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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28년 전, 호킹과 시사저널의 특별한 인연

1990년 본지 초청으로 첫 방한한 스티븐 호킹… “한국서 많은 곳 둘러보겠단 의욕 강했다”

공성윤 기자 ㅣ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8.03.15(Thu) 18: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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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호킹’이란 이름이 국내 언론 전면에 등장한 건 1990년 9월이다. 당시 49세였던 호킹 박사는 몸을 가누기도 힘든 상태였다. 중요한 학회에 1년에 한두 번 가는 경우를 빼곤 외부 활동을 거의 안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호킹 박사는 처음으로 우리나라를 찾았다. 그 뒤엔 시사저널의 끈질긴 노력이 있었다. 

 

호킹 박사가 시사저널과 인연을 맺은 건 방한 두 달 전인 1990년 7월이었다. 당시 그는 시사저널에 기고문을 보내왔다. ‘과학에 대한 대중의 태도(Pubic Attitudes to Science)’란 제목의 칼럼이다. 한글로 번역한 글의 분량은 A4용지 2장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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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시사저널과 인연 맺은 호킹, 그해 9월 첫 방한

 

칼럼은 무려 3개월에 걸쳐 쓰여진 것으로 전해졌다. 키보드를 두드리기 위해 손가락을 까닥거리는 것조차 호킹 박사에겐 힘들기 때문이다. 과학 교육의 방법에 관한 이 칼럼은 28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 교육계에 울림을 준다. 다음은 그 내용 중 일부다.   

 

“과학적 바탕을 대중에게 제공하자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분명한 것은 학교에서 과학을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학교에서의 과학 교육은 무미건조하고 재미없는 방법으로 진행되는 것이 보통이다. 어린이들은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암기와 같은 기계적 방식으로 과학을 배운다. 자기들이 사는 세계와 연관해서 과학을 보고 배우지 못한다.”​​

 

당시 호킹 박사와 같이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던 홍가이 교수는 “박사가 어렵게 쓴 글을 통해 시사저널 독자에게 굉장한 애정을 표시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후 시사저널은 창간 1주년을 앞두고 호킹 박사에게 한 달 동안 다각도로 접촉했다. 그 끝에 1990년 9월8일부터 11일까지 방한하겠다는 답을 얻었다. 

 

호킹 박사는 3박4일 동안 국내에 머물며 두 차례 특별강연을 했다. 첫 번째 강연은 9월10일 오전 서울대에서, 두 번째는 이날 오후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렸다. 호킹 박사의 강연을 듣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총 6000여명. 강연 초대권은 발급 이틀 만에 모두 동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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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킹의 두 차례 국내 강연에 청중 6000여명 몰려들어

 

이때 통역을 맡았던 소광섭 서울대 물리교육과 교수는 음성합성기로 나오는 호킹 박사의 목소리를 청중에게 전했다. 호킹 박사는 강연에 앞서 “음성합성기는 사람과 거의 흡사한 목소리를 내게 해주지만, 그 액센트가 미국인이나 아일랜드인처럼 들려 고민이다”란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다음은 호킹 박사의 신라호텔 강연 ‘블랙홀과 아기우주’의 내용 일부다. 

 

“다양한 공상과학 소설들은 블랙홀에 빠져 실종되는 우주선을 다룬다. 이러한 소설의 한 가지 공통점은, 우주선이 블랙홀에 빠져들었다가 우주의 다른 지역에 도달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공상은 확실히 우주여행의 가능성을 높여준다.”

"그러나 이런 여행은 시나리오에 불과하다. 실제론 불가능하다. 블랙홀에 뛰어들기만 하면 인체는 콩가루처럼 산산조각나기 때문이다. 그 대신 몸을 구성하고 있는 여러 입자들이 다른 우주로 옮겨지게 된다. 여러분의 몸이 블랙홀에서 스파게티가 될지언정, 몸의 입자가 다른 우주에 살아남는다는 사실에 대해 위안을 받을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내 얘기가 언뜻 가볍고 흥미에 치우친 듯하겠지만, 이야말로 진지한 과학적 계산에 바탕을 둔 것이다.”​

 

미국 코네티컷 주립대학 물리학과 교수 크리스틴 라르센은 저서 <스티븐 호킹 전기(2005)>에서 호킹 박사의 한국 강연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아인슈타인 이후로 수많은 사람들을 끌어 모은 이론 물리학자는 호킹 박사가 처음”이라고 했다. 

 

호킹 박사는 방한 전에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한 적이 있다. 여기에 따르면, 호킹 박사는 의외로 수다쟁이라고 한다. 음성합성기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연구실 문 밖에서도 크게 들릴 정도다. 학생들과 왁자지껄 어울릴 때도 많다. 그의 여동생 필리파는 시사저널에 “오빠는 동생을 잘 보살펴주는 자상한 사람”이라며 “워낙 호기심이 강해 한국 방문 때도 많은 곳을 둘러보겠다는 의욕이 강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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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뒤 다시 방한한 호킹, “죽음 직면하자 놀랄 만큼 집중하게 됐다”

 

2000년 8월, 호킹 박사는 다시 한국을 찾았다. 서울대와 고등과학원이 주최한 세계 우주과학학술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당시 김대중 대통령을 만나 반가움을 표했다. 김 전 대통령은 1993년 영국에 머무는 동안 호킹 박사와 친분을 쌓은 적이 있다. 호킹 박사는 청와대 직원들 앞에서 ‘호두껍데기 속 우주’란 제목으로 강연을 했다. 

 

“루게릭병 진단을 받기 전까지 내 삶은 지루했다. 하지만 때 이른 죽음을 직면하자 놀라울 만큼 정신을 집중하게 됐다. 삶이란 좋은 것이고, 하고 싶은 일도 많다는 걸 깨달았다. 내 병은 사람들의 예상보다 훨씬 천천히 악화됐다. 다행히 내 최고의 관심사인 우주의 원리를 이해하려는 노력엔 별로 방해되지 않았다.” 

 

햄릿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나는 호두껍데기 속에 갇혀서도 나 자신을 무한한 왕국의 왕으로 여길 수 있다네.” 이는 호킹 박사가 공감을 나타낸 문장이기도 하다. 

 

혹자는 호킹 박사의 깊은 사유를 두고 다음과 같은 말도 남겼다. “그의 영혼은 병마의 몸이란 옷을 벗어나 우주를 여행한 다음, 다시 몸으로 되돌아온다.” 호킹 박사는 3월14일 이승에서 영원히 눈을 감았다. 하지만 영혼은 지금도 우주를 여행하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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