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로장생의 비밀 두 가지…호흡 그리고 호르몬
  • 이경제 이경제한의원 원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3.14 09:23
  • 호수 1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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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제의 불로장생]

 

불로장생은 인류의 꿈이다. 불로(不老)는 늙지 않고 젊게 사는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안티에이징이다. 장생(長生)은 활기차게 사는 것이다. 그야말로 정력이 넘치고 활발한 건강을 말한다.

 

역사적으로 불로장생을 꿈꾼 최초의 인물은 진시황이다. 진시황은 기원전 219년(41세)에 중국 전역을 순행하던 중에 산둥성(山東省)에서 서복과 만났다. 신선의 술법을 닦는 방사(方士)였던 서복은 진시황에게 “신선이 사는 삼신산이 바다 가운데에 있는데 불사의 선약을 구해 오겠다”고 말했다. 진시황이 허락하여 서복은 동남동녀 삼천 명과 오곡 종자와 백공을 거느리고 바다로 떠났다. 황제가 자신이 먹을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일을 진행했으니 그 모양이 장관이었을 것이다.

 

당시엔 과연 어떤 것을 불로초라고 했을까. 그저 구할 수 있다는 말만 듣고 의심 많은 진시황이 자금과 인력을 마련해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서복 자신이 그럴듯한 도인의 풍모를 보여주고 불로초 시제품 같은 것을 보여주었을 것이다. 일단 중국에 있지 않은 약재여야 할 것이고, 흔히 구할 수 없는 것이어야 삼신산의 불로초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중국 후한 시대 《신농본초경》에 이미 영지·구기자·삼은 있으므로 제외해야 할 것이다. 삼신산에 가서 바로 구할 수 있는 것이라면 굳이 동남동녀를 데리고 갈 필요가 없을 것이다. 산신령을 만나서 3000명의 기운을 써야 얻을 수 있는 신약일 것이다. 서복이 떠난 후에 소식이 끊기고 불로초는 전설로 남게 됐다.

 

중국 시안시 아방궁 앞에 있는 진시황 상(像) © 사진=연합뉴스


 

고대부터 이어온 불로장생의 꿈

 

2009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텔로미어의 기능과 생성 과정을 밝혀낸 연구자들이 받았다. 텔로미어는 세포의 염색체 말단 부위를 감싸고 있는 구조물이다. 염색체와 DNA를 보호하는데,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조금씩 짧아져서 결국 죽게 된다. 이는 노화를 말한다. 따라서 텔로미어를 생성해 내고 길어지게 하면 노화라는 질병을 막을 수 있게 된다. 이 분야의 연구가 활발해 조만간 노화를 막을 수 있는 비밀이 밝혀질 듯하다. 서복도 삼신산 실험실에서 3000명의 인간으로 노화 방지 임상시험을 했을지도 모른다. 

《동의보감》은 한의학자 허준 선생이 송·원·명 한의학을 도교의 관점인 정기신(精氣神)의 분류로 집대성한 한의학계의 바이블이다. 《동의보감》의 관점에서 크게 두 가지로 불로장생을 추구할 수 있다.

 

첫째, 호흡이다. 호흡은 숨을 내뱉고 마시는 과정이며, 생명 활동을 유지하는 기(氣)의 교류를 말한다. 과학적으로는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교환이다. 요가나 명상의 핵심기술이 바로 호흡법이다. 동물마다 호흡의 수가 제각기 다른데 장수하는 동물일수록 호흡이 느리고 길다.

 

둘째, 정기신의 수승화강(水昇火降)이다. 위로 맑은 수증기가 올라가고 아래로는 따뜻한 온기가 내려와서 두한족열(頭寒足熱), 즉 머리는 시원하고 발이 따뜻하면 불로장생의 기반이 된다. 현대의학적으로 보면 호르몬 분비와 혈액순환이다. 심장에서 가장 먼 부위인 발이 따뜻하면 혈액순환이 잘되는 것이고, 체온을 조절하는 것은 호르몬의 주요 기능이다. 단전(복부)과 발이 따뜻하고 머리가 시원하면 호르몬 분비가 최상이다. 따라서 불로장생의 비밀은 호흡과 호르몬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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