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메뉴열기

시사저널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헌법적 여성’ 주체로...

노혜경 시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3.28(Wed) 15:14:41 | 1484호

0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밴드 link

 

3월22일 오후 청와대발 개헌안 전문이 발표되었다. 이 헌법전문은 그 자체로 촛불이 불러온 시대변화를 읽게 해 준다. 젠더  의식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고, 낙태죄 폐지, 성소수자 인권 보호, 대체복무제 도입, 사형제 폐지 등 유엔 인권이사회가 제시한 권고안의 절반을 ‘사회적 합의’가 안 되었음을 이유로 수용 거부하는 등, 완벽한 헌법안은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큰 줄기에서 바로 그 ‘사회적 합의’를 향한 공론화의 첫걸음은 뗀 셈이다. 국회 통과라는 관문은, 다른 말로 하면 국민이 논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아직은 남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권을 포함하는 헌법 개정안을 국회가 어찌 다루는지 보아야겠다.

 

이번 개헌안에서 내가 특히 주목한 곳은, 천부인권을 가진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한 대목이다. 이번 개헌안의 가치를 단 하나만 꼽으라면 이 ‘확대’라는 말을 꼽고 싶다. 헌법은 명문화된 조항뿐 아니라 해석 투쟁과 그 결과인 ‘법률 만들고 바꾸기’를 통한 의미의 ‘확대’ 범위가 어느 정도인가가 중요하니까. 과잉해석을 무릅쓰고 ‘국민’이라는 말로 지칭되던 모습을 간추려보면, 이 ‘사람으로 확대하다’라는 말의 의미가 그 중요성이 조금 더 드러나 보이겠다.

 

3%uC6D415%uC77C%20%uD55C%uAD6D%uC5EC%uC131%uB2E8%uCCB4%uC5F0%uD569%uD68C%20%uD68C%uC6D0%uB4E4%uC774%20%uC11C%uC6B8%20%uC911%uAD6C%20%uD504%uB808%uC2A4%uC13C%uD130%uC5D0%uC11C%20%uAE30%uC790%uD68C%uACAC%uC744%20%uC5F4%uACE0%20%uC131%uD3C9%uB4F1%uC744%20%uD3EC%uD568%uD55C%20%uAC1C%uD5CC%uC744%20%uC694%uAD6C%uD588%uB2E4.%20%A9%20%uC0AC%uC9C4%3D%uC5F0%uD569%uB274%uC2A4


이번 헌법이 염두에 둔 ‘사람’은 어떻게 생겼을까를 상상해 본다. 우리는 지금까지 ‘국민’이라는 말로 ‘성별·종교·장애·연령·인종·지역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아’온 ‘사람’들을 적당히 배제해 온 것은 아닐까? 이렇다 할 뚜렷한 국민 이미지를 우리가 만들어놓고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국민은 집합명사라는 것이다. 국민 여러분이라 불릴 때마다 제멋대로 해석되고 구성되는 저 국민 속에 내가 과연 들어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놓고 쓸데없이 짜증이 나던 시대가 이제는 지나가려는 걸까? ‘사람으로 확대’함으로써 그 사람의 이미지가 보다 다양해지고 개인의 차이가 존중되는 방향으로 풍부해지는 것만은 틀림없다. 심지어 이 존중은, 개헌안에 의하면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들로 ‘확대’되기까지 한다.

 

그러니 적극적으로 상상해 보자. 노동자 여성인 나, 일과 가정을 둘 다 책임져야 한다는 요구에 시달리고, 유권자 여성인 나, 언제나 남성 후보자들 중에서 골라야 하고, 하급자 여성인 나, 성폭력 원하는 사회에 시달리고… 이런 내가 새로운 헌법이 말하는 ‘사람’으로 보이려면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헌법적 여성은 어떻게 생겼을까.

 

헌법 조항을 놓고 무슨 문학작품 읽듯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건 좀 과잉 같지만, 따지고 보면 현대인들에게 가장 깊은 영감을 준 좋은 사회적 언어는 훌륭한 헌법에 다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므로 여성들이 좀 더 적극적인 젠더 평등적 조항을 요구하는 것은 결코 과도하지 않다. 젠더 평등한 언어야말로 아무도 차별하지 않는 아름다운 언어다. ‘사회적 미합의’를 돌파해 내는 힘이 아직 미약하고, 이제 겨우 가장 부정적이고 어두운 언어인 성폭력 권하는 사회의 언어에 맞서는 싸움이 시작되고 있을 뿐인 것이 문제지만, 다행히 시간이 차별받고 소외된 ‘사람들’ 편이다. 특히 세상의 절반인 여성들이 헌법적 여성 주체로서 스스로를 발견하기만 한다면, 그 시간은 굉장히 빨리 ‘사람들’ 편으로 달려올 것이다. 

 

전체댓글0

0 /150
  • 최신글
  • 공감 순
  • 비공감 순
더보기

TOP STORIES

Health > LIFE 2018.11.16 Fri
[팩트체크] 故신성일이 언급한 폐암 원인 ‘향’
Culture > LIFE 2018.11.16 Fri
《신비한 동물사전2》, 평이한 기승전결과 스릴 없는 서사
LIFE > Sports 2018.11.16 Fri
여자골프 우승, ‘국내파’ 2연패냐, ‘해외파’ 탈환이냐
사회 > 지역 > 영남 2018.11.16 Fri
창원 내곡도시개발사업은 ‘비리 복마전’…시행사 前본부장, 뇌물 의혹 등 폭로
사회 > 지역 > 영남 2018.11.16 Fri
부산 오시리아 롯데아울렛, 화재 취약한 드라이비트 범벅
정치 2018.11.16 Fri
[단독] 전원책 “옛 친이계까지 아우르는 보수 단일대오 절실”
사회 > 포토뉴스 2018.11.16 Fri
[포토뉴스] 해마다 돌아오는 입시, 매년 달라지는 입시설명회
Health > LIFE 2018.11.16 Fri
[치매③] 술 마셨어요? 치매 위험 2.6배 높아졌습니다!
사회 2018.11.16 금
[청년 멘토의 민낯③] ‘착한’ 사회적 기업 경영 성적표는 ‘낙제점’
사회 2018.11.16 금
[단독] “이빨 부숴버리고 싶다”…‘청년 멘토’ CEO의 민낯
사회 2018.11.16 금
[청년 멘토의 민낯①] ‘꿈의 직장’이던 마이크임팩트를 떠난 이유
사회 2018.11.16 금
[청년 멘토의 민낯②] 한동헌 대표 “임금체불 논란, 경영 가치관 바뀌어”
경제 > 국제 2018.11.16 금
[Up&Down]  앤디 김 vs 삼성바이오로직스
한반도 2018.11.16 금
뉴욕타임스가 ‘가짜뉴스’?…北 놓고 사분오열하는 韓·美 여론
경제 2018.11.16 금
“이중근 부영 회장 1심, 공개된 증거도 무시됐다”
갤러리 > 포토뉴스 2018.11.15 목
 [포토뉴스] 2019년도 수능 끝. 이제 부터 시작이다.
LIFE > 연재 > Health > 서영수의 Tea Road 2018.11.15 목
대만 타이난에서 조우한 공자와 생강차
경제 2018.11.15 목
유명 프랜차이즈가 상표권 확보에 ‘올인’하는 이유
경제 2018.11.15 목
용산기지 활용 방안 놓고 ‘동상이몽’
리스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