자 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KRISO는 의뢰받은 기관일 뿐이고 결정은 발주처에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수와 연료가 126톤 늘면 오히려 배의 복원성이 좋아진다는 질문에 대해 KRISO 관계자는 “기술적인 문제에 대해선 대답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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