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계 대표성 의심받는 부산상의, 회비 납부 실태
  • 부산 = 박동욱 기자 (sisa510@sisajournal.com)
  • 승인 2018.03.19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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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집행부 출범 맞아 전직 회장단 회비 납부 실태 조사해봤더니...

부산 경제계를 대표하는 부산상공회의소가 회비를 제대로 거두지 못해 속앓이를 하고 있다. 회원사의 회비 체납은 대부분의 지방 상의들이 겪고 있는 공통된 사안이지만, 부산상의의 경우 선거철 투표권 매수 행위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회장 입후보자들이 선거 과정에서 회비를 대납해주고 상공의원직에 자기 사람을 채워넣는 일이 반복되면서 부산상의 스스로 지역 경제계를 대표하는 상징성과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제23대 회장으로 3월19일 3년 임기를 시작하는 허용도 회장은 이와 관련해 "상공회의소의 재정을 튼튼히 하고 지역 사회에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상의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지역의 큰 건설사의 참여를 유도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현 가능성은 의문이다. 이번 집행부는 2파전으로 벌어진 회장 후보끼리 예비 경선에서 얻은 지지율에 따라 자기 사람으로 채우는 '지분 배분'이 공식처럼 적용되면서, 이에 실망한 뜻있는 회원사들의 반발로 확장력은 크게 제한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법정단체인 부산상공회의소가 지역 경제계를 대표하면서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이너 서클'이라고 할 수 있는 회장단부터 회비 납부에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상식에 바탕을 두고, 새로운 집행부 출범에 앞서 전임 제22대 회장단의 회비 납부 실태를 속속들이 들여다봤다.

 

부산상공회의소 전경. ⓒ 박동욱 기자
 

 

부회장 절반 가량 회비 1000만원 이하…조성제 회장은 1000만원선 불과    

 

부산상의의 핵심 '이너 서클'은 신임 회장을 비롯해 명예회장 1명, 고문 1명, 감사 3명, 상근 부회장 1명, 부회장 18명 등 모두 25명으로 구성된다. 특정 단체의 대표자로 구성되는 특별 의원 20명을 제외하고 지역 업체 대표인 일반 의원 100명 중 4분의 1을 차지한다. 

 

부산상의 전체 회원사는 5000여개다. 회원사는 연매출 100억원 이상인 당연 회원과 그 이하 기업인 임의 회원으로 나뉜다. 이들 회원사 가운데 회비를 매년 제대로 내는 기업은 800여 곳에 불과하다. 그런데 새로운 회장을 뽑는 선거가 열리는 직전 연도에는 3000곳까지 급격히 불어난다. 후보들이 임의 회원 가입비 50만원씩을 대납하며 기업가들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는 양상이 벌어지는 결과물이다.  

 

지난해에도 이런 양상은 재현됐다. 2016년도 기준으로 800여개에 불과하던 회비 납부 회원사는 선거권 여부가 결정되는 2017년말 2800여개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부산상공회의소 연간 회비는 2016년 55억여원에서 63억원을 넘어섰다. 2000개에 달하는 임의 회원사의 가입비 50만원씩이 차곡차곡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들 임의 회원사들은 부산경제를 구호가 아닌 실천력으로 돋울 수 있는 회장 입후보자에 한표 보태기 위한 충정으로 가입 회비 50만원을 내고, 투표권 1표를 손에 쥐어야 정상적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치열한 회장 선거 과정에서 후보들은 세(勢)를 과시하듯 지난해 연말 급증한 수만큼이나 자기 표를 확보했다고 주변에 자랑하고 다닌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그러면 '철새'형 임의 회원들의 회비와는 별도로 전임 회장 및 부회장 등 회장단이 낸 회비는 얼마나 될까. 이들 회원사의 회비는 매출세액의 0.25%를 산출 한 뒤 누진체감 원칙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에 다소 복잡하다. 매출세액으로 산출된 금액에서 1000만원 이하 100%, 2000만원 이하 80%, 3000만원 이하 75%, 4000만원이하 70%, 5000만원 이하 65%, 6000만원 이하 60%, 6000만원 이상 1억원 이하 30%로 조정된다. 여기서 다시 납기 안에 내면 20% 할인된다. 

 

이런 여러 규정을 감안해 지난 2016년 부산상의 회장단 회비를 산출해 봤다. 상한치인 8000만원을 초과해 납부한 업체는 대한제강(오형근 상의 부회장)과 세운철강(신정택 상의 명예회장) 2곳 뿐이다. 이들 기업 이외 3000~5000만원을 낸 기업은 태웅(허용도 부회장(현 회장)), 태광(윤성덕 부회장) 등 3개사다. 1000~3000만원은 7개사, 500~1000만원은 6개사, 300~500만원은 1개사, 100~300만원 1개사, 100만원 미만 5개사 등이다.

 

 

연매출 2조8000억 한진重 등 대기업은 회비 한푼도 안내

 

주목을 끄는 것은 회장단 가운데 기본 회비라고 할 수 있는 50만원 밖에 내지 않은 기업이다. 22대 부회장단 기업인 디에스이(허인구 대표)·한일냉장(오종수 대표)·​대원플러스건설(최상섭 대표) 등 3개사, 감사 기업인 동진기공(강동석 대표)·​영광도서(김윤환 대표) 등 2개사는 매출액 100억원 미만으로 기본 회비인 50만원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이 밖에 22대 회장인 조성제 비아이피 회장은 1000여만원을, 고문인 송규정 윈스틸 회장은 500만원 이하의 매출에 의한 회비를 부산상의에 냈다.

 

부산상의의 더 큰 문제는 부산경제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대표적 대형 기업이 대거 상의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연매출 2조8000억원에 달하는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회비 상한치 8000만원을 납부해야 하지만 2016년부터 한푼도 내지 않았다. 동원개발·​경동건설·​IS동서·​삼미건설 등 지역의 대표적 건설회사와 탑마트로 유명한 서원유통 또한 '나몰라라'식이다. 르노삼성차나 신세계백화점 센텀점은 회비를 정상 납부하지만 상임의원으로 가입하지 않고 상의와 담을 쌓고 있다.

 

이와 관련, 부산상의 현직 상공의원은 "직전 제22대의 경우 5개 임의 회원사가 부회장단에 포함돼 있고, 자본과 매출이 5000억원 이상 모두 충족하는 회사는 전무하다는 점에서 부산상의가 지역 경제계를 진정으로 대표할 수 있느냐에 대한 회의감이 상의 내부에 자리잡고 있다"며 "결국 회장이 상의를 이권 챙기기 연장 선상에서 자기 사람 챙기기로 일관한다면 부산상의는 일개의 친목단체로 전락할 뿐"이라고 개탄했다. ​

 

한편 부산상의는 3월16일 제23대 의원 임시총회를 열어 만장일치로 허용도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허 회장의 임기는 3월19일부터 3년간이다. 허 회장은 2파전으로 맞붙던 장인화 동일제강 회장과 지난 1월 예비 경선을 벌여 57대 43 지지율로 회장에 추대됐다. 이 과정에서 두 후보는 이같은 지지 비율대로 상공의원 및 집행부 구성때 추천 권한을 갖기로 약속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공의원 줄세우기'라는 비난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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