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인사’ 꼬리표 못떼는 주택관리공단 '감사' 자리
  • 경남 = 박종운·이상욱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18.03.23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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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혁 신임 상임감사, 주택관리 이력 없는 전형적인 정치인

주택관리공단 상임감사에 정권 철학에 맞춘 정치인이 취임해 낙하산 논란이 일고 있다. 신임 상임감사는 문재인 정부가 공공기관장에 전문성 없는 정치인들을 대거 낙점해 비판받고 있는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 중 한명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3월21일 주택관리공단 신임 감사에 박재혁(58) 전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부설 단디정책연구소 소장이 취임했다. 공기업 감사는 주무 부처 장관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3월21일 열린 주택관리공단 대표이사 및 상임감사 취임식. 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가 박재혁 신임 상임감사. ⓒ 주택관리공단 제공


주택관리공단 감사직, 대선 캠프 출신 ‘전리품’ 전락 지적

 

경남 진주에 본사를 둔 주택관리공단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건설한 임대아파트에 대한 관리업무 위탁을 목적으로 설립된 공공기관으로, 공단의 감사는 임직원들이 28만2000여 호에 달하는 주택의 관리비 수납과 임대차 계약을 공정하게 처리하고 있는지 감시해야 한다. 전문건설공사와 공동주택 법정점검용역 수주 등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도 지켜봐야 한다. 

 

신임 박재혁 감사는 1987년 경남대학교 총학생회장 출신의 전형적인 386학생운동 세대다. 전대협 1기 경남지역학생대표자협의회 의장, 민주주의민족통일 경남연합 집행위원장, 새천년민주당(더불어민주당 전신) 마산회원지구당 위원장을 거쳐 단디정책연구소 소장을 지냈다. 박 감사는 주택관리 분야와 관련이 없는 전형적인 정치인 출신이다. 이력만으로는 주택관리공단 상임감사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 공단 안팎의 견해다. 

 

이 때문에 박 감사가 대선 공신으로 임명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가 지난해 대선에서 문 대통령 선거 운동 핵심인 민주당 경남 국민주권선대위 공동선대본부장으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주택관리공단 상임감사는 여태까지 대선 캠프에 몸담았거나 정권과 정치적 인연을 맺은 인사들이 꿰차면서 전형적인 ‘낙하산’ 자리로 여겨졌다. 박근혜 대선 캠프에 참여했던 뉴라이트 전국연합 중앙지도위원장 출신의 이종완 감사와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 경남도당부위원장을 지낸 김권수 감사 등이 대표적이다. 

 

공공기관 감사는 ‘신이 숨겨둔 자리’ 또는 ‘신이 쓰고 싶은 감투’로 통한다. 최고경영자(CEO)에 비해 책임은 적게 지는 반면 조직 2인자로 1억원이 넘는 연봉을 챙기면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낙하산의 꽃’으로 불리는 이유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도 주택관리공단 감사 자리가 ‘전리품’으로 전락하자 본연의 견제, 감시 기능은 뒷전이란 뒷말이 나왔다. 역대 정권이 대선 공신들을 챙겨주려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경남지역 한 대학교수는 “‘공기업 감사’ 자리는 전리품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정권과 공무원들이 낙하산 폐단을 개혁하지 않는다”며 “만약 경영부실로 이어진다면 그 부담은 국민들만 떠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 ‘낙하산 기관장’은 어느 정도 용일될 수 있다”며 “반면 견제와 감시를 해야 할 감사 자리까지 기관장과 ‘한 몸’이 되는 건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 논란에 박 감사는 시사저널과 통화에서 “과거 정치와 시민사회활동을 통해 올바른 사회를 만들려고 노력했다”며 “영역에 차이가 있을지라도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경영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살펴볼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12월22일 기자간담회에서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며 낙하산 인사 근절을 예고한 바 있다. 김 장관의 이런 다짐에도 정권 철학에 맞춘 ‘코드 감사’는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 3월 9일 한국관광공사 자회사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 감사로 임명된 임찬규 씨는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에서 행정관을 지냈다. 같은 날 임명된 허정도 LH(한국토지주택공사) 감사 또한 문재인 캠프 미디어 특보단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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