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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세균 국회의장, 포스코건설 송도사옥 매각 개입 의혹

정세균 국회의장 녹취파일 단독 입수… 포스코 측에 ‘더 높은 가격 받고 팔 수 있는 방법 연구해 봐라’ 요구

조해수·유지만·조유빈 기자 ㅣ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8.03.19(Mon) 10:30:00 | 14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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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송도사옥 매각을 놓고 자유한국당 서청원·이우현 의원이 뇌물을 받고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정세균 국회의장이 개입한 정황이 추가로 드러났다. 포스코 송도사옥 지분을 보유한 사업가 박아무개씨는 2014~15년 높은 가격으로 사옥을 매각하기 위해 정 의장·서 의원·이 의원 등에게 청탁해 포스코를 압박했다. 박씨는 이 과정을 모두 녹음했는데, 시사저널이 입수한 다수의 녹취파일에는 정 의장·서 의원·이 의원은 물론 황태현 당시 포스코건설 사장(현 경기평택항만공사 사장) 등 포스코 고위 임원의 육성이 담겨 있다.

 

녹취파일에 따르면, 박씨는 일부 정치인들에게 억대의 뇌물을 건넸고 청탁을 받은 정치인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포스코에 압력을 행사했다. 압력을 받은 당사자인 황태현 당시 포스코건설 사장은 3월14일 시사저널 기자와 만나 “여야 가릴 것 없이 압력이 들어왔다.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였다”고 밝혔다. 사실상 공기업으로 ‘주인 없는 기업’인 포스코는 정치권력의 노리개에 불과했다.(1월22일자 1475호 ‘[단독] “서청원 의원, 포스코 회장 만나 이권 청탁”’ 기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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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불 조건이 좋은 내용으로 감안해 달라”

 

정 의장은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하루 전인 2014년 6월3일 박씨와 통화했다. 정 의장은 6.4 지방선거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의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녹취파일에 따르면, 정 의장은 박씨에게 송도사옥 매각과 관련한 포스코 측의 의향·매각 일정 등을 상세히 알려줬다. 또한 정 의장은 포스코 측에 ‘더 높은 가격을 받고 팔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라’고 요구했다. 박씨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정 의장에게 ‘포스코 측이 생각하는 조건을 미리 알려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정 의장: (포스코 측이 송도사옥 매각을) 처음 그냥 초벌, 초벌 검토한 결과는 “국내에 마땅한 업체가 없는 것 같다”(라고 했다.)

 

박씨: 네.

 

정 의장: 그런 반응이에요. 그래서 (포스코 측이 송도사옥 매각을) “이번 주에 검토를 해서 아마 결정을 다음 주 초쯤 하게 될 것 같다”(라고 했다.)

 

박씨 : 네네네.

 

정 의장: 그래서 이제 우리 얘기를 하면서 “지불 조건이 좋은 내용으로 비딩(bidding·입찰)을 했다고 하니 잘 좀 감안을 해 줬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박씨: 하하. 예 감사합니다, 예.

 

정 의장: (포스코 측에 그렇게) 얘기를 한 상태인데 일단 처음 나온 반응은 그래요. 그래서 (내가) 거기(포스코 측)에 “이제 지금 좀 더 좀 더 체크를 해 봐라. 그래서 길이 없겠는지 연구를 해 봐라”(라고) 얘기를 해 놓은 상태예요.

 

박씨: 아이고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지금 어떻게 선거 판세는 좀 좋습니까. 대표님 고생하시는데 결과가 좋아야죠.

 

정 의장: 글쎄 말이에요. 예... 그래서 (포스코 측이) 오늘 내일 결정하는 상황은 아니고, 지금 심층적으로 검토를 한답니다. 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박씨: 그러면은 그쪽에서 역으로 지금 우리한테 인포메이션을 좀 주면서 “어떤 조건이 좋겠다”(라고) 이렇게 얘기 한번 해 주시면 너무 고맙겠습니다.

 

정 의장: 글쎄 말이죠. 한번 다시 그런 걸 어떻게 해 보든지 (포스코 측의) 얘기를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박씨: 예 감사합니다, 대표님. 하여튼 오늘 마지막 남은 시간 좀 힘드셔도 파이팅 한번 하십시오.

 

정 의장: 예예 그러겠습니다.

 

19대 국회(2012~16년) 당시 정 의장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으로, 포스코와 아무런 연관이 없었다. 또한 포스코는 2000년에 이미 민영화됐다. 그러나 포스코는 국민연금공단이 최대주주인 데다 과점주주(발행주식의 과반수를 소유하고 기업경영을 지배하는 주주)가 없는 상황이다. 즉, 포스코는 책임경영을 할 수 있는 명확한 주인이 없는 셈이다. 이를 틈타 정치권력이 포스코의 인사와 핵심 사업에 관여하는 등 외풍(外風)으로 인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포스코 송도사옥도 예외는 아니었다. 송도사옥은 건설비용만 3600억원이 투입됐는데, 2007년 착공 당시부터 정치권과의 유착설이 제기됐다. 포스코건설은 1000억여원을 수의계약으로 진행했는데, 이 중에서 서희건설과 370억원의 계약을 맺었다. 서희건설은 송도사옥 착공 당시인 이명박(MB) 정부 시절 대표적인 MB 수혜 기업으로 꼽혔던 곳이다. 이런 와중에 송도사옥 매각에도 정치권이 개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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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의장은 박씨의 지역구 국회의원”

 

정 의장이 송도사옥 매각에 개입한 정황은 녹취파일 곳곳에서 포착된다. 박씨는 송도사옥 매각과 관련해 조아무개씨의 힘을 빌렸다. 녹취파일에 따르면, 조씨는 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 박씨의 자금으로 이우현 당시 새누리당 경기도당 공천관리 심사위원에게 억대의 공천헌금을 제공한 인물이다.(1월8일자 ‘[단독] “이우현, 서청원 내세워 용인시장 공천헌금 받았다”’ 기사 참조) 

다음은 박씨와 조씨의 대화 녹취파일 중 일부다. 

 

조씨: 박 회장님은 나를 너무 우습게 보시는 것 같아. 박 회장님이 나한테 안 청장(안원구 전 대구지방국세청장) 얘기하고 나서 정세균 대표, 이수담 (전) 의원, 이우현 의원 계속 만났잖아요.

 

박씨: 못 믿는 게 아니고 조 박사(조씨)가 외국에 나가는 바람에 일이 이렇게 꼬인 거야.

 

조씨: 아니 그 전부터 정세균이 만나서 막 그랬잖아요.

 

박씨: 정세균이는 조 박사한테 얘기하기 전에 만난 거고.

 

조씨는 포스코 측과 접촉하기 위해 친척 관계인 안원구 전 대구지방국세청장을 박씨에게 소개해 줬다. 안 전 청장은 박씨의 부탁을 받고 포스코 측과 송도사옥 매각을 실질적으로 조율했다. 안 전 청장은 기자와 만나 “조씨의 소개로 박씨를 만났다. 박씨가 나에게도 정세균 의장을 거론했다”면서 “포스코 측과 송도사옥 매각을 한 달 정도 논의하다가 정치권이 개입한 것을 알고부터는 (나는) 빠졌다. 박씨가 ‘정 의장을 잘 알고 있다’는 식으로 말한 것을 기억한다. 그러나 정 의장과 박씨가 어떻게 연결됐는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황태현 당시 포스코건설 사장은 “박씨가 정 의원(정세균 의장)의 지역구(서울 종로구) 주민이다. 지역구 유지(有志)로서 정 의원과 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정세균·서청원·이우현 의원 등) 여러 정치인들이 압력을 행사했다. 스트레스가 너무 심했고 나중에는 생명의 위협을 느껴, 당시 (포스코건설) 보안과장에게 경호 수위를 높여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정치권의 압력을 거부하면서 사장직을 걸어야만 했다. 민영화된 포스코에 정치권력이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황 전 사장은 정치권의 압박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다음은 황태현 당시 사장과 박씨의 통화 녹취파일 중 일부다. 

 

박씨: 오해는 안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다른 일 때문에 밥 먹을 때, 꼭 먼저 물어보십니다. 그래서 “힘이 들어서 못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했더니 본인들이 한번 나서겠다고 (하더라). 그렇게 알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정치인들에게 제가 부탁을 먼저 하지는 않았습니다.

 

황태현 당시 사장: 결론적으로 그렇게 된 거 아닙니까. 여러 곳에서 (압박이 오니까) 전 죽겠어요, 정말. 이해를 해 주세요. 제가 정말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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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정세균 국회의장은 김영수 대변인을 통해 “사업가 박씨와는 같은 교회에 다니면서 알게 된 사이”라면서 “(그러나) 포스코 송도사옥 매각 과정에 있어서 어떠한 개입이나 불법적인 청탁을 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박씨는 포스코를 압박하기 위해 정 의장 외에도 이우현 의원을 동원했다. 이 의원을 개입시킨 이유는 박근혜 정부 당시 친박 좌장이었던 서청원 의원을 끌어들이기 위해서였다. 박씨와 조씨의 통화 녹취 내용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조씨: 서 대표(서청원 의원)실에 보좌관이 하나 있어요, ○○○이라고. ○ 보좌관하고 이우현하고 양쪽에서 서 대표한테 보고가 들어가면, 서 대표가 움직인다니까요. 서 대표 쿼트(quote, 인용)를 따려고 이우현이를 넣은 거지. 이우현이가 황 사장(황태현 당시 사장)한테 가서 뭔 얘기를 하겠어. 서 대표 쿼트를 따가지고 ‘서 대표가 이렇게 하랍니다’ 하면 (황태현 당시 사장이) 움직일 수밖에 없는 거죠. 오야붕은 한마디만 해 주면, 그 쿼트를 받아가지고 일처리를 하는 거죠.

 

녹취록에 따르면, 서 의원은 권오준 포스코 회장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이 의원: 지금 막 식사하고 1시 반에 헤어져 가지고, 대표님(서청원 의원)하고 같이 셋이서. 대표님이 뼈 있게 한마디 하시고, 나머진 제가 나오면서 추가로 더 좀 했고요. 대표님이 또 ‘피해가 안 가고 억울하지 않게 잘 끝냈으면 좋겠다’는 걸 말씀했어요. (권오준 회장이) ‘명심하겠습니다’ 그러고 가셨으니까. 회장님(권 회장)이 ‘(박씨와) 한번 같이 만나서 의논하겠다’고 (말했다). ‘빠른 시일 안에 좀 해라’ 그랬더니 (권 회장이) ‘잘 알겠다’고 그랬어요. 앞으로 자기(권 회장)가 많은 부탁을 좀 드리겠다고 그러고 헤어졌어요. 

 

또한 이 의원은 포스코를 압박하기 위해 동료 의원을 비롯해 심지어 국정원을 동원했다고 얘기했다. 

 

이 의원: 제가 그날에 만나고, 겁 비슷하게 줄게요. 이 XX(황태현 당시 사장) 안 되면 쳐버리든지 …(다른 통화)… ○○○(19대 국회의원)이도 황 사장을 잘 알더라고요. 그래서 황 사장한테 ‘왜 그렇게까지 했냐, 국회의원이 여러 번 연락하고 만나고 그랬으면 성의껏 해 줘야지. 그런 식으로 해서 자꾸 이런 말 저런 말 주변에 들려서 권 회장님(권오준 회장)한테까지 영향이 가게 하면 되겠냐’(이렇게 얘기했다.) …(다른 통화)… 그쪽(포스코)을 옛날에 담당했던 데가 있어요, 국정원에서. 이 양반이 간부인데, 이 친구가 그쪽을 잘 알더라고요. 내 쪽 얘긴 전혀 안 하고 자기들이 파악한 정보, 이런 걸로 해서 ‘복잡한 거 있으면 빨리빨리 정리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이런 식으로 한번 간접적인 얘길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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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 대가로 국회의원에게 수십억원대 뇌물 건네

 

정치권력이 포스코에 압력을 행사한 것은 박씨가 제공한 ‘돈’ 때문이다. 녹취파일에는 박씨가 정치권력에 수십억원의 돈을 어떤 방식으로 전달했는지 상세히 담겨 있다. 녹취파일에 따르면, 박씨는 2014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당 대표 선거 당시 서청원 의원 측에 억대의 불법 선거자금을 전달했고, 이 의원 측에는 용인시장 공천헌금 등으로 20억원을 제공했다. 박씨는 이 대가로 포스코 송도사옥 매각뿐만 아니라 조카의 한국은행 취업알선, 50억원 상당의 빌딩 매매 특혜 등을 청탁했다. 다만, 정세균 국회의장이 개입한 이유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박씨와 정치권의 커넥션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박씨는 2008년 ‘부산자원 특혜 대출 사건’의 당사자다. 이 사건으로 박씨는 10개월가량 옥살이를 했지만, 결국 무죄 선고를 받았다. 이 사건에서 노무현 정권 실세들의 이름이 거론됐다. 녹취파일에 따르면, 박씨는 또 다른 정치인에게 이권 청탁을 하면서 이 사건을 거론했다. 

 

박씨: 내가 사실 노무현 정권 때문에 억울한 옥살이 10개월을 한 사람이에요. 그 정도로 제가 입이 무겁고, 노무현 정부, 하다 못해 비서관 출신 하나만 불면 풀어주겠다는데 제가 입을 꼭 다물고 1, 2, 3심 다 무죄로 받았습니다. 그 정도로 제가 입이 조금 무겁다면 무거운 사람입니다.  

 

포스코 송도사옥은 결국 2016년 부영주택에 매각됐다. 매각금액은 3000억원이다. 이는 포스코가 송도사옥을 위해 투자한 3600억원보다 무려 600억원을 덜 받은 것이다. 이를 두고 또 다른 정치인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포스코는 철강업체 세계 1위다. 그러나 정치권력이라는 외풍 앞에서는 한낱 촛불에 불과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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