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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승합차’ 독점 현대차에 뿔난 어린이집·유치원·학원

국내 ‘어린이용 승합차’ 기준 맞는 출고차량은 ‘스타렉스’뿐 “가격 매년 올려 받아”

공성윤 기자 ㅣ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8.03.27(Tue) 12:00:31 | 14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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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이나 학원 근처를 지나가다 보면 노란색 밴을 흔히 볼 수 있다. 아이들을 태우기 위해 제작된 ‘어린이보호용 승합자동차’다. 이 차는 현행법상 색깔·좌석·안전띠 등 10여 가지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이 모든 기준을 갖춰 출고되는 차량은 국내에 딱 하나뿐이다. 바로 현대자동차의 ‘스타렉스’다. 이와 관련해 대기업 독점 구조에서 자영업자의 선택 권한이 사라졌다는 볼멘소리가 현장에서 나온다.

 

유치원·어린이집·학원·태권도장 등 13세 미만 어린이를 운송하는 곳은 어린이용 승합차를 운행해야만 한다. 기준에 어긋나는 어린이용 승합차를 운행할 경우 과태료가 부과된다. 게다가 2015년 ‘세림이법’이 시행되면서 어린이용 승합차 단속 기준이 더 까다로워졌다.

 

그런데 운송업자에겐 어린이용 승합차를 고르는 데 선택의 여지가 없다. 현대차가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2004년부터 11~12인승 스타렉스를 어린이용 승합차 기준에 맞게 제작·판매해 왔다. 이후 최근 5년 동안 어린이용 승합차 수요는 매년 늘었다. 시사저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5인승 미만 어린이용 승합차의 운행허가 대수는 2013년 4만5700대에서 지난해 8만4100대로 84%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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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어린이용 승합차’ 14년 홀로 공급

 

부산 중구의 어린이집 원장 이아무개씨는 “10년 넘게 (어린이용 승합차로) 폭리에 가까운 이득을 취한 현대차가 가격까지 매년 올려 받았다”며 “그래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스타렉스를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3월1일 기준 12인승 디젤 어린이용 스타렉스의 가격은 2925만원이다. 동급의 일반 스타렉스(2750만원)보다 170만원 더 비싸다.

 

일반 대형 밴을 사서 어린이용 승합차 기준에 맞게 개조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가격 측면에서 비합리적이다. 기아차의 카니발은 스타렉스와 경쟁하는 유일한 국산차다. 2018년식 11인승 카니발의 최저가는 2755만원. 그런데 개조 비용을 더하면 3000만원대로 뛰게 된다.

 

국토교통부령인 ‘자동차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어린이용 승합차는 12가지 기준을 만족해야 한다. 색상은 황색이어야 하고, 일정 규격의 좌석을 장착해야 하며, 특수 안전띠·승강구·표시등·후진경고음 발생장치 등을 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 기준을 모두 맞추려면 300만원 이상 수백만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제차는 가격 측면에서 처음부터 고려 대상이 못 된다. 국내에 출시되는 11~12인승 수입 밴에는 쉐보레 익스프레스, 벤츠 스프린터 등이 있다. 둘 다 1억원이 넘는다. 

개조 절차도 간단치 않다. 국토교통부 첨단자동차기술과 관계자는 “개조를 하려면 먼저 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구조변경 승인을 받은 다음, 개조하고 검사를 받은 뒤, 경찰청에 신고해야 한다”고 했다. 이 때문에 어린이용 승합차 운송업자 사이에선 “일반 밴을 개조하는 건 생각도 안 해 봤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대치동에서 어린이용 승합차 20여 대를 운행하는 학원의 김아무개 부장은 “옛날엔 그레이스·이스타나·봉고처럼 어린이용 승합차로 쓸 수 있는 모델이 다양했다”면서 “그런데 2000년대 초반에 모두 단종돼 선택의 폭이 좁아졌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린이용 승합차 수요는 스타렉스로 몰리고 있다. 이런 경향은 중고차 시장에서도 엿볼 수 있다. 3월22일 기준 중고차 사이트 ‘SK엔카’에선 2008년식 어린이용 스타렉스 10여 대가 1000만원 내외에 팔리고 있었다. 10년 전 모델이 아직도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현행법상 사업용 승합차의 운행연한은 출고 후 9년이다. 이미 폐기됐어야 할 차량이 버젓이 팔리고 있는 셈이다. 전북 익산의 유치원 원장 윤아무개씨는 “운행기간이 제한돼 있어 주기적으로 차를 바꿀 수밖에 없는 구조”라도 했다. 바꿔 말하면 현대차로선 정기적으로 판로가 트인다는 얘기가 된다. 경남 사천의 어린이집 원장 한아무개씨는 “새 차를 사려 하면 매년 직전 모델이 단종되고 가격이 오르니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특히 36개월 미만의 아이를 운송해야 하는 어린이집의 부담은 더 크다. 어린이용 승합차에 별도의 영아용 보호장구(좌석·안전띠)를 장착해야 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전국 어린이집에서 돌보는 36개월 미만 영아의 비율은 58.2%다. 승합차 좌석의 절반 이상을 영아용으로 다시 설치해야 하는 것이다.

 

영아용 보호장구 한 세트의 가격은 약 10만원이라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부산 공공형어린이집연합회 관계자는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영아가 많다 보니 200만원 가까운 돈을 따로 썼다”고 했다. 한국소비자원은 2012년 ‘보육시설 안전실태 조사’ 보고서를 통해 “스타렉스엔 어린이 시트(보호장구)가 장착되지 않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부산 중구 어린이집 원장 이씨는 “어차피 현대차의 독점 시장인데, 보호장구를 지원해 주거나 가격 인상률을 낮춰주는 혜택을 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나지막이 말했다. 수원의 유치원 원장 박아무개씨는 “대기업엔 사회공헌 의무가 있다”면서 “적어도 영세 자영업자에겐 금전적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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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독점은 있을 수 없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현대차는 “일부 그런 요구가 나올 순 있지만 모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란 입장을 나타냈다. 현대차 관계자는 “결국 주문 제작한 차를 싸게 팔라는 건데, 이윤을 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선 여러 가지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특수 장비를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건 몰라도 처음부터 그렇게 만들어 달라는 건 난센스”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대차의 독점’이란 시각에 대해 “자유시장에서 구조적으로 독점이란 건 존재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현대차가 임의로 독점 공급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제조사가 (어린이용 승합차를) 못 만들어서 공급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라며 “특정 소비자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도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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