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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당-정의당 원내교섭단체 구성, 정치 지형 급변

여야 ‘2대2’ 구도 형성…손 잡지도 못하고, 선 긋지도 못하고

이민우 기자 ㅣ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8.03.26(Mon) 09:00:00 | 14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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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이 3월20일 공동 원내교섭단체 구성과 관련한 실무 협상에 착수했다. 양당이 교섭단체를 구성하면 그동안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으로 짜인 ‘1대2’의 여야 구도가 ‘2대2’로 재편되면서 정치 지형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진보 성향의 두 당이 그동안 ‘여소야대’ 국면에서 밀렸던 범여권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범진보와 범보수 세력 사이의 무게중심도 균형을 이룰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일각에선 주요 정책과 정체성이 사뭇 다른 양당의 불안한 동거가 오히려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방선거 이후 살길 찾는 민주평화당

 

2월6일 출범한 평화당은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국민의당에서 대거 이탈해 호남 민심을 대변하는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려 했지만 비교섭단체로 전락한 채 출범했다. 정당지지율 또한 의석수가 적은 정의당보다도 낮게 나왔다. 호남에서마저 외면받는 상황이었다.

 

더욱 큰 문제는 6·13 지방선거 이후다.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유력한 후보마저 부재한 상황이다. 17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한다면 당의 존립마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지도 모른다. 당 밖의 참신한 인재를 영입해 호남지역에서 일종의 성과를 낸다면 달라지겠지만, 현재 상태만으로 평화당의 독자생존은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평화당의 한 관계자는 “유력한 인물이 있어서 정권 교체 가능성이 생긴다면 더 많은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우리나라 정치는 지도자, 인물 중심으로 움직이는데, (당의) 현 상황에서는 그런 역할을 할 만한 지도자가 없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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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기댈 수 있는 것은 선거 연대다. 일단 양당은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 선거 연대에 대해선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민주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거 연대로 얻을 수 있는 게 없다는 분석이다. 이춘석 민주당 사무총장은 지방선거 100일을 앞둔 3월5일 기자간담회에서 “어느 당과의 연대나 특별한 관계 설정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조배숙 평화당 대표 역시 민주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전혀 그럴 생각도, 그럴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적어도 현재까진 정의당과 공동 교섭단체를 구성해 각자의 목소리를 내겠다는 방향으로 전략의 키를 잡고 있다.

 

국회의 권력 지형은 그나마도 평화당에 유리하게 짜여 있다. 거대 양당이 어느 한쪽도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 가운데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박지원 평화당 의원은 “내가 개원 국회에서 (캐스팅보트로) 모든 현안을 다 잡아먹었던 것처럼 해야 한다”며 “개헌과 추경이 평화당의 몸값을 올리고 존재감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개원 국회에서 정부 예산안을 처리할 때 평화당의 전신인 국민의당이 당시 비슷한 역할로 존재감을 키운 바 있고 이때 박 의원이 당 대표로 이를 주도했다. 이때와 유사한 전략을 구사해 개헌이나 향후 국정운영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심산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올인’하는 정의당

 

정의당의 고민은 평화당과 또 다르다. 정의당은 크게 봐서 집권여당인 민주당과 범진보 진영으로 묶여 있다. 잠시 ‘허니문’으로 끝날 줄 알았던 문재인 정부와의 우호적인 관계가 지속되고 있다. 정의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정의당은 문재인 정부를 과거 노무현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여겼다. 공약적으로 큰 차이가 없지만 ‘좌회전 방향등을 켜고 우회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문재인 정부의 초기 모습은 정의당의 전망과 달랐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책에 있어 주도권을 잃지 않았고, 때로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문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업무지시’라는 특유의 국정운영 방식을 활용해 대선공약을 이행하는 것을 두고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사안별로 협치정신에 어긋난 것이라며 비판했다. 하지만 정의당은 옳은 방향이라며 긍정 평가를 내렸다. 그간의 정의당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기에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문제는 출구전략이다. 엄연히 진보적 어젠다를 발굴해 이슈파이팅을 하는 기존의 정당 색이 크게 옅어졌다. 청와대에서 진보적 정책을 과감히 추진하면서 섣불리 선을 긋기도 애매한 형국이다. 차별화를 하려고 비판적인 입장을 내비치면 보수 야당만 돕는 꼴이라며 비난받기 일쑤였다.

 

때문에 정의당은 최근에는 야권으로부터 ‘민주당 2중대’라는 비난을 받았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평화당과 정의당이 공동 교섭단체를 구성하기로 한 데 대해 “민주당 2중대가 탄생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그간 정체성에 대해 남다른 자부심을 보여온 정의당에 크게 실망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유 대표가 2중대 프레임을 사용하는 것은 누워서 침 뱉는 격”이라며 “바른미래당을 ‘한국당 2중대’라 부른다”고 비난했다. 당 내부에서도 선명성이 사라지면서 당의 존재감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서서히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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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개헌 이슈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의당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 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심상정 의원은 최근 “(자유한국당이) 대통령 분권,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도입 입장을 확고히 밝히면 국민투표 시기 조정에 협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가 여당 지지층으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며칠 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민주당을 배제한 야4당 개헌정책협의회를 제안하자 “반대를 위한 반대가 목적인 야당 간의 테이블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과의 전략적 동거 이면에는 선거제도 개편 문제가 맞물려 있다. 선명성을 강조하던 정의당이 민주당보다 오른쪽에 위치한 민주평화당과 손을 잡은 것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정의당은 진보 정당이 한국 정치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현재의 소선거구제를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으로 바꿔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야권을 설득할 카드로 연동형 비례대표제 카드를 내세우고 있다는 점은 기회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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