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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특혜는 숨기고 비리는 감추는 국회사무처

국회사무처 “직원 징계 현황 공개 못해”…내부에선 “미투 두려워서” 지적

김종일 기자 ㅣ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18.03.26(Mon) 17:01:00 | 14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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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사무처의 비밀주의가 국회의 ‘특혜·비리 불감증’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회의원들의 쌈짓돈으로 활용된다는 논란이 있는 특수활동비를 비롯해 정책개발비와 같은 의정활동 관련 예산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모두 비밀에 부쳐져 있기 때문이다. ‘사용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연이어 나오고 있지만, 국회는 이에 불복하며 소송을 통한 버티기에 나서고 있다. 국회는 최근 5년간 관련 소송 비용으로만 3000만원이 넘는 혈세를 낭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법을 만드는 국회가 오히려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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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활비 공개’ 법원 판결에도 국회는 ‘버티기’

 

국회에 대한 정보 투명성이 떨어지면서 서로의 비리에 대해 눈감아주는 ‘끼리끼리’ 문화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심지어 국회사무처는 정부부처나 다른 행정기관에서는 늘 공개하는 ‘직원 징계 현황’ 관련 자료마저 감추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이며 논란을 더 키우고 있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국회사무처는 2014년부터 작년까지 정보공개 이의신청을 단 한 건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국회가 ‘비공개 관행 지속→ 부패·비리 증가→ 예산 낭비 및 각종 사건·사고 발생’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1월29일 저녁 8시13분, 서울 종로구 북촌로에 위치한 한정식집. 이곳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경제정책 현안 간담회를 위해 관련자 7명과 식사를 하고 업무추진비 22만6000원을 카드로 결제했다. 같은 날 오후 2시39분, 박 시장의 업무추진비 카드는 3명의 직원 결혼 축하 선물 구입에 쓰였다. 종로구 인사동길에 있는 화랑집에서 15만원이 계산됐다.

 

박 시장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은 서울시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를 비롯한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와 공직사회가 기관장의 업무추진비를 상세히 공개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하지만 국회만은 예외다. 국회사무처는 홈페이지를 통해 매달 국회 사무총장의 업무추진비 내역을 공개하고 있지만, 당월 지출 총액과 개략적인 유형별 액수만 알 수 있다. 박 시장이 업무추진비 결제 때마다 집행일시와 장소, 목적, 인원, 지불방식까지 공개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렇게 국회가 제대로 된 내역조차 밝히지 않는 ‘깜깜이’ 업무추진비만 지난해 기준 86억원에 달한다.

 

국민 세금이지만 사용내역조차 알 수 없는 국회 예산은 업무추진비만은 아니다. 이런 예산 규모는 지난해 기준 특수활동비 81억원, 예비금 16억원, 입법·정책개발비 86억원, 정책자료집 인쇄·발송비 46억원 등으로 국회 1년 예산(약 6000억원)의 5%(300억원)를 웃돈다.

 

가장 논란이 되는 ‘깜깜이 예산’은 특수활동비다. 영수증 증빙 의무가 없어 사용처를 밝히지 않아도 돼 사적 유용 의혹이 계속 제기됐다. 2015년 홍준표 당시 경남지사가 “원내대표는 국회 대책비(특수활동비)가 나오는데, 활동비 중에 남은 돈은 집에 생활비로 줄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이 된 게 대표적 사례다.

 

최근 법원은 특수활동비 등에 대한 사용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판결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하지만 국회는 법원 판결에 불복하며 추가 소송을 통한 버티기에 나서고 있다. 국가정보원과 검찰 등 정부기관의 특수활동비 사용내역 공개를 추진 중인 국회가 정작 자신들의 특수활동비 내역은 공개하고 있지 않아 국회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행태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국회사무처의 태도에 수천만원의 국민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 국회사무처는 참여연대 등이 제기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 최근 5년간 3300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출했다. 국회사무처를 향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소송이 줄을 잇고 있어 향후 관련 소송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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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나올까 두려워 징계 현황도 비공개?

 

사실 이 문제는 이미 14년 전에 결론이 나와 있는 상태다. 대법원은 2004년 10월 15대 국회의 특수활동비와 업무추진비 등을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즉 사실상 국회가 승소 가능성이 없는데도 세금으로 계속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법원은 최근 국회의 ‘버티기 소송’에도 “기밀로 볼 만한 내용이 없고, 국회 활동은 공개해서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이 이뤄져야 한다. 정책개발비를 받은 개인의 성명, 소속, 직위가 공개됨으로써 예산의 투명한 사용과 공익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며 국회의 비밀주의를 비판했다. 심지어 국회 싱크탱크인 입법조사처마저도 지난 1월 “일정 시간이 지나면 특수활동비에 대한 사후적 결산이 이뤄지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국회사무처는 이를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

 

시사저널도 최근 국회사무처에 ‘특수활동비 지출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 등을 밝히라는 정보공개 청구를 했는데, 이 역시 ‘비공개’로 처리됐다. 국회는 “해당 정보는 재판에 관련된 것으로 공개될 경우 그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 공개하지 못한다”고 해명했다. ‘특수활동비 제도 개선에 대해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 무엇이냐’는 질의에 대해서는 “올해 국회가 특수활동비 예산을 전년 대비 23.1% 축소했다”며 “특수활동비 예산 집행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추가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전년보다 특수활동비 규모를 줄였으니, 그 사용내역은 ‘궁금해하지 말라’는 태도다.

 

국회사무처의 비밀주의는 예산 문제에만 그치지 않는다. 시사저널은 2월19일 ‘최근 5년간 국회사무처 직원 징계 현황’ 자료를 정보공개 청구했다. 최근 미투 운동과 관련해 국회 상황을 점검해 보기 위한 기초 자료로 요청했다. 하지만 국회사무처의 답변은 ‘비공개’였다. 그나마 국회사무처는 이조차도 한 차례 대답을 연기해 차일피일 시간을 미루는 모습을 보였다.

 

국회사무처는 “요청하신 정보는 징계의결 내용으로서 공개될 경우 징계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고, 개인 신상에 관한 사항으로서 당사자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비공개 사유를 밝혔다.

 

국회사무처의 이런 답변은 이례적이다. 행정부에서 이런 자료는 국정감사에서 단골로 공개된다. 오히려 행정부에서는 직원의 비리 사실을 알게 되면 처리 결과를 숨기지 않고 기자회견을 자청해 먼저 알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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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감시하는 외부 독립기구 도입해야”

 

국회사무처가 비공개의 법적 근거로 든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6호는 ‘해당 정보에 포함돼 있는 성명·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에 관한 사항이다. 공개될 경우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는 밝히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시사저널은 애초 정보공개 청구를 신청할 때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않게 익명으로 직책만 명시해 달라고 했다.

 

시사저널은 이와 관련해 어렵게 국회사무처 소속 직원을 익명으로 인터뷰했다. 그는 “회사(국회사무처)가 타 부처나 기관에서는 당연하게 공개하는 자료를 밝히지 않는 첫 번째 이유는 그만큼 사건·사고가 많기 때문이고, 두 번째 이유는 그 사건·사고에 대한 제 식구 감싸기 식의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회사무처가 최근의 미투 운동과 관련해 언급되고 싶지 않아 이전에는 밝히기도 했던 징계 현황 자료를 비공개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밝혔다. 그는 “성범죄를 저지른 구성원들이 외부의 시각에서 보면 깜짝 놀랄 정도로 관대한 처벌을 받는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내부 사정이 외부로 전혀 알려지지 않는 구조가 회사의 자정 능력을 잃게 만들고 젊은 직원들을 좌절하게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안은 있을까. 국회 개혁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하승수 세금도둑 잡아라 공동대표는 국회의원의 권력을 등에 업은 국회사무처가 사실상 외부 견제에서 자유로운 지금의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회사무처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감사하도록 돼 있지만 국회의원들은 ‘한 식구’라는 인식 아래 제대로 된 견제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부부처나 다른 행정기관이 상급기관의 정기적 감사를 받는 동시에 감사원 감사를 받는 것과 달리 국회는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는 실태를 꼬집은 것이다.

 

하 대표는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맞게 국회도 제대로 된 감사를 받아야 한다며 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촉구했다. 그는 “최근 영국은 의회 회계와 관련한 독립된 감시 기구를 만들었다”며 “우리도 이와 같은 제도적 장치를 도입해 최소한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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