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포스코, 비선실세 수백억대 수주 비리 의혹 눈감았다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8.03.14 15:37
  • 호수 1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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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의 최순실’로 통하는 ‘유 회장’ 실체 확인

 

‘포스코판 비선실세’ 의혹에 대해 검찰이 총부리를 정조준했다. 시사저널이 지난해 초 관련 의혹을 단독 보도한 지 1년여 만이다(제1425호 ‘[단독] 포스코에도 비선실세…전방위 이권개입 의혹’, 제1423호 ‘[단독] 권오준 포스코 회장 비선실세의 경영농단 의혹’ 참조). 유씨는 포스코 계열사의 사업 수주를 대가로 막대한 커미션을 챙겨왔다. 제품 출고와 선급금 지급 등 거래 과정에서 편의를 봐주는가 하면, 채용이나 승진 등 인사에 관여한 의혹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포스코 고위 임원들은 유씨를 ‘회장님’으로 호칭하며 그의 민원 해결에 적극 나섰다. 그가 ‘포스코의 최순실’로 불려온 이유다. 유씨의 영향력은 권오준 포스코 회장·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과의 인연에서 비롯됐다는 견해가 많다. 세 사람은 모두 서울대사대부고와 서울대 동문이다. 특히 유씨는 권 회장과 동창으로 40여 년 동안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가 본격화된 이후 포스코는 수세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유씨가 있지도 않은 권 회장과의 친분을 내세워 개인적인 이득을 챙겼다”며 선을 긋고 있다. 유씨의 청탁 역시 실제로 성공한 사례를 확인하지도 못했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유씨의 ‘개인적 일탈’이라는 것이다. 유씨도 “자신은 포스코에 아무런 영향력이 없다. 권 회장 등 고위 임원들과도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주장들은 과연 사실일까. 시사저널이 확보한 각종 자료를 바탕으로 유씨의 실체를 들여다봤다.

 

© 시사저널 포토


 

활동비로 ‘선납금’…수주 성공 시 ‘커미션’

 

검찰의 타깃이 된 유씨는 ‘포스코그룹 영업 전담’이라는 간판을 내건 사무실을 운영해 온 인물이다. 사무실의 내부 사진을 보면, 곳곳에 포스코의 내부 정보가 즐비했다. 일단 칠판에는 그룹 전체의 수주 및 매출 목표액이 담긴 2016년 경영계획과 파나마·베트남·이라크·몽골 등 해외에서 올린 매출 규모가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다. 사무실에는 ‘대량(Vulk) 납품 자재 리스트’ 서류도 비치돼 있었다. 여기엔 포스코 계열사에 대량으로 납품되는 품목과 납품처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었다. 심지어 포스코 계열사 임원진의 신상과 연락처 등이 담긴 조직도도 있었다. 모두 외부 유출이 불가한 포스코 내부 정보 및 문건이었다.

 

유씨가 운영하는 사무실의 주된 업무는 사실상 ‘로비’다. 이는 유씨와 업체 간 작성한 계약서에도 나타나 있다. 계약서에는 ‘포스코그룹의 각 계열사에서 발주하는 공사에 사업자로 선정되도록 한다’고 명시돼 있다. 유씨의 업무영역은 사업 수주만이 아니다. 포스코의 협력업체로 등록시켜주는 업무도 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유씨는 자신이 관리하는 업체가 포스코 계열사들로부터 철강 제품을 넘겨받거나 선급금을 지급받는 과정에서 편의를 제공한 정황도 있다. 유씨는 청탁을 수주하면 활동비 명목으로 선납금을 받았고, 사업 유치에 성공하면 전체 매출의 일부를 커미션으로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씨는 자신의 아래에 또 다른 브로커를 고용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은 ‘영업책’ 역할을 했다. 청탁을 원하는 업체를 유치할 때마다 커미션의 일부가 전달됐다. 유씨는 자신의 화려한 인맥을 내세워 업체들을 현혹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 내 실력자나 계열사의 고위 임원들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등을 보여주는 식이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유씨와 거래한 업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유씨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유씨가 공항에 도착하면 포스코 직원들이 직접 차로 마중을 나오는가 하면, 별도의 방문증 발급 없이도 포스코 사무실과 공장 등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었다. 업체들이 유씨에게 거액의 선납금을 선뜻 내준 것도 이런 까닭인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유아무개씨가 2016년 4월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 부부와 모임을 가진 뒤 기념촬영을 했다. 오른쪽부터 유씨, 황기주 당시 포스코LED 사장,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과 그의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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