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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김일성처럼 평화협정 후 군부 숙청 가능성”

김정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김일성 코스프레’

송창섭 기자 ㅣ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8.04.02(Mon) 10:01:09 | 14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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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할아버지인 고(故) 김일성 주석을 의도적으로 따라 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김 위원장은 옷차림부터 말투까지 김일성 판박이다. 몇 해 전부터는 까만색 뿔테 안경까지 쓰기 시작했는데 이 역시 김일성이 사용했던 것과 모양이 비슷하다. 또 북한에서조차 유행이 지난 누런 색깔의 더블코트를 입고 다니는 것 역시 북한 주민들에게 김일성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만든다. 영락없는 ‘김일성 코스프레’다. 일부에서는 ‘성형(成形)설’까지 제기한다. 뒷짐을 진 자세나 걸음걸이도 할아버지를 빼다 박았다. 트레이드마크인 ‘패기머리’ 역시 거슬러 올라가면 원조는 김일성이다.

 

인민복을 고수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같은 인민복을 입더라도 선글라스를 쓰며 멋을 부린 아버지 김정일과 달리 김 위원장은 철저하게 김일성 스타일을 고집하고 있다. 타임지 등 해외 언론은 김 위원장을 가리켜 ‘세계에서 가장 옷을 못 입는 정치인’으로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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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보면 김정은 미래 보인다”

 

왜 그럴까. 이는 김 위원장의 정통성과 연결 지어 생각해야 한다. 아버지 김정일은 일찍부터 후계자로 낙점받아 그럴 필요가 없었지만, 김 위원장은 치열한 경쟁 끝에 형제들을 제치고 최고 권력자 자리에 앉았다. 반대로 생각하면 김정일과 같은 정치적 안전 기반이 부족할 수 있다는 얘기다. 주민들에게 집권의 정당성을 설명하고 체제 단결을 위해 필요한 것이 이미지인데 그걸 현재 김일성 코스프레를 통해 쌓아가고 있다고 보면 된다.

 

스타일뿐만 아니라 김 위원장을 둘러싼 정치적 환경도 김일성 시대와 비슷하다. 탈북자 A씨는 “김정은의 정치적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김일성부터 살펴봐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의 정책 방향을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익히 알려진 바대로 1912년생인 김일성은 서른세 살인 1945년에 조선공산당 북조선조직위 책임비서로 권력의 전면에 등장했다. 1984년생으로 알려진 김 위원장은 김일성보다 빠른 스물여덟 살(2012년)에 권력을 잡았다. 집권 후부터 6·25전쟁을 일으킨 1950년까지 김일성은 군사력을 키우고 토지제도를 정비했다. 정권 수립에 기여한 정치적 경쟁자를 숙청하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다. 민족주의 성향의 조만식과 연안파로 불린 친중 세력이 권부의 중심에서 배제되기 시작한 것이다. 1945년 12월 김두봉·무정·최창익 등 70여 명의 연안파가 평양에 도착했지만 대중의 환대를 받지 못하면서 정치적 몰락의 서막을 알렸다. 당시 김일성에게 이들은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약화시킬 화근이었다. 김 위원장 역시 집권 후 6년간은 핵무력으로 대표되는 군사력 확대에 정권의 명운을 걸었다. 동시에 경제 개혁을 추진했다. 리영호를 비롯한 군부와 고모부인 장성택을 제거하면서 김일성처럼 집권 초기 피의 숙청을 이어갔다.

 

김일성이 한국전쟁 휴전 후 전쟁 실패의 책임을 물어 소련파와 연안파를 숙청했던 것도 집권 유지를 위해서다. 미군의 참전으로 전세가 뒤집혀 패전 직전까지 갔다가 중공군의 참전과 소련의 지원으로 간신히 위기에서 벗어난 김일성은 전쟁 실패로 권력 기반이 약화될 것을 우려해 모든 책임을 자신의 정적들에게 뒤집어씌웠다. 그 대상이 바로 박헌영과 남로당파다. 1951년 박헌영을 체포한 김일성은 남로당파 핵심을 일제히 숙청하면서 정권의 기반을 다졌다. 이는 여러모로 장성택 처형과 비슷한 면이 많다. 북한이 장성택을 체포한 후 전격적으로 처형한 것은 1956~57년 소련파·연안파 숙청 당시와 비슷하다. 당시 소련과 중국이 일부 인사들의 구명에 나섰지만 숙청을 피해 가지 못했다. 그만큼 속전속결로 진행했기 때문이다. 그레그 스칼라튜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은 장성택의 처형 직후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09년 김정은이 후계자로 정해진 후 시작된 승계 과정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이복형인 김정남을 살해하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집권에 방해가 되는 인사는 무자비하게 처벌하는 것은 1950년대 김일성 정권과 유사한 점이 많다.

 

5년간의 군비 증강으로 전쟁 준비를 마친 김일성이 선택한 것이 6·25전쟁이다. 김정은 위원장 역시 지난해부터 군사적 도발을 높였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전격적으로 제안하면서 승부수를 띄웠다는 분석이다. 김일성이 전쟁 도발로 승부수를 던졌다면 김 위원장은 대화와 평화공세로 바꿨다는 것만 다를 뿐이다. 북한 정권의 다음 노림수는 무엇일까.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 수뇌부의 노림수로 평화협정 체결을 주목한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국이 판을 깨지만 않는다면 남북, 미·북 간 화해무드는 계속 이어질 것이며 그 결과 평화협정이 체결되는 것도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라고 전망했다. 김일성이 정전협정으로 체제 유지에 나선 것처럼 김 위원장은 평화협정으로 체제 안정을 도모할 거라는 것이다.

 

 

평화협정 체결 후 일본과 국교 정상화 가능성

 

정전협정 체결 이후 김일성이 선택한 것은 대규모 숙청이다. 내부 체제 안정 차원에서 김일성은 숙청이라는 카드를 선택했다. 일부 북한 전문가들도 김정은 위원장 역시 평화협정이라는 체제 안정 수단만 마련되면 군부 내 거물급 인사에 대한 대규모 숙청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북한 소식통은 “백두혈통을 제외하고는 숙청에서 자유로울 사람은 없으며, 혁명 1세대 자녀인 최룡해가 숙청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북한 전문가 역시 “평화체제로 바꿀 경우 김정은은 테크노크라시 인사들을 대거 중용, 경제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일본과의 국교 정상화도 속도를 낼 가능성이 커졌다. 외교가에서는 화해모드로 돌아선 북한이 이번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직후 일본인 억류자를 석방하는 전향적인 자세를 취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일본 정부 역시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에 나선다는 것을 전제로 했을 때 가능한 일이다. 가능성은 반반이지만 일본 정부 역시 최근 ‘재팬 패싱’을 우려하는 내부 목소리가 커진 상태라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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