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진출하는 KLPGA, 한국 기업들이 견인
  • 안성찬 골프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3.15 14:03
  • 호수 1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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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그룹,미국서도 PGA와 LPGA투어 주최…LPGA 대회 한국 기업 참여도 활발

 

“한국에서 첫 PGA투어 정규대회 CJ컵 나인브릿지를 개최하게 된 것을 정말 기쁘게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첫 PGA투어 정규대회이고, 아시아에서는 세 번째다. 2년 전 프레지던츠컵이 인천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에서 열렸다. 그 당시 무척 놀라운 경험을 했다. 한국 골프 팬들이 우리를 따뜻하게 맞이해 줬고, 열정적으로 경기를 관전해 줬기 때문에 한국에서 다시 CJ컵을 개최하게 됐다. 우리는 앞으로 10년 동안 제주 클럽나인브릿지에서 정규대회를 열게 된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제이 모나한 커미셔너)

 

한국 골프의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가 베트남 등지에서 열리면서 한국 골프산업 및 문화 발전에 힘이 되고 있다. KLPGA투어는 지난해 12월 총상금 7억원을 걸고 SBS골프가 효성그룹과 함께 주최했다. SBS골프는 올해 3월11일 한국투자증권과 함께 KLPGA투어를 베트남 호찌민에서 개최한 데 이어 3월17일 남아시아 보르네오섬 북서 해안에 있는 술탄왕국인 브루나이에서 대회를 연다. 대회 주최는 브루나이지만 7억원의 총상금은 대우건설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호반건설이 지원한다.

 

국내 기업의 골프산업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2017년 8월31일 강원 춘천시 제이드팰리스에서 열린 한화 클래식 2017 1라운드에서 김민선5 선수가 1번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CJ, 국내 최초 PGA 대회 개최

 

이처럼 한국 골프는 세계 속으로 쭉쭉 뻗어 나가고 있다. 한국 여자 선수들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맹주(盟主)’ 역할을 하고 있다. 골프 선진국인 미국·유럽·일본에 결코 뒤지지 않는 기량으로 그린을 평정하고 있다. 이는 개인의 기량이 뛰어나기도 하지만, 한국 기업이 PGA투어와 LPGA투어를 주최하거나 후원하면서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CJ그룹이 일본을 제치고 한국으로 PGA투어를 유치하면서 한국 골프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PGA투어는 2017~18 시즌에 49개 대회에 총상금 3억6300만 달러(약 3272억원)가 걸려 있다. 1억3200만 유로(약 1754억원)인 유러피언프로골프투어의 2배 가까이 된다. 25개 대회로 총상금이 35억775만 엔(약 355억원)인 일본남자프로골프(JGTO)투어의 9배가 넘는다. 한국남자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는 올해 17개 대회에 141억원, KLPGA투어는 30개 대회에 207억원이다. 그런데 CJ컵 상금이 장난이 아니다. 총상금 925만 달러에 10년간 개최된다. 상금만 100억원이고, 운영비까지 합치면 연간 쏟아붓는 돈은 200억원 이상 된다. 10년간 2500억원 이상은 족히 들어간다.

 

CJ그룹은 유치가 쉽지 않은 PGA투어에 3년간 큰 공을 들였다. 대회 조건이 워낙 까다롭기 때문이다. 2016~17 시즌 아시아에서는 중국과 말레이시아, 2개국에서만 대회가 열렸다. 총상금은 마스터스 등 메이저 대회와 월드 골프 챔피언십(WGC) 을 제외하고 정규 대회 중 최고액이다. 이 대회는 미국 등 전 세계 227개국에 중계됐다. 특히 30개 언어로 10억 가구 이상이 시청했다. 또한 인터넷과 유튜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각종 매체를 통해 세계에 알려져 미디어 노출에 따른 CJ그룹의 광고 효과는 물론 한국 및 제주도를 알리는 데 엄청난 역할을 했다. CJ컵은 4일간 3만5000여 명의 관중을 동원한 데다 지난해 최고의 주가를 올린 저스틴 토머스(미국)가 우승하면서 세계 골프 팬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올해 2월 현대차가 PGA투어 제네시스 오픈(총상금 720만 달러)을 캘리포니아 리비에라 컨트리클럽에서 열었다. 이 대회는 ‘골프 지존’ 타이거 우즈(미국)가 출전하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1월에는 PGA투어를 중계하는 SBS골프가 하와이에서 챔피언들끼리 우승 경쟁을 벌이는 총상금 610만 달러의 SBS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를 주최했다. 영국에서 열리는 PGA투어 메이저 대회인 디 오픈 챔피언십에는 두산그룹이 매년 후원사로 참여한다.

 

‘무서운 신인’ 고진영(23·하이트)이 데뷔전에서 우승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는 한국 기업의 참여가 더 많다. 2018 시즌 LPGA투어 대회 총상금은 6875만 달러(약 751억원)다. 지난해보다 325만 달러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14개국에서 개최되는데 한국에서는 2개 대회가 열린다. 10월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총상금 200만 달러)이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리조트에서 우승자를 가린다. 이보다 앞서 국내 처음으로 10월4~7일 인천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에서 열리는 여자골프 국가대항전인 UL 인터내셔널 크라운(총상금 160만 달러)에서 선수들은 자국의 자존심을 걸고 한판 승부를 벌인다. 3회째를 맞는 이 대회는 2년마다 8개국 정상급 여자 선수들이 벌이는 국가대항전이다. 이전 대회는 모두 미국에서 열렸다. 한국 개최는 처음이다. 4월에는 JTBC골프가 휴겔과 함께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서 LA 오픈(총상금 150만 달러)을 연다. 5월에는 국내 국산 볼 제조업체인 볼빅이 LPGA 볼빅 챔피언십(총상금 130만 달러)을 주최한다.

 

 

LPGA 한국 기업 참여 더 활발

 

CJ그룹은 LPGA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의 전신인 LPGA투어 CJ나인브릿지클래식을 국내 처음으로 2001년 유치했다. 다만, 2001년에는 미국 9·11 테러로 한 해 연기돼 2002년 제주 클럽나인브릿지에서 열렸다. 4년간 개최하며 국내 선수들을 미국으로 진출시키는 교두보 역할을 톡톡히 했다.

 

LPGA투어는 ‘LPGA 인터내셔널 부산’을 오픈했다. LPGA투어는 3월7일 부산광역시청 대회의실에서 서병수 부산시장, 구영소 아시아드 컨트리클럽 대표이사, 마이크 완 LPGA 회장, 존 포다니 LPGA 부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LPGA 대회의 부산시 유치 및 LPGA 인터내셔널 부산 조인식을 가졌다. 이에 따라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아시아드CC는 리노베이션을 거쳐 내년 여름에 ‘LPGA 인터내셔널 부산’으로 재탄생한다. 이 코스는 진정한 챔피언십 대회를 치를 수 있는 규모로 재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는 코스의 난이도, 조경, 갤러리의 이동을 고려한 코스 외에도 각종 편의 시설과 연습장이 포함된다. LPGA 인터내셔널은 LPGA투어 고유의 브랜드 골프코스로, 미국 플로리다주 데이토나비치 LPGA투어 본부 옆에 위치하고 있다. 36홀 규모로 존스 코스와 힐스 2개의 코스로 구성돼 있으며 LPGA투어 ‘큐(Q)스쿨’ 최종전 개최지다.

 

국내에서 열리는 PGA투어와 LPGA투어는 대회 개최 이상의 의미가 있다. 한국 선수들에게는 미국으로 직행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우승하면 바로 PGA투어나 LPGA투어에 합류할 수 있다. 남자 선수는 2부 투어인 웹닷컴투어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무혈입성’을 하는 셈이다. 고진영도 지난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큐(Q)스쿨을 거치지 않고 직행했다. 또 대회를 통해 외국 선수들에게 우리 역사와 전통, 그리고 문화를 알리는 첨병 역할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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