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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 가려져 존재감 없이 무기력한 집권여당

여당 내 지방선거 후보 간 갈등 심화…세력 간 권력 다툼 분위기

이민우 기자 ㅣ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8.03.26(Mon) 08:00:00 | 14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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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불십년(權不十年)’. 아무리 강력한 권력도 10년 이상 가지 못한다는 말이 실감 나는 요즘이다. 한때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던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결국 구속 수감됐다. 반대로 현재 권력은 더욱 견고하다. 대통령의 권한 자체도 막강한데 국민 여론까지 우호적이다. 탄핵정국을 발판으로 청와대에 입성한 문재인 대통령은 10개월 넘도록 70% 안팎의 높은 국정수행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문 대통령의 활약과 야당의 자충수 등으로 50% 안팎의 지지율을 얻고 있다.

 

하지만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던가. 민주당 내부에선 이러다간 열흘 내 지는 꽃처럼 삽시간에 시들 수 있다는 불안감이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 민주당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돌발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안희정 사태로 대표되는 ‘미투(#MeToo)’ 운동의 상흔(傷痕)은 여당에 집중됐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경선이 곧 본선’이라는 말이 떠돌면서 내부 경선 과정에서 본선 못지않은 혈투가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여소야대(與小野大)의 구도 속에서 당내 지도력도, 야당과의 협상력도 발휘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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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간 ‘기호 1번’도 위험하다”

 

121석. 3월21일 현재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는 의석수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의석수가 116석인 점을 감안하면 여당 입장에선 상당히 위태롭다. 언제라도 다수당의 위치를 빼앗길 수 있는 처지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6·13 지방선거에서 ‘기호 1번’을 내줄 수 있는 상황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이 범야권 의원 3명을 영입할 것이란 소문까지 퍼지면서 상황은 더욱 긴박해졌다. 자유한국당이 자당 소속이었던 무소속 이정현 의원과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의 입당을 추진할 것이란 소문이다.

 

당의 절박한 상황과 달리 의원들의 움직임은 조금 다르다. 당내 경선만 통과하면 광역단체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호기(好機)를 놓칠 리 만무하다. 출마 의사를 내비친 의원이 10여 명에 이른다. 국회의원이 지방선거 최종 후보가 되면 5월14일까지 사퇴해야 하는데, 후보 등록 마감일인 5월25일 기준으로 원내 최다 의석 정당이 선거 기호 1번을 갖는다. 다급한 민주당은 현역 의원들의 출마 러시가 이어지면서 급기야 상한선까지 도입했다.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선거에 출마하는 현역 의원 수를 최대 3명으로 제한했다. 이춘석 민주당 사무총장은 3월6일 “6·13 지방선거에 현역 의원의 출마를 2명으로 제한할 것”이라며 “극히 예외적으로 1명 정도를 추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역 출마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이 와중에 민병두 민주당 의원이 사퇴 의사를 밝혔다. 성추행 폭로가 나오면서다. 아직 최종 결정은 나지 않았다. 사퇴처리를 위해선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당 지도부는 일단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란 생각이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논란이 불거진 직후 신속하게 제명 결정을 내린 모습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물론 당사자가 내용을 부인하고 있어 진위 여부를 밝히는 게 우선이라고 하지만 의석수를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가뜩이나 불안한 상황에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악재(惡材)들도 튀어나왔다. 검찰 내 성추행 폭로로 시작된 미투 운동은 문화·예술계를 거쳐 정치권으로 번지며 6·13 지방선거의 중대 변수로까지 떠올랐다. 폭로 대상이 주로 여권 인사라는 점은 심상치 않은 대목이다. 여성 정무비서 성폭행 의혹으로 도지사직을 사퇴한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서울시장 후보 출마 선언 직전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정봉주 전 의원, 성추행 의혹이 나오자 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힌 민병두 의원, 그리고 미투 운동과는 관련이 없지만 낙마한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 등도 모두 여권 인사다.

 

대표적인 게 안희정 파문이다. 권력형 성폭력 폭로의 불똥이 정치권으로 튈 것이라는 건 예견된 일이었다. 하지만 그 시발점이 집권여당의 차기 당권주자인 안 전 지사일 것으로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당 지지율은 잠시 소폭 하락했다가 남북관계가 해빙무드를 타며 다시 회복하면서 고비는 넘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언제든 핵폭탄급 돌발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장예찬 시사평론가는 “기본적으로 민주당 여권 인사들 위주로 미투가 터졌다고 해서 민주당 인사들의 성의식이 자유한국당에 비해 낮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지지자들이나 국민들의 그런 팬심을 마치 자신을 향한 절대적인 어떤 복종처럼 잘못 받아들이고 인식한 인기 정치인들이 실수를 하게 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치인들에 대한 팬덤 현상이 민주 진보진영에서 훨씬 더 두드러져 발생한 현상”이라는 분석이 팽배해지면서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견해다.

 


 

지방선거 경선 앞두고 이전투구식 싸움

 

연이어 터진 미투 사태의 이면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치권에선 해당 의혹의 실체와는 별개로 지방선거와 당내 역학구도가 결부된 음모론이나 공작설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권 내 음모론이 나오는 배경엔 지방선거를 두고 민주당 내 후보나 세력 간 이해관계가 엇갈린다는 점이 가장 크게 자리 잡고 있다.

 

정 전 의원은 한때 자신의 팬 카페 운영자였던 닉네임 ‘민국파’와 성추행 의혹을 두고 진실 공방을 벌였다. 민국파는 3월12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정 전 의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A씨가 사건 당일로 지목한 2011년 12월23일 사건 발생 장소라고 언급한 모 호텔에 정 전 의원을 직접 데려다줬다는 주장으로 정 전 의원에게 불리한 주장을 폈다. 과거 사이가 돈독했던 두 사람은 정 전 의원이 지난 2011년 ‘BBK 사건’ 관련 허위사실 유포 등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에 대한 카페 차원의 지지 문제로 사이가 틀어졌다. 당시 민국파는 카페 차원에서 문 후보에 대한 공식 지지를 선언했지만, 정 전 의원은 이에 반대한 것이다.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의 낙마 과정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연출됐다. 충남지사 출마를 위해 청와대에 사직서를 제출한 박 전 대변인은 충남지사 후보 1순위로 꼽혔다. 하지만 지방선거를 석 달 앞둔 상황에서 불륜 의혹이 제기됐다. 박 전 대변인의 전 부인과 민주당 공주시당협 사무국장을 지낸 당직자가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내용을 폭로했다. 이에 박 전 대변인은 “부정 청탁을 들어주지 않자 보복성 정치공작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민주당의 자진사퇴 권유에 무릎을 꿇었다. 박 전 대변인은 “더러운 의혹을 덮어쓴 채로 사퇴하는 것은 그것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므로 싸울 시간이 필요했다”고 설명한 뒤 “아무리 오염된 정치판에서도 옥석은 구분되어야 한다. 저 같은 희생자가 다시 없기를 바란다”는 말을 남기며 예비후보직에서 사퇴했다. 이를 놓고 정치권에선 당내 경쟁자인 양승조 의원의 배후설이 불거졌다. 양 의원은 “저를 지지하는 사람이 내용을 발설했다고 해서 공작으로 몰고 가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지만, 파문은 이미 커질 대로 커진 뒤였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을 놓고선 경선 룰을 둘러싼 잡음이 일고 있다. 3선에 도전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대항마인 박영선·우상호 의원은 ‘결선투표제’로 공동전선을 형성했다. 경기지사 후보 경선을 앞두고 후보 간 공방도 치열하다. 광주 지역에선 이용섭 전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측이 지난 1월 신년 인사 메시지를 발송하면서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이 일었고 일부 권리당원들이 이 부위원장을 경찰과 검찰에 고소·고발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6·1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와 관련해 조치를 취한 허위사실 공표 및 비방 건수는 700건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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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민주당은 내부적으로 경선 후보 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네거티브 선거전이 벌어질 경우 특단의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특히 전략공천 카드도 사용할 수 있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집권여당의 역할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당 안팎에서 나온다. 여소야대 정국이긴 하지만 여의도에서 대야(對野) 협상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여당이 보이지 않는다는 목소리다. 모든 이슈는 청와대가 주도하고 있고 여당은 이를 보조하는 역할에 국한돼 있다. 물론 아직 집권 1년이 채 되지 않은 정권 초기다. 당연히 여당보다는 청와대가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쥘 수밖에 없다는 점, 문 대통령의 지지율 고공 행진 등 현실적으로 여당이 입지를 갖기 어렵다는 점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개헌(改憲) 이슈다. 정국의 블랙홀이라 불릴 만큼 파급력이 큰 개헌 문제에서 모든 주도권은 청와대가 쥐고 있다. 청와대는 3월26일 개헌안 발의를 앞두고 개헌안 일부를 공개하면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야당이 총리 임명권을 국회로 가져오자고 하는 데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하면서 여당의 협상 여지를 더욱 좁히고 있다. 청와대와 야당의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면서 총리 인사권이 협상카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정치권의 전망과 점점 거리가 멀어지는 형국이다. 여당은 청와대의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총리 추천제는 대통령제라고 보기가 어렵다”며 “권한을 분산하고 국회의 정부 견제기능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야지, 정부 구성 자체를 섞어버리면 거기서 오는 혼란이 클 것”이라며 청와대의 주장에 발을 맞췄다.

 

물론 청와대가 발표한 개헌안은 국민적 여론을 등에 업고 있지만 방법론이 빠져 있다. 자유한국당이 개헌저지선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협상 여지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현재 청와대 주도의 개헌안에 대해 “개헌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해야 한다”며 “애초 개헌투표를 하자고 하면 우리 당은 본회의장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본회의장에)들어가는 사람은 제명 처리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범야권으로 분류되는 바른미래당의 김동철 원내대표는 “청와대와 민주당은 개헌을 추진하면서 야당의 협조를 얻기 위해 노력한 것이 무엇인가. 대선 때의 약속만을 거론하며 압박하고 밀어붙인 것 외에 야당을 한 번이라도 설득해 보았는가”라며 “여당은 청와대의 거수기와 행동대 역할을 하는 여당이기 전에, 행정부를 견제하는 입법부의 일원임을 망각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동안 아군으로 여겨졌던 정의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개헌이 성사되려면 원내 5당, 대통령이 합의하는 정치 과정이 필요하고 그 역할을 여당이 나서서 중심적으로 해야 한다”며 “개헌 문제는 여당이 운전석에 앉아서 대통령과 야당 사이를 오가면서 국회 개헌안을 성사시키는 역할을 책임 있게 협상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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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대표의 당 장악력에 의문 표시 많아져

 

야당뿐 아니라 민주당 내에서도 협상 당사자인 여당 지도부에 무게를 실어줘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개헌 논의를 당이 주도해야 한다는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반드시 개헌을 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는 알고 있지만 진짜 개헌을 위해서라면 야당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각론에 있어서 당내 의견도 통일시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도부가 협상력을 발휘할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의원도 “지금 지도부가 아무런 역할을 못하고, 청와대 눈치만 보는 것 같다”며 “여당이 목소리를 못 내고 청와대에 끌려 다닌다는 인상을 보여주면 야당도 여당을 상대로 협상하기보다는 청와대를 상대로 협상하려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간의 민주당 지도력에도 의문부호가 달렸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정권 출범 직후 연일 야권을 비판하면서 스스로 협상력을 줄여왔다. 야당에서 여당으로 바뀌었음에도 국정 주도권은커녕 국회 공전 사태를 자초했다. 지난해 8월에는 정당발전위원회를 둘러싸고 추 대표와 친문계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최근에도 추 대표는 대야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물론 대표가 공세를 취하고 원내대표가 협상력을 발휘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당 지도력 레임덕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도무지 지도부가 당을 어떻게 끌고 가고 있고, 개헌 등을 추진하기 위해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다”며 “청와대가 정국을 끌고 가도 여당으로서 할 일을 해야 할 게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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