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벚꽃축제 코앞인데 주차장 확보 안돼 '비상'
  • 울산 = 김완식 기자 (sisa510@sisajournal.com)
  • 승인 2018.03.14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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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울주군 '행사장-주차장 엄격 분리 방침'에 지주 반발

 

울산 최대의 벚꽃 잔치로 꼽히는 '작천정 벚꽃축제'가 개막 보름을 앞둔 현재까지 주차장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는 등 주최측의 준비 부족으로 '부실 운영' 우려를 낳고 있다. 

 

3월14일 울산 울주군 등에 따르면, '제2회 작천정 벚꽃축제'는 오는 31일부터 4월15일까지 열린다. 올해 제2회로 이름붙여진 것은 지난해부터 관할 지자체인 울주군이 행사비를 지원하며 공공 축제로 업그레이드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울주군은 지난 2013년부터 2년여 동안 65억원을 들여 주변 사유지를 모두 사들인 뒤 지난 2016년 4월께 작천정 벚꽃길 조성 공사를 마무리했다. 이어 지난해말부터 벚꽃길 주변 3만9533㎡ 부지에 운동장을 포함한 다목적 광장을 조성하기 시작, 현재 마무리 공사를 벌이고 있다. 사업비는 부지 매입비용을 포함해 무려 130억 4000만원이 투입됐다. 

 

울주군이 이처럼 엄청난 돈을 들여가며 작천정 벚꽃길을 가꾸고 있는 것은 천혜의 주변 자연환경과 함께 얽혀 있는 역사성 때문이다. 울산 울주군 삼남면 신불산군립공원 입구 작천정 앞에 위치한 벚꽃길은 일제시대 울산지역 독립운동가들이 자신들에 대한 감시의 눈길을 따돌리기 위해 벚꽃나무를 심은 데서 유래한 것으로 전해진다. 

 

3월13일 현재 작천정 벚꽃길 건너편에 조성되고 있는 '다목적 광장' 공사 모습. ⓒ 김완식 기자

 

수령 100년 벚나무 300그루 벚꽃터널 4월초 만개


신불산 산자락에서 흘러나오는 작괘천의 한 모퉁이에 자리잡은 정자인 작천정(酌川亭)은 주변 계곡 곳곳에 놓인 기암괴석이 마치 술잔을 주렁주렁 걸어 놓은 듯하다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울산지역 3.1운동의 거점으로 활용된 것으로 전해져 오는 작천정 벚꽃길은 수령 100년의 벚나무 300여 그루가 봄날이면 1km 구간에 걸쳐 벚꽃터널을 이루며 장관을 이룬다. 이 때문에 1980년대부터 상춘객의 입소문을 타고 유명 관광지로 부각되다가 벚꽃이 만개하는 시절이면 전국의 품바 각설이들이 모여들곤 하던 곳이다.

 

울주군은 이곳이 전국적인 벚꽃 명소로 알려지면서 매년 봄마다 노점상과 쓰레기로 몸살을 겪자 대대적인 벚꽃길 조성공사와 함께 지난해 처음으로 자체 예산을 확보, 벚꽃축제 명품화에 나섰다. 하지만 울주군의 이같은 시도는 지난해 행사를 직접 담당할 주최사 선정부터 삐거덕거렸다. 울주군은 '제1회 축제'를 기획하면서 지역 민영방송사를 주최사로 선정, 사업비 8000만원을 지원했다. 당시 보조금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치기는 했지만, 공모절차를 밟지 않은 아리송한 과정 탓에 지방재정법 위반에다 청탁금지법을 어겼다는 논란을 낳았다. 특히 지난해 행사때에는 주최사가 사실상 연예인을 초청한 개막행사와 함께 행사 안전을 맡는 경호 부문에 예산을 거의 다 사용하면서 몽골텐트만 가득한 '빈 껍데기' 행사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같은 부실 콘텐츠 논란은 올해 더더욱 커질 전망이다. 울주군은 올해 제2회 축제를 방송사 대신 행사 지역인 삼남면 발전협의회에 주최를 맡기고 1억1000만원을 지원했다. 2000만원은 자체적으로 조달토록 해 총 사업비는 1억3000만원이다.

 

지난해 행사 주최를 스스로 포기했던 삼남면 발전협의회는 올해에는 주최를 맡아 지난 2월 축제준비위원회를 조직했지만, 행사 준비 초기부터 고민에 빠졌다. 울주군이 지난해 몽골텐트 등으로 잠식된 벚꽃길 주변 일대를 주차장으로만 활용해야 한다는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울주군은 현재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벚꽃길 건너편 '다목적 광장'에서만 먹거리와 볼거리 등 각종 행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지난해까지 행사장으로 이용됐던 축구장 2개 크기의 공터를 주차장만으로 활용토록 했다. 노점상 점거로 인한 무질서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지난해 4월초 작천정 벚꽃길 모습.

 

 

공터 지주들 주차장 무상 제공에 난색…'주차 대란' 우려


문제는 지주들이 자신들의 소유 부지를 무상으로 내놓으려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축제준비위원회는 지주 120명에 대해 서한을 보내 벚꽃 축제 기간에 주차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요청했지만, 대다수의 지주들은 명확한 약속을 하지 않고 있다. 상당수 지주들은 이미 외부 이벤트 기획사 등과 부지 활용을 위한 임대계약을 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축제준비위원회는 이같은 지주들의 반발 분위기를 감안해 인근 대형마트와 축제장 외곽 공터에 별도의 주차장을 마련할 방침을 세웠지만, 행사 기간에 '주차대란'은 불을 보듯 뻔한 실정이다. 지난해 벚꽃길 옆 공터에 1000여 차량이 주차하는 상황에서도 언양읍에서 행사장 길목인 작천정 교차로까지 2㎞ 채 안되는 국도 35호선이 극심한 정체 현상을 반복했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주차 전쟁은 더욱 심할 것으로 보인다.

 

행사장 볼거리와 먹거리 등 축제 콘텐츠 부실도 걱정거리다. 주최측은 현재 공사중인 '다목적 광장'에 외식업협동조합을 통해 신청한 음식점을 유치하는 한편 다양한 즐길거리를 마련한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행사 계획표를 보면 부실하기 그지없다. 올해 행사 기간은 보름 동안이라고 명시돼 있지만, 주최측이 행사를 직접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4월 첫주말인 6, 7, 8일 사흘에만 진행된다. 축제 개막행사에도 경비를 줄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드는 연예인을 초청하는 등 공식 행사를 가급적 최소화했다.

 

축제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이와 관련, "주차장 확보를 위해 지주들을 최대한 설득하고 있으나, 반발이 예상보다 심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겉치레 행사보다 내실을 기해 수익금은 불우이웃돕기로 활용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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