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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포스코, 비선실세 수백억대 수주 비리 의혹 눈감았다

‘포스코의 최순실’로 통하는 ‘유 회장’ 실체 확인

송응철 기자 ㅣ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8.03.16(Fri) 09:03:44 | 14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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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판 비선실세’ 의혹에 대해 검찰이 총부리를 정조준했다. 시사저널이 지난해 초 관련 의혹을 단독 보도한 지 1년여 만이다(제1425호 ‘[단독] 포스코에도 비선실세…전방위 이권개입 의혹’, 제1423호 ‘[단독] 권오준 포스코 회장 비선실세의 경영농단 의혹’ 참조). 유씨는 포스코 계열사의 사업 수주를 대가로 막대한 커미션을 챙겨왔다. 제품 출고와 선급금 지급 등 거래 과정에서 편의를 봐주는가 하면, 채용이나 승진 등 인사에 관여한 의혹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포스코 고위 임원들은 유씨를 ‘회장님’으로 호칭하며 그의 민원 해결에 적극 나섰다. 그가 ‘포스코의 최순실’로 불려온 이유다. 유씨의 영향력은 권오준 포스코 회장·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과의 인연에서 비롯됐다는 견해가 많다. 세 사람은 모두 서울대사대부고와 서울대 동문이다. 특히 유씨는 권 회장과 동창으로 40여 년 동안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가 본격화된 이후 포스코는 수세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유씨가 있지도 않은 권 회장과의 친분을 내세워 개인적인 이득을 챙겼다”며 선을 긋고 있다. 유씨의 청탁 역시 실제로 성공한 사례를 확인하지도 못했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유씨의 ‘개인적 일탈’이라는 것이다. 유씨도 “자신은 포스코에 아무런 영향력이 없다. 권 회장 등 고위 임원들과도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주장들은 과연 사실일까. 시사저널이 확보한 각종 자료를 바탕으로 유씨의 실체를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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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비로 ‘선납금’…수주 성공 시 ‘커미션’

 

검찰의 타깃이 된 유씨는 ‘포스코그룹 영업 전담’이라는 간판을 내건 사무실을 운영해 온 인물이다. 사무실의 내부 사진을 보면, 곳곳에 포스코의 내부 정보가 즐비했다. 일단 칠판에는 그룹 전체의 수주 및 매출 목표액이 담긴 2016년 경영계획과 파나마·베트남·이라크·몽골 등 해외에서 올린 매출 규모가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다. 사무실에는 ‘대량(Vulk) 납품 자재 리스트’ 서류도 비치돼 있었다. 여기엔 포스코 계열사에 대량으로 납품되는 품목과 납품처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었다. 심지어 포스코 계열사 임원진의 신상과 연락처 등이 담긴 조직도도 있었다. 모두 외부 유출이 불가한 포스코 내부 정보 및 문건이었다.

 

유씨가 운영하는 사무실의 주된 업무는 사실상 ‘로비’다. 이는 유씨와 업체 간 작성한 계약서에도 나타나 있다. 계약서에는 ‘포스코그룹의 각 계열사에서 발주하는 공사에 사업자로 선정되도록 한다’고 명시돼 있다. 유씨의 업무영역은 사업 수주만이 아니다. 포스코의 협력업체로 등록시켜주는 업무도 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유씨는 자신이 관리하는 업체가 포스코 계열사들로부터 철강 제품을 넘겨받거나 선급금을 지급받는 과정에서 편의를 제공한 정황도 있다. 유씨는 청탁을 수주하면 활동비 명목으로 선납금을 받았고, 사업 유치에 성공하면 전체 매출의 일부를 커미션으로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씨는 자신의 아래에 또 다른 브로커를 고용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은 ‘영업책’ 역할을 했다. 청탁을 원하는 업체를 유치할 때마다 커미션의 일부가 전달됐다. 유씨는 자신의 화려한 인맥을 내세워 업체들을 현혹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 내 실력자나 계열사의 고위 임원들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등을 보여주는 식이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유씨와 거래한 업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유씨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유씨가 공항에 도착하면 포스코 직원들이 직접 차로 마중을 나오는가 하면, 별도의 방문증 발급 없이도 포스코 사무실과 공장 등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었다. 업체들이 유씨에게 거액의 선납금을 선뜻 내준 것도 이런 까닭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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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사장들과 골프 라운딩 등 밀접한 관계

 

그러나 유씨는 지금 자신은 포스코에 영향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과연 사실일까. 시사저널의 앞선 보도에는 유씨가 계열사 고위 임원들에게 한 청탁이 수락되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추가 취재 과정에서 유씨가 임원을 넘어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증거를 확보할 수 있었다. 유씨가 2015년 10월11일 골프 라운딩 도중 촬영한 기념사진이 대표적이다. 이 사진에는 황태현 당시 포스코건설 사장(現 평택항만공사 사장)과 최두환 포스코ICT 사장 등이 들어 있다. 이 사진만 봐도 유씨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다.

 

유씨가 CEO들과 내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었던 배경은 전·현직 회장들과의 친분 때문으로 보인다. 유씨는 전직 회장들과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역시 사실이 아니다. 본지는 앞선 기사를 통해 유씨가 권 회장과 지속적인 연락을 취해 온 사실을 보도했다. 유씨는 권 회장에게 안부 연락은 물론 사업을 청탁하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취재 과정에서 유씨가 정준양 전 회장과도 비교적 최근까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 온 증거도 나왔다. 시사저널이 확보한 2016년 4월16일자 사진에는 유씨가 정 전 회장 부부 동반모임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한 모습이 담겨 있다. 이 자리에는 황기주 당시 포스코LED 사장(現 포스코알텍 사장)도 참석했다.

 

물론 유씨가 포스코 수뇌부와 가까웠다는 이유만으로 실제 청탁이 있었다고 단정키는 어렵다. 그렇다면 포스코의 주장대로 유씨의 청탁이 성공한 사례는 없는 걸까. 시사저널은 유씨의 청탁이 수주로 이어진 사례를 찾아냈다. 2016년 12월 포스코가 발주한 레이저웰더 납품 사업이 그것이다. 포스코는 당초 냉연제품을 용접하는 설비인 레이저웰더를 외국 업체로부터 매입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씨는 기계제조업체인 T사로부터 제의를 받고 기술개발업체인 B사가 레이저웰더를 납품할 수 있도록 청탁을 했다. B사가 납품사로 선정되면, 이 업체로부터 T사가 기계를 제작하는 하청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유씨는 계열사 사장과 정 전 회장에게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다. 메시지를 통해 유씨는 외국 업체의 레이저웰더 제품은 국산보다 무겁고, 앞서 결함이 발견된 점을 강조하며 특정사가 납품사로 선정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 결과, B사는 44억5000만원에 레이저웰더 공급계약을 따냈다. 이를 통해 B사는 설립 이래 최초로 레이저웰더를 판매하게 됐다. 수주 이후 유씨는 정 전 회장에게 감사 문자를 보냈다. ‘회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중략) 여러모로 부족한 현실에서 큰 힘을 실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 올립니다’라는 내용이었다. 정 전 회장이 수주 과정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사업뿐 아니라 인사 청탁이 이뤄진 사례도 있다. 유씨와 포스코 계열사 부사장 간 통화 녹취록에는 유씨가 경력직 채용을 청탁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때 부사장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인사팀에 채용안을 전달해 놨다는 답변을 했다. 유씨가 취업을 청탁한 이는 현장 경험이 적고, 현장에서도 관계자들과 갈등을 빚는 등 물의를 일으킨 바 있는 인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그는 포스코 계열사에 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녹취록을 통해서도 유씨가 계열사 소속 복수 임원들의 승진 및 연임 청탁에 관여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유씨의 영향력이 작용했는지는 확인이 어렵지만, 공교롭게도 청탁 대상자들은 모두 인사상의 혜택을 누린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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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수년 전 유씨 존재 인식하고도 묵인

 

유씨가 이처럼 전방위적으로 포스코의 이권에 개입해 온 정황이 나오고 있다. 포스코는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을까. 답은 ‘아니요’다. 포스코는 이미 유씨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다. 포스코 감사부서인 정도경영실은 2015년 11월 유씨에 대한 감사를 진행한 바 있다. 유씨에 대한 투서가 접수된 데 따른 것이다. 유씨가 계열사 고위급 실무자들을 모아놓고 권 회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자신을 ‘밀어달라’는 취지로 말한 게 화근이 됐다. 감사 결과, 사업 승인이나 협상 승인 과정에서 유씨가 투자 및 구매부서에 연락해 권 회장을 비롯한 포스코 경영층과의 친분을 빌미로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이 확인됐다.

 

무엇보다 유씨의 비위행위가 의심되는 정황이 발견됐다. 유씨가 지분을 보유한 전기설비업체 N사와 소방설비업체 G사가 수의계약 등으로 수년에 걸쳐 포스코 계열사로부터 수백억원대 사업을 수주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정도경영실의 감사 결과에 따르면, N사는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전기설비 사업 10건(108억원)을, 2015년에는 4건(202억원)을 수주했다. G사도 수의계약으로 소방설비 사업 2건(17억7000만원)을 가져갔다. 정도경영실은 권 회장에게도 감사 결과를 보고했지만, “회장 취임 이후 유씨와 연락을 취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정도경영실은 감사를 조용히 종결 처리했다. 이 과정 역시 석연치 않다. 권 회장의 비서실장이 유씨를 만나 주의를 주고, 유씨 본인도 정도경영실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는 연락을 해 왔다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유씨에게 주의를 줬다는 비서실장이 유씨와 유대가 깊은 인물로 확인된다. 시사저널이 확보한 비서실장 양아무개씨와 유씨의 문자메시지 대화 내용을 보면, 양씨는 유씨를 ‘회장님’으로 호칭하며 권 회장의 동선 및 근황을 보고해 왔다. 결국 유씨의 사과와 그의 측근의 주의로 사건이 그대로 묵인된 것이다. 검찰은 현재 유씨와 계약을 했던 업체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수사를 통해 포스코 비선실세의 민낯이 드러날까.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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