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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장 사퇴’로 궁지에 몰린 하나금융

‘장하성 라인 견제’ ‘금융위·금감원 갈등’ 등 최흥식 금감원장 사퇴 놓고 뒷말 무성

송창섭 기자 ㅣ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8.03.21(Wed) 17:13:42 | 14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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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의 사퇴 소식이 알려진 3월12일 금감원 젊은 직원들은 여의도를 비롯한 서울 시내 곳곳에 모여 밤늦게까지 통음했다. 직원 A씨는 “사실 여부를 떠나 원장이 이렇게 날아가면 우리(금감원)의 숙원인 금융 감독 개편 작업은 물 건너간 거나 마찬가지”라고 걱정했다. 또 다른 직원 B씨는 “금융당국에 정면 도전한 KEB하나은행에 ‘본때를 보여주자’는 격앙된 의견도 있지만,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관치 프레임을 짤 저쪽(KEB하나은행) 전략에 말릴 수 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하자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현재 금감원은 최 전 원장 사임 직후 정예인력 위주로 특별검사단을 꾸려 KEB하나은행에 대한 특별감사에 나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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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일각 “최흥식 인사 추천자 책임져야”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태를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한다. 최 전 원장은 금감원이 생긴 이래 최초의 민간 출신 수장이었다. 때문에 금융 감독이라는 금감원의 위상을 높이는 데 적극적이었다. 이 과정에서 금융위 등 관료 조직과 적잖은 마찰을 빚었다.

 

특히 감독 체계 개편과 관련해 최 전 원장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정책과 감독을 분리해야 한다”는 소신을 피력해 논란을 빚었다. 그동안 청와대 등 정치권에선 금융위가 갖고 있는 정책과 감독 업무를 나눠 정책은 기획재정부, 감독은 금감원으로 일원화하는 작업을 추진해 왔다. 이렇게 되면 금융위의 역할은 사라진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정감사 등 여러 회의에서 차관급인 최흥식 전 원장이 장관급인 최종구 위원장보다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 소신 발언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나이로 볼 때 최 전 원장은 1952년생으로 1957년생인 최종구 위원장보다 다섯 살 많다.

 

더군다나 두 사람의 지금까지 이력은 확연히 다르다. 최 전 원장은 경기고,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와 프랑스 파리9대학 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위를 받고 온 뒤에는 한국조세연구원과 한국금융연구원에서 선임연구위원과 연구원장으로 활동했다. 기업으로 온 것은 2010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을 맡으면서다. 이후 2012년부터 2년간 하나금융그룹 사장을 지냈다.

 

반면, 최종구 위원장은 강릉고와 고려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뒤 행시 25회로 공직 생활을 시작해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 금감원 수석부원장, 한국수출입은행장 등을 지냈다. 금감원을 나온 뒤 SGI서울보증 대표로 가기 전까지는 관료조직에서만 생활했다.

 

역대 금감원장은 기재부 등의 관료 출신 인사들이 도맡아 왔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당초 관료 출신들이 하마평에 올랐지만, 예상을 뒤엎고 민간 출신인 최 전 원장이 낙점됐다. 때문에 최 전 원장 인사를 놓고 취임 초기부터 뒷말이 무성했다.

 

하지만 조직 내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조사업무를 담당하는 한 금감원 직원은 “민간 출신에 대한 직원들의 기대가 컸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최 전 원장이 금감원장 자리에 앉은 건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천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게 정설이다. 이 때문에 장하성 실장은 정권 초기, 자기 사람을 요직에 앉히는 등 인사에 개입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왔다.

 

최 전 원장이 사퇴하면서 이는 장하성 실장에게 부메랑이 되고 있다. 당장 여권 내에서는 장하성 실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한 여권 소식통은 “채용 비리는 이 정부가 줄기차게 외쳐온 적폐청산의 핵심 의제인데, 금융당국 2인자가 연루됐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인사검증 시스템을 비롯해 최 전 원장을 천거한 측도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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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김정태 연임은 23일 주총에 결정될 듯”

 

최 전 원장의 채용 비리 의혹은 한 매체의 보도로 제기됐다. 논란이 일자 청와대는 나흘 만에 최 전 원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의혹만 제기됐으며 당시 관행으로 볼 때 충분히 있을 수 있었던 일이라는 동정론도 일었지만 청와대 대응은 전격적이었다.

 

관심은 최 전 원장의 비위 사실을 누가 제기했느냐다. 금융권에선 지난해 말부터 회장 3연임을 놓고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과 금융당국 간 갈등을 빚어온 것부터 짚어봐야 한다고 말한다. 금융권 일각에선  후임자를 키우지 않은 우리 금융권의 인사 시스템을 주목한다. 장기 집권을 목표로 조직 내 2인자를 키우지 않는 ‘제초제(除草劑) 인사 시스템’을 금융당국이 문제 삼자 양측 간 갈등이 고조됐다는 것이다. 김정태 회장은 하나은행장 4년을 거쳐 6년간 하나금융그룹 회장을 지냈다. 지난해 탄핵정국에서는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인 최순실씨 측과 여러 가지로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최 전 원장은 친정인 하나금융그룹 공격의 최전방에 섰다. 그러다 보니 금융권에선 이번 채용 비리 의혹의 문제 제기 당사자로 KEB하나은행을 주목한다.

 

또 하나의 추론은 하나금융그룹 내 역학구도다. 김 회장은 지난해 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직 임원들이 근거 없는 음해성 소문을 낸다고 들었다”며 “조직 발전에서 보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금융권에선 김 회장이 언급한 전직 임원들을 김승유 전 회장의 계파로 본다. 더군다나 최 전 원장은 김승유 회장의 추천으로 하나금융그룹에 입사했다. 여기에 김승유 전 회장과 장하성 실장은 고교, 대학 동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 회장 입장에서는 김승유 전 회장과 최 전 원장 그리고 최 전 원장을 천거한 장하성 정책실장을 한데 묶어 견제하기 위해 그런 발언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채용 비리 건도 마찬가지다. 하나금융 노조 핵심 관계자는 “올 초 은행 고위 임원으로부터 ‘채용 비리에 있어 최흥식 원장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똑똑히 들었다”고 말했다. 사실이라면, 경영진이 관련 자료를 이미 갖고  있는 상태에서 타이밍만 지켜봤다는 뜻이다. 3월23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3연임을 확정지으려던 김정태 회장은 최 전 원장 의혹이 터져 나온 데 대해 매우 곤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당장 노조는 3월14일 “김정태 회장의 조카는 하나은행, 친동생은 관계사인 두레시닝 부산사업소에 입사해 근무 중”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KEB하나은행은 “두 사람 모두 공식적인 채용 과정을 거쳤으며 그 과정에서 추천이나 특혜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최 전 원장이 물러난 이상 하나금융그룹 쪽도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다. 당장 국내 민간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는 3월15일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3연임 안건에 대해 부당한 영향력 행사 의혹을 이유로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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